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골프매거진] 풀세트의 변신 진화된 '종합선물세트'

CALLAWAY SOLAIRE 여성 골퍼들을 위한 캘러웨이의 맞춤형 풀세트. 드라이버와 우드, 하이브리드는 낮고 깊은 무게중심 설계로 안정적인 방향성과 비거리를 보장한다. 캘러웨이 특유의 솔 디자인은 러프에서도 쉽게 공을 빼낼 수 있게 도와준다. 퍼터는 오디세이 제품으로 구성됐다. 캐디백에는 바퀴를 달아 이동 시 편리함을 더했다. [사진 신중혁]

1990년대 후반까지 골프 시장에는 ‘짝퉁’이 기승을 부렸다. 당시만 해도 골프는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클럽과 용품들도 고가로 유통됐다. 골퍼들이 ‘명품 가방’처럼 명품 골프 브랜드를 추종하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이런 틈새를 노려 짝퉁들이 성행했다. 짝퉁들은 품질과 기능이 아닌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정품인 골프용품들이 고가로 유통됐기 때문에 클럽 가격은 그야말로 핫 이슈였다. 당시는 골프용품에 약 20%의 특소세가 매겨졌고, 공식 수입업체를 통하지 않고선 진품을 구입하기도 쉽지 않았다. 풀세트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도 저렴한 가격 덕이었다. 정상적으로 구입하면 3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데 100만원 내 금액으로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세트, 퍼터는 물론이고 골프백까지 모두 구입 가능한 패키지가 나왔으니 골퍼들의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TITLEIST 917 DRIVER & FW/818 HY/718 AP2 IRON/SM7 WEDGE/NEWPORT 2.5 PUTTER 타이틀리스트의 신제품들로 구성된 풀세트. 드라이버와 우드에는 슈어핏CG 무게추 시스템이 적용돼 골퍼가 원하는 무게로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다. 아이언은 일관된 타깃 공략을 가능하게 해준다. 웨지는 로프트별 역할에 따라 그루브의 디자인을 달리했다. 블레이드형 퍼터인 뉴포트 2.5는 진동 흡수 소재를 삽입해 편안한 퍼팅 스트로크를 돕는다.

특히 품질을 떠나서 골프 입문을 위해 클럽부터 구비하고 싶어하는 비기너들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초보자의 경우 어떤 골프클럽이 필요한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에 연습용이나 필드에 나갈 수 있는 자신만의 장비를 덥석 구매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래서 풀세트가 반짝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시장 가격 대비 터무니없는 금액에 거래되는 용품들이라 품질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헤드가 깨지는 건 다반사였고, 그립이 벗겨지거나 샤프트가 심하게 휘는 클럽이 대부분이었다. J&J 길제성 피터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품질이 조악한 풀세트들이 대부분이었다. 60만원, 70만원 대도 있었다. 100만원 안으로 가격 구성을 하다 보니 그립은 연습 몇 번에 껍질이 벗겨지는 수준이었다. 풀세트를 선보인 국내 업체들이 제법 있었는데 결국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2005년 골프클럽에 매겨진 특소세가 폐지됐고, 병행 수입이 늘어나 골퍼들의 선택 폭은 넓어졌다. 공식 대리점과 백화점 외에도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구미에 맞는 클럽을 구입하는 추세가 됐다. 그렇다고 가격 이슈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소셜커머스나 대형마트에서는 심심치 않게 ‘대박 패키지 풀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름 없는 브랜드라 할지라도 40만~50만원 대의 풀세트는 여전히 불티나게 팔린다.

여성층 타깃, 가성비 으뜸

시대가 변하면서 풀세트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젝시오, 야마하, 캘러웨이 등 주요 업체들도 정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된 풀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이제는 입문자뿐 아니라 중급 골퍼들까지 즐길 수 있고, 클럽 구성 고민까지 한 번에 해결해주는 종합선물세트로 변했다. 골프존 마켓 압구정점의 직원은 “풀세트는 가성비가 좋아 찾는 손님들이 많고, 특히 여성들의 경우 풀세트 구입 점유율이 꽤 높다”고 귀띔했다.

여성의 경우 풀세트는 보통 드라이버와 우드, 하이브리드, 아이언(6~9번), 웨지, 퍼터, 캐디백으로 구성된다. 이런 조합으로 갖추려 하면 최소 300만~500만원이 필요하다. 프로 선수들도 대개 이 정도 수준으로 클럽을 구성하고 있다. 던롭 클럽과 캐디백 등을 사용하고 있는 박인비의 경우 풀세트의 금액을 따진다면 400만원 선이다.

