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동호회나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이클링 컴퓨터가 좋은지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히 ‘가민’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제조사에서 가민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가민처럼 사이클리스트에게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넣어서 출시한 제품은 아직까지 없다. 특히 가민은 1989년부터 항공, 선박, 자동차 등 GPS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고 있다.
거기다 스포츠 분야도 지속적으로 연구해 러닝, 사이클링은 물론이고 철인 3종 분야까지 꽉 잡은 상태다. 그래서 해외에 나가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스마트워치가 애플 다음으로 가민이다. 이렇게 다방면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가민이 다양한 사이클리스트의 요구에 맞춰 만든 제품이 바로 가민 엣지(EDGE) 라인업이고, 그 플래그십 모델이 바로 가민 엣지 1030이다.
가민 엣지 1030, Hands On!
처음 만나본 가민 엣지 1030은 전작인 가민 엣지 1000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많은 변화가 느껴졌다. 옆 라인은 2016년 출시한 820과 비슷한 느낌이다. 디자인의 느낌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만큼 개인에게 맡기겠다. 겉으로 보기에 가장 큰 특징은 액정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58mmx114mmx19mm에 3.5인치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다. 기존 3인치 디스플레이보다 0.5인치 더 커졌다.
기기의 좌측에 전원버튼이 있고, 하단에는 새로운 랩(Lap)을 생성하는 버튼과 기록을 측정하는 시작/중지 버튼, 가민을 컴퓨터와 연결하거나 충전할 수 있는 마이크로 5핀 USB 단자가 있다. 뒷면에는 마이크로 SD카드 슬롯이 있고, 가민을 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마운트 어댑터에는 별도로 구매 가능한 가민 차지 파워팩(Garmin Charge Power Pack)을 연결해 충전할 수 있는 단자가 있다.
해상도는 282x470 픽셀이다. 스마트폰처럼 고해상도 동영상을 보는 게 아니라 큼지막한 아이콘과 지도를 장시간 봐야하기 때문에 배터리 효율을 생각해서라도 높은 해상도는 불필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가민 엣지 1030의 배터리 효율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최대 20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고, 가민 차지 파워팩을 사용하면 최대 40시간으로 연장 가능하다. 정전식 터치 디스플레이를 사용했고, IPX7등급에 해당하는 완전방수를 지원한다. 어떤 상황에서 달릴지 모르는 란도너, 장거리 라이딩을 즐기는 사이클리스트에게 안성맞춤인 제품이다.
박스 구성품은 가민 엣지 1030 본체와 전방 확장형 마운트, 표준형 마운트, 속도 센서, 케이던스 센서, 심박 벨트와 센서, USB케이블, 설명서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전방 확장형 마운트의 디자인이 변경되었다는 점이다. 이 마운트는 핸들바와 가민 엣지 1030이 동일한 높이에 있도록 맞춰 공기역학적으로 뛰어나면서 옆에서 봤을 때의 디자인이 개선되었으며, 하단에는 가민 차지 파워팩을 설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가민 엣지 1030, 넌 뭘 할 수 있니?
가민 엣지 1030의 외관만 살펴보면 이게 왜 ‘최고의 사이클링 컴퓨터’라고 불리는지 의아할 것이다. 그러니 이제 속을 살펴보자. 일단 기존 사이클링 컴퓨터와 동일하게 와이파이, 블루투스, ANT+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센서, 클라우드 등과 연결이 쉽다. 그리고 센서와 연결해서 속도계의 기본 기능인 속도, 케이던스, 파워, 심박 등도 디스플레이에서 수치와 그래프로 보여준다. 물론 여기서 끝난다면 기존의 사이클링 컴퓨터와 똑같다. 가민 엣지 1030만의 특별한 기능을 지금부터 소개하겠다.
1. 강화된 지도 기능 : 내비게이션, 트랜드라인, 그룹트랙
가민은 GPS, 글로나스를 모두 지원하기 때문에 다른 GPS 사이클링 컴퓨터 보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거기다 그 동안 가민 커넥트(Garmin Connect)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축적된 라이딩 데이터 덕분에 사이클리스트가 선호하는 코스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다. 이를 활용한 가민의 코스 내비게이션 기능은 다른 GPS 사이클링 컴퓨터보다 뛰어나다. 내가 원하는 코스를 지정하고, 그 코스를 넣어놓으면 코너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만약 코스를 만드는데 서툴거나 다양한 코스를 즐겨보고 싶다면 트랜드라인 기능이 있다. 트랜드라인 기능은 가민이 그 동안 축적해놓은 라이딩 데이터, 가민 커넥트에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맵을 만들어준다. 만약 목표하고 있는 라이딩 목표 거리나 라이벌이 있다면 트랜드라인 기능은 자동으로 훈련 코스를 짜주는 코치가 되어준다.
그룹트랙 기능은 기존 엣지 820부터 들어갔던 기능으로 실시간으로 자신과 동료의 라이딩을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지도로도 볼 수 있고,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어떤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그룹 라이딩을 하거나 친구 혹은 연인과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확인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2. 이제는 문자 확인뿐만 아니라 보내기도 가능하다!
