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애니메이션만의 '맛' 찾고 싶다"

고희진 기자 2018. 2. 12. 15: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일본은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를 찾아왔다. 이를 위해 안노 히데아키부터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호소다 마모루, 신카이 마코토 등 수많은 이름을 호명했다. 대부분 한국 영화계에도 소개된 이들이다. 또 한 명의 포스트 미야자키가 한국을 찾았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의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53)이다. 지난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기도 한 그의 작품은 현재 국내 상영 중이다. 감독의 작품이 한국에서 정식 극장 개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초, 관객을 만나기 위해 내한한 그를 서울 강남구의 한 영화사에서 만났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그는 이 작품이 대립을 넘어 화합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는 외딴 바다 마을에 사는 중학생 ‘카이’와 인어 소녀 ‘루’의 얘기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도쿄에서 이사 온 카이는 마음의 문을 닫고 음악에만 관심을 보인다. 외로웠던 그에게 찾아온 이는 음악만 들으면 발이 생겨 춤을 추는 인어 소녀 루다.

“보기에 무섭지만 인간을 좋아하는 캐릭터에 관한 얘기를 구상 중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뱀파이어가 주인공이었죠. 그런데 강하면서도 귀여운 이미지를 표현하기에는 인어가 나을 것 같아 캐릭터를 좀 변경했죠. 물의 이미지를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에 잘 됐다고 봅니다.”

영화는 선명한 색으로 가득 차 있다. 루가 사는 바다는 처음 초록색이었지만, 루의 감정 변화에 따라 노란색, 파란색으로 변한다.

“사실 일본의 바다 자체가 깊은 초록으로 보이는 곳도 있죠. 예전 일본 만화는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기 위해서 일부러 바다를 초록으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이번 작품엔 더 다양한 색상이 쓰였는데,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색으로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루의 바다만이 아니라 카이의 티셔츠 색도 변하는데요.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땐 주로 검은색 티를 입었던 카이가 루를 만날때는 좀 더 밝은 색 옷을 입죠.”

애니메이션 영화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중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애니메이션 영화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중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영화엔 다양한 그림체가 쓰였다. 기본적으로 수채화 느낌이지만, 어린이 만화에 쓰일 법한 화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풍부한 색의 활용, 하나의 톤에 구애받지 않는 그림체 등은 자유분방한 감독의 개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애니메이션만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변형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한 작품에 다양한 표현을 쓰는 건 옛날 일본 만화에서는 일반적이었요. 데즈카 오사무 등 거장의 작품에는 굉장히 많은 표현이 들어가 있죠.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지금 이런 작품을 보면 약간 어색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전작 <마인드 게임>, <킥-하트>,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 <핑퐁 더 애니메이션> 등을 보면 그가 하나의 스타일에 매여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애니메이션 만의 ‘맛’을 찾아내고 싶다”고 했다.

“최근 일본 애니는 실사에 가까울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지만, 저는 상상을 통해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단순하거나 변형되어 표현하면 관객이 한 번 더 평가하게 됩니다. 매우 사실적인 건 관객을 수동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관객의 상상 속에서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죠. 작품은 관객의 상상을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는 화면 못지않게 음악이 중요한 영화다. 주인공 카이는 아버지 몰래 밴드 음악에 심취한다. 루를 만난 것도 음악 때문이다.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영화엔 인간과 인어의 대립이 있고, 해가 드는 곳과 들지 않는 곳의 대립이 있어요. 음악도 마찬가지로 처음엔 대립의 개념으로 사용되죠. 하지만 결국엔 모두가 화합합니다. 음악을 통해 마음을 열고 화합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애니메이션 영화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중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애니메이션 영화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 중 한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감독의 작품은 점점 더 많은 한국 팬들과 만나는 중이다. 10부작 <데빌맨 : 크라이베이비>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이트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에도 서비스되고 있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올해 3월 한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장편 데뷔 전에는 <마루코는 아홉살>, <짱구는 못말려> 등 여러 작품의 작화를 맡기도 해 국내 팬들과도 친숙한 면이 있다.

차기작은 ‘일상’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작은 동네에 있는 소녀랄까요.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민하는 러브스토리를 생각 중이에요.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가 다양한 연령의 관객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면, 차기작은 좀 더 사랑을 아는 어른이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네요.”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