AYLORMADE M4 신기술 트위스트 페이스를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일러메이드의 M 시리즈. 토우와 힐 쪽에 굴곡을 줘 미스샷에 대한 관용성을 높여 정확한 샷을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아이언은 헤드 페이스 뒷면 토우와 힐의 강도를 더욱 높였다. 이를 통해 페이스 중앙의 반발력이 높아졌고, 톱 라인의 진동을 최소화해 타구감과 타구음을 개선시켰다. 한층 보완된 스피드 포켓은 비거리의 손실을 줄여준다.

물론 풀세트가 1억원에 육박하는 고가도 있다. 혼마 5스타 풀세트를 구입하려면 1억원 이상 든다. 일일이 개별 금형을 만들어 제작됐고, 골프클럽 장식에 들어가는 도금도 모두 24K 순금으로 처리돼 있다. 그립 끝부분에도 황금을 넣어 무게를 맞춘다. 그야말로 ‘금빛 클럽’이다.

이런 고가의 클럽과 비교한다면 최근에 출시된 풀세트의 구성은 확실히 가성비가 뛰어나다. 5월 출시될 캘러웨이의 여성클럽 2018년형 솔레어는 풀세트 가격이 170만원대로 저렴하다. 캘러웨이는 2년 주기로 솔레어를 출시하고 있다. 대리점에 가보면 150만원대로 저렴한 여성용 풀세트도 있다. 풀세트의 타깃층은 여성이 다수다. 골프존이 내놓은 ‘2016년 국내 골프인구 추정’ 자료를 보면 국내 골프인구 800만 명 중 여성이 255만 명(31.9%)으로 집계됐다. 여성 골퍼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골프용품사들은 여성용도 남성용 못지않게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하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YES골프 등 비주류 업체들도 저렴한 가격대의 풀세트로 여성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여성용 풀세트 구성의 특징은 편안함이다. 여성 골퍼들의 경우 편안하게 공을 띄우고 보낼 수 있는 구성을 선호한다. ‘슈퍼땅콩’ 김미현의 경우 3, 5, 7, 9, 11번 등 5개의 우드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를 누비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LPGA투어 통산 8승을 챙긴 김미현은 ‘우드의 마술사’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단타자였지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우드를 적극 활용하며 효과를 봤다. 남자 프로 골퍼들도 쉬운 채를 원하는 추세는 매한가지다. 최경주는 4~6번 하이브리드를 애용하고, 양용은은 하이브리드 4개로 세트를 구성해 미국프로골프협회(PGA)투어를 정복했다. ‘탱크’ 최경주는 PGA투어 통산 8승을 챙기며 아시아 선수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다.

CLEVELAND LAUNCHER 클리블랜드에서 새롭게 선보인 2018년형 런처 풀세트. 새로운 하이보어 크라운은 임팩트 시 반발력이 더해져 최상의 볼 스피드를 만들어내며 초경량 호젤 설계를 통해 탄도와 관용성을 더욱 높였다. 아이언은 CBX와 HB 두 종류로 나뉜다. CBX는 투어 집 그루브와 V솔을 통해 일관된 스핀과 최적의 탄도를 제공한다. HB는 중공구조와 고강도 스틸 페이스로 제작돼 하이브리드와 같은 관용성과 비거리를 선사한다.

우드나 하이브리드는 정타를 맞히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비거리를 낼 수 있다. 그래서 용품업체들은 공을 쉽게 띄울 수 있는 샬로우 페이스 디자인의 치기 쉬운 우드를 개발하고 있다. 롱 아이언 대신 우드나 하이브리드를 추가하고, 아이언 세트를 비교적 치기 쉬운 6번부터 구성하는 게 최근 풀세트의 흐름이다. 솔레어의 경우 드라이버 외에 우드 3개, 하이브리드 2개로 구성됐다.

2001년 여성 초보자를 위한 클럽으로 출시된 뒤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야마하골프의 페미나는 ‘더 가볍게, 더 자신 있게’ 칠 수 있는 클럽을 표방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드라이버 무게 248g, 클럽 길이 43.75인치로 야마하골프 여성 라인 중 가장 가볍고 짧다. 이로 인해 힘이 세지 않은 여성 골퍼들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스윙 웨이트(스윙을 할 때 느껴지는 골프클럽의 중량)가 B9로 편안하다. 여자 골퍼의 일반적인 스윙 웨이트가 C3~C8 수준이지만 B9는 더 가벼운 클럽이라는 의미다.

