도심 한복판에서 철거된 소비에트 시절의 상징
[경향신문]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도심 한복판에서 높이 220m에 달하는 TV탑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소비에트 연방 시절의 상징물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도시 정비 사업’에 한창인 지역 당국이 철거를 예고하자, 주민들은 굴뚝에 올라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예카테린부르크 지역당국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도시정비사업의 일환으로 TV탑을 철거했다고 보도했다. 이 TV탑은 1983년 건설이 시작됐지만, 소련이 붕괴된 1991년 끝내 완공되지 못하고 공사가 중단됐다. 유진 쿠이바세브 예카테린부르크 주지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시가 이런 상징을 필요로 한다고 진지하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TV탑을 예카테린부르크의 상징으로 간주해 온 주민들은 당국의 이같은 결정에 거세게 반발했다. 철거 이틀 전인 22일에는 주민 수백명이 TV탑 철거에 반대하며 ‘탑을 끌어안아라(Hug the Tower)’라는 이름의 시위를 열었다. 다음날에는 일부 주민이 탑 꼭대기에 올라가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탑 철거 반대 위원회의 대표를 맡은 변호사 이반 볼코바(39)는 “이제 이 탑은 당국의 손에 당한 사람들의 굴욕을 상징하게 될 것”이라며 “당국의 결정이 밀실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폭파 결정이 내려진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가디언 러시아특파원 숀 워커는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소련 붕괴 이후 사라진 민족적 자긍심을 회복하는 데 전념해왔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소련 붕괴와 함께 버려진 TV탑을 철거한 것도 그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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