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제국 꿈꾸는 마윈, 평창서 청사진 펼친다

손해용 입력 2018. 1. 16. 00:03 수정 2018. 1. 16.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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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넘어 글로벌 시장 본격 공략
후원사 자격으로 개막식에 참석
새 클라우드 서비스 '알리윈' 홍보
구글·애플같은 '공룡 기업' 목표
미국 등 5개국에 AI·IoT 연구소
AR·전기차·핀테크에 잇따라 투자
전자상거래 외에 수입원 발굴 나서
2014년 9월 알리바바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기념식에 참석한 마윈 회장이 활짝 웃고 있다. 당시 알리바바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250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현재 알리바바의 주가는 공모가격보다 3배 가량 오른 19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0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알리윈(알리바바 클라우드) 개발자들의 축제인 ‘윈치(雲棲)대회’.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향후 3년간 10억 위안(1650억원)을 투입해 전 세계에 미래 기술 연구소를 세운다고 발표하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개발자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마 회장은 “중국·미국·러시아·이스라엘·싱가포르 등 5개국 7개 도시에 인공지능·사물인터넷(IoT)·양자컴퓨팅 등을 연구하는 ‘다모아카데미’를 설립하겠다”며 “알리바바는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 혁신을 이끄는 엔진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계획은 알리바바가 세계 IT 혁신기업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마윈이 중국 시장을 넘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왕좌를 차지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시장에서 구글·애플과 같은 글로벌 공룡 기업이 되겠다는 마윈의 포부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 시장을 석권하며 몸집을 키운 알리바바가 사업 확장을 위해 글로벌 시장 곳곳을 적극적으로 노크하고 있는 것이다. 분야도 모바일 브라우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핀테크 등으로 각양각색이다.

그는 최근 들어 “구글·애플처럼 세계에 영향 주는 10대 기업에 들고 싶다”, “전 세계 20억 소비자를 위해 서비스하겠다” 등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5일 블룸버그·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모바일 인터넷브라우저인 UC는 인도·인도네시아에서 크롬을 제치고 1위다. 호주 멜버른에 본부를 열고, 말레이시아에 물류 및 전자상거래 허브를 구축하는 등 해외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첨단산업의 심장부인 실리콘밸리에서 연구개발에 나선 지는 이미 오래됐다.

알리바바가 투자한 기업도 ▶증강현실(AR) 기술업체 스위스의 ‘웨이레이’, 미국의 ‘매직리프’ ▶핀테크 기업 태국의 ‘어센트머니’, 인도의 ‘페이티엠’ ▶인터넷쇼핑 기업 인도네시아의 ‘라바다’ 등으로 다양하다. 또 일본의 혼다와는 커넥티드카 개발에 힘을 합쳤고, 전기차 제조업체 샤오펑 자동차 지분을 인수하는 등 자동차 분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유승호 선문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사업 지역과 대상이 주로 중국의 전자상거래에 한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마윈의 그간 발언을 분석해보면, 이제 규모에 걸맞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야 하고 새로운 수입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크다고 느끼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마 회장은 한국 시장에서도 ‘디지털 영토’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마 회장은 다음 달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 중국 기업으로선 10년 만에 올림픽 후원사로 나선 알리바바는 이번 평창 올림픽을 통해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알릴 계획이다. 알리바바는 후 2~3년 내 아마존과 함께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양강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알리바바는 이미 KT·SKC&C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IT 담당 임원은 “경쟁사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데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기간인 ‘광군제’ 때 수억 건의 결제를 처리하면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며 “처음에는 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이 주로 이용했지만, 지금은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를 위협할 정도로 국내 이용 기업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쇼핑몰 ‘알리 익스프레스’는 한국 소비자에게 스며든 지 오래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쇼핑몰로, 한국어 번역 서비스도 지원한다. 결제가 간단하고, 본인 집 주소로 바로 배송받을 수 있어 이용이 쉽다.

각종 전자 기기에 관심이 많은 김 모(41) 씨는 요즘 짬이 나면 ‘알리 익스프레스’를 뒤진다. 지난해 큰아들을 위한 생일선물로 드론을 구매한 이후 그는 액션캠, 빔프로젝터, 전동 킥보드 등을 이곳에서 샀다. 김 씨는 “품질은 고가 브랜드보다 약간 떨어지지만,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비슷한 제품을 살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해외 직구족이 즐겨 찾는 캐시백 사이트인 ‘이 베이츠’에 따르면 2016년까지만 해도 알리 익스프레스는 한국 직구족의 거래액 상위 쇼핑몰 순위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거래액이 전년의 세 배 이상으로 늘면서 아마존의 거래액을 추월했다.

세계경영연구원(IGM) 전한석 이사는 “디지털 시대 상품 교역에서 국경은 사라졌고, 소비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물품을 사기 위해 전 세계를 뒤진다”며 “알리바바의 국내 소매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역직구(해외 소비자가 한국 상품을 구매)도 알리바바의 입김이 세다. 현대로지스틱스·CJ대한통운 등 물류업체는 알리바바와 제휴를 맺고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알리바바의 결제시스템 알리페이는 롯데·신세계·신라 등 3대 면세점과 백화점을 포함해 국내에 3만 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모바일은행 ‘카카오뱅크’는 알리바바로부터 2000억원 대의 투자를 받고, ‘알리페이’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알리바바는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SM)에 355억원(지분 4%)을 투자해 온라인 음악 유통 사업 등을 협력하고 있다.

이처럼 마 회장이 글로벌 시장에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면서 미국에서도 알리바바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곳이 늘고 있다. 투자자문사 MKM파트너스의 롭 샌더슨 애널리스트는 CNBC 방송에서 “알리바바가 애플·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미국 IT 기업을 제치고 2020년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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