세련된 디자인, 스마트한 구성

골프 실력도 실력이지만 여성들에게는 미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여성용 풀세트는 어디에서나 골퍼들을 빛나게 해줄 수 있는 콘셉트로 제작된다. 세련된 디자인과 화려한 외관이 두드러진다. 갖가지 색상과 다양한 문양들이 여성 골퍼들을 유혹한다. 2018년형 페미나 시리즈의 경우 스포티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헤드가 커서 디자인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이뿐 아니라 큰 헤드는 공을 맞히기 쉽게 도와주고 무게중심이 낮아 탄도도 높다.

AMAHA FEMINA 페미나 시리즈는 ‘여성 초보자를 위한 클럽’을 표방한 제품이다. 클럽의 무게는 줄이고 헤드 페이스는 크고 넓게 제작해 힘이 약한 여성 골퍼들도 무리 없이 공을 스윗 스폿에 명중시킬 수 있다. 야마하의 독자적인 프리코프 솔(Fricoff Sole)을 적용해 헤드가 지면을 부드럽게 빠져나가고 공은 쉽게 띄울 수 있도록 했다. 여성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세련된 디자인도 눈에 띈다.

캘러웨이 솔레어는 취향 저격 디자인은 물론이고 한국 시장을 위한 전용 캐디백까지 완벽한 풀세트 구성이다. 프리미엄 디자인의 캐디백은 여성들의 편의와 기능을 위해 바닥에 바퀴가 달려 이동이 편하다. 무거운 클럽의 무게를 어깨에 느끼지 않아도 되고 우아하게 걸을 수 있다. 최근 유행하는 트렌디한 헤드커버 장착으로 에지를 더욱 살려주기도 한다.

기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길제성 피터는 “여성 라인업의 경우 기능성 측면이 브랜드의 주력 모델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요즘에는 풀세트에도 양질의 샤프트와 헤드가 장착됐다”고 설명했다. 드라이버는 넓은 스윗 스폿과 저중심 설계로 안정적인 탄도를 추구하고 있다. 우드와 하이브리드는 어떤 라이에서도 공을 쉽게 띄울 수 있도록 기능성을 강조한다. 여기에 높은 탄도와 관용성을 제공하는 아이언으로 구성됐다.

PING G400 G시리즈의 모든 기술을 한데 뭉친 야심작. 드라이버는 445cc의 유선형 헤드로 다운스윙 때 공기저항을 15% 감소시켰고, 3중 공기역학 설계를 통해 비거리를 최대화했다. 아이언은 풀 캐비티 배지를 장착해 임팩트 시 진동을 최소화시키면서 타구감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페이스는 스테인리스스틸을 채용해 반발력을 크게 높였다. 하이브리드와 드라이빙 아이언의 역할을 결합시킨 크로스오버로 구성돼 있다.

용품업체에서 추천하는 풀세트는 검증된 라인업이라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또 샤프트도 자신의 스펙에 맞게 커스텀마이즈가 가능한 제품도 있다. 고급 제품은 물론이고 가격 할인 혜택도 얻을 수 있다. 테일러메이드, 타이틀리스트 등의 업체들은 같은 구성과 라인이지만 남녀 모델을 따로 출시하기도 한다.

스마트한 구성도 풀세트의 강점이 될 수 있다. 구성이 일률적이지 않다. 페미나의 경우 드라이버, 우드 2개, 유틸리티 1개, 아이언 6~9번, 웨지 3개, 퍼터 등 꼭 필요한 구성만 알차게 담았다. 이처럼 고객의 니즈에 따라 구성을 스마트하게 꾸릴 수 있게 변하고 있는 추세다. 핑골프와 타이틀리스트, 테일러메이드 등도 고객이 요구하면 스펙에 맞춰 풀세트를 구성해준다. 우원희 핑골프 부장은 “같은 라인의 드라이버, 아이언 등을 풀세트로 조합하면 클럽별 밸런스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냥 쳐도 크게 무리 없이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여기에 피팅을 조금 가미한다면 완벽한 맞춤형 풀세트가 될 수 있다.

온라인 골프마켓에는 ‘꿈의 풀세트’도 인기다. 브랜드별로 가장 인기 좋은 제품들만 골라서 기획으로 묶은 풀세트다. 각 클럽별 베스트셀러로 구성된 풀세트도 있다. 신형이 아닌 구 모델이지만 운이 좋으면 정상 금액 대비 30~50% 할인된 대박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최근 트렌드에 발맞춰 몸집을 대폭 줄인 하프 세트도 초보와 여성 골퍼들에게 풀세트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잔디가 파릇파릇 올라오는 봄날, 가성비와 스마트한 구성으로 다시 태어난 풀세트로 최대 난제인 클럽 고민을 해결해보면 어떨까.

신봉근 기자 shin.bonggeun@jtbc.co.kr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