기존 가민 엣지 시리즈는 문자가 오면 확인만 가능했다. 만약 여자친구가 “오빠 어디야?”라는 문자를 보냈다면? 자전거에서 멈춰서 스마트폰을 꺼내서 답변을 해야 했다. 하지만 가민 엣지 1030은 문자 발송도 가능하다. 물론 이 기능은 그룹라이딩에서 더 편리하다. 그룹라이딩 중 펑크가 나서 뒤쳐졌다는 걸 알리거나 미리 지정해둔 약속 장소에서 만나자고 문자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3. 훈련에 도움을 주는 데이터 분석과 호환 어플리케이션
가민 엣지 1030은 기존 사이클링 컴퓨터보다 더 체계적인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기기에서 ‘내 통계’기능을 활용해 운동 강도와 휴식에 필요한 시간을 알아볼 수 있고, 가민 커넥트를 활용해 유산소 영역, 무산소 영역을 어떻게 썼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트레이닝 픽스 같은 앱을 활용해 운동 강도 목표를 정하고, 훈련 계획을 짤 수도 있고, 스트라바를 활용해 내가 목표로 하는 기록에 도달할 수도 있다.
4. 다양한 가민 액세서리와 호환
가민은 엣지 1030 이외에도 호환 가능한 다양한 액세서리를 만들었다. 가민 벡터 3 파워미터를 활용해 파워를 측정할 수도 있고, 가민 베리아 UT800을 활용해 스마트 전조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배리어 리어 뷰 레이더를 활용하면 후미등과 동시에 뒤에 있는 차량의 위치까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액세서리로 가민 엣지 1030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시마노의 전동구동계인 Di2, 스램의 무선전동구동계인 이탭과도 호환된다. 이런 다양한 확장성이 다른 사이클링 컴퓨터와 다른 가민만의 장점이다.
가민 1030을 직접 사용해본 소감
사실 사이클링 컴퓨터는 하루 이틀 사용해보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세달 정도 묵묵하게 사용하면서 그 제품의 기능을 알아보고, 장점을 파악해야한다. 하지만 기자는 누구인가! 가민 덕후로 척하면 척이다. 일단 새롭게 바뀐 UI(유저인터페이스, User Interface)는 기존에 필자가 사용하던 가민 520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가민 1000보다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초보자도 조금만 조작해보면 어디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실 호불호가 갈릴 부분은 터치스크린이다. 필자는 기존 버튼식 제품인 가민 엣지 520을 사용했기 때문에 조작에 조금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가민 엣지 1030의 큰 화면으로 지도를 볼 때는 역시 버튼보다는 터치스크린이 편리하다. 지도의 디테일도 상당했다. 버스정류장부터 주유소 등 지명, 주소를 정확하게 보여줬다. 하지만 정보가 상당히 방대하다보니 복잡한 도심가에서는 편의점, 숙소, 커피숍 등 필요한 정보만 골라서 볼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다.
내비게이션 기능도 정말 정확했다. 위치를 지정하고 달리면 어디가 코너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훈련을 하고 싶어서 트랜드라인 기능을 켜면 많은 사람들이 다녔던 길을 알려준다. 물론 이 길은 자전거길만 있는 게 아니라 일반 공용도로도 포함된다. 물론, 이 길이 쉬운 길이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공사 중인 길의 경우 한 번에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그럴 때는 가민 커넥트에서 지도를 만들기 바란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물웅덩이 때문에 물이 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특히 장거리 라이딩인 란도너스를 하거나 거친 지형을 달리는 사이클로크로스를 즐기는 라이더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가민 엣지 1030은 IPX7의 방수등급을 지원하기 때문에 안심이다. 필자가 겨울철 영하 12도에서 달려본 결과 전혀 이상 없이 동작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계를 도전하는 극한의 라이딩도 가능할 것 같다.
라이딩이 끝나고 난 뒤에 볼 수 있는 데이터 분석은 필자가 앞으로 어떻게 훈련을 하면 되는지, 이 정도가 어떤 훈련강도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기준점이 되었다. 사용하면서 겨울철 뚝뚝 떨어지는 필자의 FTP수치를 살려보고 싶었으나 사용 기한이 짧아서 조금 아쉬웠다.
기왕 살 거면 ‘끝판왕’으로!
필자는 가민 엣지 시리즈를 비롯해 피닉스, 포러너 등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봤고, 기사로 작성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이클링 컴퓨터를 사용해봤고,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물어오는 질문이 있다.
“다 좋은 건 알겠는데, 그래서 우리 뭐 사요?”
솔직하게 이야기 하겠다. 가민 엣지 1030은 큰 화면을 가지고 있고, 배터리 효율이 좋아서 긴 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그리고 강력한 지도 기능, 뛰어난 데이터 분석 기능을 가지고 있다.
만약 당신이 란도너스와 같은 장거리 라이딩을 즐겨하거나 자전거로 여행을 떠나는 라이더, 큰 화면으로 더 정확하게 수치를 보는 걸 원하는 라이더, 남들보다 더 체계적인 훈련으로 강해지고 싶은 라이더라면 가민 엣지 1030을 추천한다. 사실 이렇게 따진다면 이 글을 읽는 독자 대부분이 이미 추천 대상일 것이다. 그 만큼 좋은 제품이라는 뜻이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가민 엣지 1030의 가격은 95만원이다. 너무 비싸다고? 어차피 자전거를 취미로 둔 이상 우리는 개미지옥에 빠졌다는 걸 잊지 말자. 가민 엣지 1030은 국내 공식 디스트리뷰터 (주)ARX에서 공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