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와 이치로, 日 두 야구 천재의 '같고도 다른' 도전

오타니의 도전, 이치로의 도전
미국 프로야구에서 오타니 쇼헤이의 활약이 한미일 야구팬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오타니는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는 '이도류'가 미국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당당히 도전 중이다.
그리고 또 다른 도전을 이어가는 일본 선수가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친정팀인 시애틀로 돌아온 스즈키 이치로다. 이치로는 어렵게 계약에 성공한 이번 시즌, 우리 나이 46살에도 현역생활을 이어가는 철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선수 모두 일본에서 뛰던 시절 그리고 미국 진출 이후에도 '천재'란 찬사를 받아왔다. 하지만 '천재'라 불린 선수들이 천재다운 '놀라운 결과'를 내는 게 당연한 것은 아니다. 찬사를 증명하는 데는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른 방향의 노력, 같은 목적지
오타니와 이치로 중 어느 쪽이 더 천재라 불리기에 적합할까? 신체는 확연히 다르다. 오타니는 신장 193cm에 체중은 100kg에 조금 못 미친다.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운동선수로서 탁월한 신체다. 이치로는 신장은 180cm에 체중은 80kg 아래다. 나쁘지 않지만, 메이저리거 중에는 오히려 작다고 말할 수도 있다.
다른 신체조건 만큼 노력도 달랐다. 이치로는 최근 한국 야구에도 불고 있는 소위 '벌크업 열풍'과 반대로 특별히 웨이트 운동에 열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구에 필요한 근육은 야구에서 입수할 수 있다'는 이치로의 신념이다. 비시즌엔 자신의 각 근육 부위에 맞춘 맞춤형 웨이트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미국식 훈련보단 자신의 야구에 맞는 최적의 신체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치로가 중히 생각하는 것은 스트레칭이라고 한다. 타석 전은 물론이고 경기가 끝나고도 철저히 스트레칭을 한다. 이치로는 '미스터 메이'라고 불렸을 정도로 5월 타율이 높았다. 스프링캠프 때 피로해진 근육이 실전에 들어가면서 최적의 몸 상태로 돌아온다는 것이 그 이유인 듯하다. 이치로는 전성기 시절 부상도 없었다.
일본 언론에선 이치로를 사무라이에 곧잘 비유한다. 자신의 스윙이 체화된 몸을 가지고 휘두르는 불필요한 동작이 없는 스윙. 이치로가 추구하는 바는 무도와 닮아있다. 이치로의 훈련은 몸에 무언가를 더하기보단 필요없는 부분을 덜어내는 것처럼 보인다.
이치로의 훈련이 '빼기'의 훈련이라면 오타니는 '더하기'다. 프로 입단 이후 줄곧 몸을 키워왔다. 현 시카고 컵스의 다르빗슈 유 등이 앞장섰던 근력 트레이닝, 이른바 '거대화' 트렌드를 따랐다. 축복받은 신체조건에 니혼햄에 입단 이후 몸만들기에 더 집중했다.
오타니는 2015년 시즌 이후 비시즌에 하루 7끼를 먹는 폭식 트레이닝을 했다는 일화도 있다. 당시 90kg 초반대였던 체중은 폭식 훈련 이후 100kg대를 돌파했다. 그 결과일까? 그 시즌 오타니는 일본프로야구에서 비공인이지만 역대 가장 빠른 시속 165km를 던졌다.
이치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날카로움을 살렸다. 오타니는 미국식 그대로 승부를 걸었다. 힘의 야구인 미국 무대에서 힘으로 정면 도전한 것이다. 방향은 다르지만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

재능에 책임지는 노력
이치로는 수많은 루틴을 가진 선수로도 유명하다. 타석에서 루틴은 거의 매 경기하고 있다. 타석 전에 골프 스윙 같은 동작은 몸의 열을 억제하기 위해서라고도 한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다. 식사나 생활에서도 수많은 루틴을 지키고 있다. 그런 작은 부분까지 컨트롤하는 것은 신체보다는 정신의 영역일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아직 현역에서 활약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일 수도 있다.
오타니가 학창 시절 세운 목표는 일본 TV를 통해 소개돼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된 적 있다. 막연한 노력의 양이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오타니는 고교 1학년 때 일본 8개 구단으로부터 드래프트 1순위를 받는 것을 목표로 9가지 목표(몸만들기, 제구, 구위, 멘탈, 시속 160km, 인간성, 변화구, 운)를 만들고,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9가지 방법도 짰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운이란 항목이다. 오타니는 '쓰레기 줍기', '인사하기', '긍정적 생각'이 운으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었다. 오타니는 사이영상 투수인 클리블랜드의 코리 클로버를 상대로 홈런을 치고도 "실투를 친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겸손함이 더 많은 운을 불러올 수 있을까.

계속 이어지는 도전
오타니의 도전은 연일 야구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성공적인 데뷔에도 여전히 물음표는 남아 있다.
'언제까지 이도류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많은 사람이 아직 확신을 갖지 않고 있다. 이도류를 이어가기 위해 오타니는 앞으로도 주위의 편견과 계속 싸워야 한다.
이치로의 경우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이치로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의 활약보다는 은퇴 시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치로가 현역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팬들은 놀라고 있지만, 이치로의 생각은 조금 다를 것이다.
이치로는 은퇴를 위해 뛰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조금이라도 더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고 있다.
문영규기자 (youngq@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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