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뚝배기'에 관한 고찰

이시우 2018. 2. 15. 00:53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7년, 그리고 현재 가장 핫한 게임을 꼽는다면 단연 배틀그라운드다. 그리고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많이 쓴 단어 중 하나가 바로 '뚝배기'다. 그리고 '뚝배기 깬다'는 말은 배틀그라운드를 떠나 인터넷 전체에서 큰 유행어였다. 물론 뚝배기 관련 유행어는 로버트 할리의 '한 뚝배기 하실래예~'에가 여전히 최고다.

◇ 이것 알면 반박불가 '아재'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발췌)

그렇다면 왜 뚝배기인가. 뚝배기가 게임 아이템으로 등장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많은 유저들이 '뚝배기'의 유래에 대해 알고 있을 테지만, 그래도 모른 채 남들 다 하니 따라 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뚝배기란 과연 무엇인가. 이 기사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다. 

먼저 뚝배기에 대해 알아보자. 사전에서는 뚝배기를 '찌개 따위를 끓이거나 설렁탕 따위를 담을 때 쓰는 오지그릇'이라 설명하고 있다. 오지그릇은 '붉은 진흙으로 만들어 볕에 말린 뒤 위에 오짓물을 입혀 구운 그릇'이다. 오짓물은 '흙으로 만든 그릇에 발라 구우면 그릇에 윤이 나는 잿물'이다. (낯선 단어를 설명하려니 끝이 없다….)

◇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뚝배기의 모습.(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발췌)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뚝배기의 역사에 대해 "질뚝배기는 신석기인들이 만들어 쓰던 즐문토기에서 청동기시대의 무문토기로 이어지던 고대의 토기 공정이 거의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오지뚝배기는 고대토기에서 한 단계 발전한 김해토기를 거쳐 8세기를 전후한 통일신라기에 토기에다 유약을 바르는 수법이 이어진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뚝배기를 활용한 요리는 다양한데, 한 번 끓고 나면 열이 오래 가는 특성이 있어 탕이나 찌개 요리에 주로 사용된다. 대표적으로 설렁탕이나 곰탕, 해장국, 순두부찌개 등이 있다. 어떤 파스타 가게에서는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 스파게티도 볼 수 있다. 요리 이름에 아예 뚝배기가 들어간 것들도 있다. 뚝배기 불고기, 전복 뚝배기가 그 대표적인 예다. 

배틀그라운드에서는 헬멧이 뚝배기로 불리고 있다. 그럼 왜 요리도구인 뚝배기가 헬멧의 별명이 된 것일까. 이는 2017년 봄 인터넷에 퍼진 하나의 메시지에서 시작됐다. 

◇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한 배달원의 메시지.(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발췌)

서울시 강동구에서 활동하는 익명의 배달원이 한 페이스북 페이지 관리자에 보낸 쪽지가 공개된 것인데, 이 쪽지에서 해당 배달원은 배달 후 벨을 누르니 누구세요라고 묻는다거나 음식이 도착하면 그제야 결제 도구를 찾는 행태에 분노를 금치 못해 잠재적 고객들을 향해 "진짜 뚝배기 부십니다 전해주세요. 참고로 뚝배기=머리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친절한 배달업 종사자들의 이미지를 깎아먹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으로서 갖춰야할 기본 마인드는 없지만 자신이 한 말을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까 일일이 설명하는 설명충의 자세는 또 갖췄다.

◇ "딱 보면 몰라? 저 새X 설명충이잖어~"(사진=슬기로운 감빵생활 캡처)

어쨌거나 이 사건이 인터넷에 퍼진 이후로 배달원의 대사는 유행어가 됐고, 뚝배기=머리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게이머들은 FPS/TPS 게임에서 헤드샷을 성공시켰을 때 "뚝배기 깼다"고 표현하기 시작했고, 헬멧은 '뚝배기'로 불렀다. 

배틀그라운드에는 3종류의 헬멧이 존재한다. 1레벨부터 3레벨까지의 헬멧이 존재하는데, 레벨에 따라 1뚝, 2뚝, 3뚝이라 부른다. 초 단위로 생사를 가르는 다급한 게임이기 때문에 뭐든 줄여 부른다. 

◇ 뚝배기 3형제.

게임 내에서 뚝배기들의 정식 명칭은 1레벨은 오토바이 헬멧, 2레벨은 경찰 헬멧이다. 3레벨은 스페츠나츠 헬멧이다. 스페츠나츠(Spetsnaz)는 러시아의 특수부대이며, 배틀그라운드에 등장하는 3레벨 헬멧은 스페츠나츠 부대원들이 사용하던 다양한 헬멧 중 하나인 'K6-3' 모델이다. 이 헬멧은 게임 내에서 스나이퍼로부터 목숨을 지켜주기 때문에 단단함과 운의 상징이 됐다. 스쿼드 도중 3레벨 헬멧을 발견한 이 치고 "아싸 3뚝"을 외쳐보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 3뚝과 프라이팬만 있으면 가능한 배틀그라운드 코스프레.(사진=1박 2일 캡처)

배틀그라운드의 대표 이미지에서도 모델이 이 헬멧을 쓰고 있기 때문에 K6-3은 프라이팬과 더불어 배틀그라운드의 대표적 아이콘이 됐다. 때문에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은 프라이팬과 3레벨 헬멧 하나만 마련하면 그 어떤 복장을 입고 있어도 배틀그라운드 코스프레라 우길 수 있게 됐다. 최근 아프리카TV가 개최한 배틀그라운드 대회 APL에서는 우승팀 KSV 노타이틀에 부상으로 황금 3레벨 헬멧을 증정하기도 했다. 

◇ 아무나 가질 수 없는 황금 뚝배기.

2018년 설 연휴가 시작됐다. 즐거운 연휴지만 친인척과 다툼이 벌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가족 간에 뚝배기가 언급되진 말아야 할 것이다. 실생활에서 뚝배기는 요리할 때만 써야 한다. 명심하자. 제 아무리 화가 나는 일이 있더라도 뚝배기 깬다는 말이나 행동은 게임 내에서만 존재해야 한다. 

◇ 즐거운 명절에 뚝배기 날릴 일은 없어야….(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발췌)

이시우 기자(siwoo@dailyesports.com)

Copyright © 데일리e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