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찍는 사람만 문제?..무심코 보는 당신도 가해자

'홍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에 이어 인기 유튜버 양예원의 스튜디오 성추행 촬영으로 불법촬영 영상 촬영과 유통에 대한 공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영상을 제조·유통하는 것 뿐 아니라 소지·시청하는 것도 피해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마약은 투약하면 불법인데 왜 불법 촬영물은?=최근 불법촬영 범죄는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대검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간 성폭력범죄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한 범죄는 바로 '몰카' 범죄로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가 전체 성폭력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3.9%(517건)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24.9%(7730건)에 달했다. 불과 10여 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불법촬영 범죄가 늘며 해당 영상이 인터넷에 고스란히 유포돼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도 배로 증가하고 있다. 돈을 주고 받으며 거래된 영상들이 과거 몰카 등 음란물의 온상이었던 ○○넷을 비롯한 불법 성인사이트와 각종 커뮤니티에 암암리에 올라오며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것이다.
피해자의 동의 없이 올라온 영상에는 피해자의 얼굴 등 신상이 고스란히 노출돼 피해를 더한다. 최근 여초사이트 '워마드'에 얼굴과 성기 등이 그대로 노출돼 성적조롱으로 2차 피해를 입은 누드모델이나 양예원의 노출 사진을 재유포해 구속된 20대 남성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영상들이 공급된다는 점이다. 보안 업체 서연시큐리티 관계자는 "몰카는 일종의 '산업'처럼 진행된다"며 "몰카를 찍어서 판매하고, 포털 카페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공유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불법촬영 영상을 찍고 유포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보는 행위 자체도 문제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디지털 성범죄(불법 촬영물) 시청자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자는 "마약류는 제조, 유통과 투약 모두 불법인데 디지털 범죄인 몰래카메라나 리벤지 포르노 등 영상물들은 제조와 유통까지만 불법이고 시청을 제재하고 있지는 않다"며 "이는 마치 마약 투약은 합법인 것과 같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인격 살인, 성희롱, 신상 공개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불법촬영 범죄를 없애려면 이를 시청하는 것도 막고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해당 청원은 28일 현재 6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방에서 혼자 보는 영상인데 뭐 어때?=당국도 이 같은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가족부와 경찰청은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불법촬영 영상 다운로드 등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해 부산경찰청에서 시행한 프로젝트 '스탑 다운로드킬'(Stop Downloadkill)이 대표적이다. 몰카 소비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일환으로 경찰이 일부러 유통 사이트에 가짜 몰카 영상을 업로드 한 것. 해당 영상에는 '몰카에 찍힌 그녀를 자살로 모는 것은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일 수 있다'라는 문구와 함께 귀신으로 변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부산 경찰은 해당 영상물은 2주 사이 무려 2만6000여 건이나 다운로드 됐는데 이 경고 영상으로 몰카 유통량이 일부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법촬영 영상을 대수롭지 않게 소비하는 낮은 의식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몰카를 찍거나 유통하는 것이 범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영상을 방에서 혼자 시청하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아 문제를 키운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회원 수가 80여만 명에 달하는 국내 대표적인 남초 커뮤니티에서 '국산 유출 야동 봐도 된다vs보면 안된다'는 주제로 설문 조사가 진행됐는데 해당 설문에 참여한 906명 중 절반이 넘는 480명이 '봐도 된다'고 답했다. 대체적으로 '보고 마는데 뭐 어떻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7·여)는 "유명 연예인 뿐 아니라 일반인 영상도 유출되면 '이 영상 본 적 있냐'며 얘기하거나 '영상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는 것을 더러 본 적 있는데 죄책감이나 문제의식은 없어 보였다"며 "오히려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아니라 영상이 유출된 피해자가 음란한 사람이 돼버린다. 일종의 온라인 강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법촬영 음란물을 시청하는 것도 엄연한 성폭력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불법촬영 영상을 소비하고자 하는 대중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몰카 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가 더욱 커지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영상을 소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결국 본질적인 가해자들"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이어 "불법촬영 영상 시청은 2차 가해가 아닌 직접적인 폭력과 다를 바 없다"며 "유출 영상이 유통되는 플랫폼에 대한 당국의 직접적인 규제도 필요하지만 여성의 신체와 성적 이미지를 거래하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는 문화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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