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방치된 아이, 빅데이터로 미리 찾는다

김재곤 기자 2018. 3. 9.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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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e아동행복시스템' 가동]
아동 맞춤형 빅데이터 활용, 문제 소지 발견땐 바로 가정방문
정부 '복지 사각지대' 없애려 27종 빅데이터로 '고위험군' 찾아

한 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두 살배기 A군은 엄마와 단둘이 원룸 주택에 산다. 엄마가 취업 준비를 하면서 근처에 사는 외할머니가 A군을 돌보곤 했지만 방치되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올해 초 A군 집을 예고 없이 찾아간 동사무소 직원은 A군을 상대로 영·유아 건강검진과 인지발달 검사 등을 실시하고, 지자체에서 주기적으로 A군을 돌볼 수 있도록 조치했다.

◇복지 분야에 확산되는 빅데이터 활용

지자체 직원이 위기에 놓인 A군 상황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덕분이다. e시스템은 지난해 학대로 숨진 '고준희양'처럼 학대나 방치되는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해 지원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여기엔 아동이 방치되거나 학대를 당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영·유아 정기 예방접종 및 건강검진 여부, 어린이집 출결 상황 같은 아동 맞춤형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그 결과 A군에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현장 방문에 나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시범 운영해온 e시스템을 오는 17일부터 전국적으로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최근 복지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6년부터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빅데이터를 활용해 왔다.

부모가 이혼한 B(14)군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 신장 투석을 받는 할머니와 함께 산다. 작년 7월 B군 아버지가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생계가 어려워지자 할머니는 대출을 받고 사채까지 끌어써야 했다. 생계가 막막해진 B군 가정도 빅데이터를 통해 징후가 포착됐다. 문제를 감지한 동사무소 직원은 지난 1월 B군 가정을 방문해 월 117만원을 긴급 지원하고,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을 위한 신청 작업을 진행 중이다.

복지부는 고용노동부·경찰청을 비롯한 정부 부처와 한국전력공사·신용정보원 등 14개 기관으로부터 27종의 빅데이터를 수집한다. 단전·단수, 건보료 체납, 실직 여부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자료와 함께 가정에 자살을 시도한 사람이 있는지 같은 정신적 문제를 살펴볼 수 있는 응급의료센터 등의 자료도 포함된다.

◇27종 빅데이터로 '고위험군' 가려내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통계 모델로 분석해 생계 위험에 빠졌다고 판단되는 '고위험군'을 가려낸 뒤 각 지자체에 이 내용을 전달한다. 읍·면·동 단위 지자체 직원의 현장 방문 조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작년의 경우 빅데이터를 통해 약 30만명 고위험군을 가려내 이 중 7만7000명(25.6%)에게 복지서비스를 지원했다. 생계 위험에 처한 것으로 예상한 가정 네 곳 중 한 곳꼴로 위험이 확인돼 지원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복지부 신지명 복지정보기획과장은 "빅데이터의 특성상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정보가 쌓이면 지금보다 더 손쉽게 고위험군을 가려내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 분야의 빅데이터 활용 사업은 지난 2014년 생활고에 시달리다 함께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정부가 사후 조사한 결과, 이들 세 모녀는 정부에 지원을 신청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정보 부족 등으로 미처 도움을 청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 업무를 담당했던 복지부 김도균 사무관은 "당시에도 지자체 직원들이 1년에 두세 차례 저소득 가정을 방문해 실태 조사를 벌였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문이 이뤄지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졌다"면서 "그 사건 후 복지 분야에 빅데이터 도입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미애 보건사회연구원 빅데이터연구팀장은 "앞으로 지자체들이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빅데이터를 활용하게 되면 복지 사각지대 발굴이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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