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항공사 '하늘의 반란'.. 가격은 저가, 서비스는 고급
인천~런던 왕복 최저 84만원, 기내엔 샤워부스·리무진 제공..
"중동 항공사는 푯값만 놓고 보면 저비용항공사(LCC) 수준입니다. 중동 업체 노선이 늘어나면 국내 항공사 입지도 더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국내 항공업계 관계자)

오는 6월 열릴 예정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우리 정부의 항공회담을 앞두고 국내 항공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UAE는 '그동안 한국과 중동을 오가는 승객이 급증했는데, 공급 노선은 십수 년째 그대로 묶여 있다'며 노선을 대폭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는 싼 가격과 고급 서비스로 세계 항공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든 '시장 파괴자' 중동 항공사가 한국 시장 확대를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013년 연간 2493편이었던 중동 항공사의 한국 운항 편수는 2017년 2747편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가격은 '저가', 서비스는 '고급'
중동 항공사는 UAE의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 카타르의 카타르항공 3사를 일컫는다. 이들의 가장 큰 무기는 '싼 가격'이다. 30일 항공권 검색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에서 6월 중순 인천~런던 왕복 노선을 검색해보니 에미레이트항공은 84만7000원, 에티하드항공은 91만원, 카타르항공은 105만6000원이었다. 대한항공은 126만3000원, 아시아나항공은 132만8000원이었다.
세 항공편 모두 허브공항인 UAE의 두바이나 아부다비, 카타르의 도하 등을 경유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경유표는 싼 대신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중동 항공사표는 그 불편을 감수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싸다"며 "중동에서 환승할 때 아예 하루를 머물며 사막 투어도 할 수 있어 단점이라고만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중동 항공사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내에 샤워부스를 만들거나 호화 리무진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도 고급화하고 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동 항공사는 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이점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막대한 자금력 비결은 정부 보조금?
세계 항공업계는 시장을 뒤흔드는 중동 항공사에 대해 대놓고 비난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 항공사들은 중동 정부의 무상대여금과 대출보증, 공항세 면제, 공항 인프라 무상 제공 등이 정부 보조금에 해당하기 때문에 부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 항공업계는 중동 항공사가 2005년부터 10년간 약 59조원의 보조금을 받았다는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하기도 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같은 해 EU 집행위원회에 중동 항공사의 불공정 경쟁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 델타항공은 지난해 15분 분량의 동영상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영상에서 에드 바스티안 최고경영자(CEO)는 "중동항공사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토대로 덤핑을 해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 그들은 우리 일자리를 빼앗고, 우리 노선을 점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크바르 알 바커 카타르항공 최고경영자는 이에 대해 "돈은 받았지만 정부 기금이 소유한 회사가 가진 정부 자금일 뿐 보조금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중동 공세로 전 세계 노선 줄줄이 사라져
중동 항공사의 저가 공세로 아예 노선을 폐지하는 항공사도 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2015년에만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20여 개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에어프랑스도 아부다비, 도하, 첸나이, 하노이 등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유나이티드항공·델타항공·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3대 항공사도 대부분의 인도 직항 노선을 없앴다. 호주 콴타스항공도 로마, 파리, 프랑크푸르트 노선을 없앴다. 콴타스항공 내부에선 '에미레이트항공에 승객을 데려다주는 지선(支線) 항공사로 전락했다'는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도 2014년 8월 인천~케냐 나이로비 노선을 없앴고, 인천~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노선도 2017년 2월부터 운행을 중단했다.
중동 항공사는 경쟁사의 직항 노선엔 덤핑에 가까운 가격 공세를 펴지만, 일단 경쟁사가 없어지면 고가 전략을 편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두바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항공권은 싸게 팔지만, 국적 항공사가 취항하지 않는 아부다비 노선 등은 비싼 가격에 항공권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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