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영국 귀족도 사로잡은, 활동성 충만한 '래글런 코트'
래글런 코트(Raglan Coat)_하
상편에 이어
[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41]
1. 래글런 소매의 장점
언급했다시피 래글런 소매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활동성이다. 래글런 소매는 재봉선이 목에서 겨드랑이 방향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어깨 부위 움직임이 자연스럽다. 이에 비해 셋인 소매(set-in sleeve)는 어깨에 재봉선이 있기 때문에 움직일 때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든다.
또한 래글런 소매는 겨드랑이 부위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 '팔이(혹은 겨드랑이가) 끼는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셋인 소매 방식으로 겨드랑이를 넓게 재봉하면 상의 형태가 무너질 뿐만 아니라 팔을 몸에 붙이고 있을 때 천이 겹쳐 오히려 거추장스럽다. 덧붙여 겨드랑이 쪽이 넓으면 자칫 둔해 보일 수 있지만 목에서 어깨로 이어지는 대각선의 디자인이 이를 상쇄한다.

래글런 소매는 나일론과 같은 화학섬유의 탄력성과 회복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재봉 방식이다. 어깨와 팔이 일체형으로 돼 있기 때문에 소재 자체의 신축성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흔히 저지(jersey)라고 부르는 스포츠 유니폼을 래글런 소매 방식으로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2. 사냥복과 블라우스, 전쟁터의 군용 외투에서 민간 패션으로
한편 크림전쟁에 참전했던 영국 귀족 출신의 장교들은 래글런 코트를 입고 사냥이나 승마를 했다. 래글런 코트 착용을 '격식에서 벗어난 행동'으로 보는 보수적인 귀족들도 있었지만, 워낙 편했기 때문에 점차 많은 이들이 이를 선호하게 됐다.


하지만 셋인 소매 방식으로 만들어진 코트, 점퍼, 저지 등을 '정통'으로 보는 경향은 아직도 남아 있다. 예를 들면 2017년판 영국 사냥 가이드에는 "격식 있는 사냥터에는 래글런 소매 방식이 아니라 셋인 소매 방식으로 재봉된 외투를 입으라"고 적혀 있다.


20세기 여성복 디자이너들은 래글런 소매 방식의 풍부한 표현력을 충분히 활용했다. 1920년대 전후에는 목에서부터 내려오는 주름과 풍성한 레이스로 상체를 강조하는 래글런 블라우스가 크게 유행했다. 1950년대 이후부터는 자연스러운 어깨선이 드러나는 방식의 래글런 원피스가 유행했다.(아래 사진 참조)


[남보람 전쟁사 연구자·육군군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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