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 걸' 없이 돌아온 포뮬러원(F1).. 반응은?

브라질 포뮬러원에서의 '그리드 걸'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원(F1)이 지난 주말 새 시즌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눈에 띄게 다른 점이 있다. 경기장의 여성 홍보 모델 '그리드 걸(grid girl)'이 없다는 거다.

이전 같으면 경기 시작 전 니키 리와 같은 아름다운 여성 모델들을 트랙에서 볼 수 있었겠지만 이번은 아니다.

주최 측은 성 상품화 논란으로 '그리드 걸'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발표 후, 니키 리는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겠네요"라고 말했다.

리는 주최 측의 결정이 자신과 같은 여성 모델의 생계를 위협하고, 업계 내에서 여성 모델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그리드 걸'이나 '레이싱 모델'을 불편하게 보는 건 주로 여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에 르망(Le Mans) 대회에서 사람들이 저에게 맥주병을 던졌는데 그들은 다 누군가의 부인이나 여자친구였다"며,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이) 옷 입은 거에 대해 지적해 얻는 게 도대체 무언가. 나는 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다른 여성을 지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니키 리뿐 아니라 다른 F1 모델들도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https://twitter.com/queen_m_xo/status/959079673727799296

페미니스트 여러분, 저희가 학대당하거나, 불행하거나, 강압에 의해 이 일을 하는 거로 보이나요?

여성 모델을 없앤 건 포뮬러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영국의 프로 다트협회도 '워크 온 걸'이라 불리는 여성 경기 안내원을 이제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스포츠경기에서 여성 홍보 모델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눈요기용'으로 폄하한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스포츠경기에서 여성 홍보 모델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다고 지적한다

'그리드 걸'로 활동해온 루시 스톡스(22)는 '그리드 걸'과 다른 분야의 모델이 무슨 차이냐고 반박했다.

그는 "막스 앤 스펜서(Marks & Spencer)도 속옷 모델이 있다"며 "그럼 그들도 (성적 대상화) 비판을 받아야 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포뮬러원의 여성 선수의 생각은 어떨까?

17세에 최연소로 (그리고 첫 여성으로) 영국 GT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제이미 채드윅은 '그리드 걸'에 초점을 두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공은 기계, 즉 차량이다. 만약 '그리드 걸'을 보러온다면 그 자체가 핵심을 놓치는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드 걸'에 대한 편견이 많지만 많은 모델들이 학생이거나 다른 일도 병행하고 있다. 그냥 일을 하고 있는 아름다운 여성이고, 모터스포츠를 사랑하는 여성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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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각에서는 '그리드 걸'과 '워크 온 걸'의 폐지에 이어, 격투 경기에서 이번이 몇 번째 라운드 시작인지를 알려주는 '링 걸' 혹은 '라운드 걸' 역시 없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전직 '링 걸'인 로렌 프레인은 맨체스터와 런던에서 150여 명의 여성들을 스포츠경기 여성 홍보 모델로 소개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모델뿐 아니라, 아이 엄마에서 대학생까지 다양하다.

프레인은 그가 평생 일해온 업종이 위협에 처했다며 "스포츠경기 모델이 일반 모델과 다른 점을 모르겠다. 일하면서 겪은 희롱보다 그냥 테스코나 운전 중에 남성에게 겪은 희롱이 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