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온가족 둘러앉아 김치 꿰고 쇠고기 꿰고 情이 노릇하게 익는다

기자 2018. 2. 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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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느르미는 기름진 음식 일색인 설 명절에 느끼하지 않아 상큼하게 먹을 수 있는 꼬치 요리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명절 별미 ‘김치느르미’

쇠고기·파·버섯 꼬치에 꿰어

전 부치듯이 구우면 ‘느르미’

김치 더해주면 ‘김치느르미’

양념 배어있는 김치가 주인공

묵은지에 참기름 버무려 준비

고소하면서도 느끼함 잡아줘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을 앞두고 부모님이 계신 남해에 내려갈 생각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설날 하면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방앗간에 가서 떡국 떡 뽑는 것도 구경하고 갓 나온 뜨끈뜨끈한 가래떡을 쥐고 먹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뽑아 온 가래떡은 하루 정도 굳힌 다음 얇게 썰어 설날 아침 끓여 먹을 수 있게 준비하는데, 이제는 동네 방앗간도 거의 자취를 감춰서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던 그 분주한 풍경은 기억 속에만 남아있다. 설에는 이렇게 준비한 가래떡으로 만든 떡국을 비롯해 나물, 전, 식혜 등 갖가지 음식을 준비해 조상께 예를 올린 다음, 온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눠 먹었다.

지금도 이런 전통은 계속되고 있지만, 예전과 달리 찾아오는 친척들도 줄고 음식 만들기나 제사도 많이 간소화됐다. 가족끼리 국내나 해외로 여행 가는 풍경도 많이 보게 되고, 제사 음식도 주문만 하면 알아서 척척 소포장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도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명절 풍속도가 바뀌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우리네 전통문화가 너무나 빨리 사라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아이들 후대에는 기억에조차 없을 것 같아 그 부분이 특히 아쉽다.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정서와 기억 자체가 영감과 창의를 주는 소중한 경험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명절에 특별히 해먹는 음식들에 대한 기억은 더욱 아련하다. 우리 집은 설이면 어머니께서 꼭 김치느르미를 만들어주셨다. 명절에는 보통 기름진 음식이 많은데, 김치느르미는 기름을 두르고 부치는 전의 일종이지만 그래도 적당히 간이 밴 김치를 사용해 느끼함이 덜하고 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느르미라고 하니 이름이 다소 생소할 수 있는데 누루미 또는 누름적이라고도 한다. 느르미는 쇠고기, 도라지, 파, 표고버섯 등을 대꼬치에 꿰어서 마치 전을 부치듯 밀가루와 달걀을 묻혀 노릇하게 지진 음식이다. 배추김치를 적당한 사이즈로 잘라 이 재료들과 함께 나란히 꿰어 조리하면 김치느르미가 되는 것이다.

김치는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한식의 대표 음식이다. 일찍이 선조들은 김치가 발효를 통해 맛과 영양이 증폭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발효가 가장 잘되는 상태로 보관하기 위해 김장철에 김치를 담그면 항아리에 담아 땅에 묻어 보관했다. 또한 김장독에서 꺼내어 먹었을 때 톡 쏘는 맛있는 탄산미를 극대화하고 우리 몸에 좋은 김치 유산균의 활발한 증식을 돕기 위해 무거운 돌을 위에 얹어 김치가 국물 속에 푹 잠기도록 했다.

이렇게 우수한 우리 전통발효 음식인 김치가 식재료로 쓰이는 명절 음식이 그다지 많지는 않은데, 그래서인지 김치느르미는 더욱 애착이 간다. 내친 김에 아내와 아이들에게 미리 명절 별미음식을 맛보게 해줄 참으로, 냉장고에 있는 묵은 김치와 쪽파를 꺼냈다.

김치느르미에 사용하는 김치는 묵은지가 알맞다. 통배추김치는 양념소를 씻지 말고 살살 털어낸 다음 줄기만 골라 길게 썰어 참기름에 가볍게 버무려준다. 그 외 재료로 쇠고기, 표고버섯, 통도라지는 각각 양념을 발라서 준비해 대꼬치에 꽂아 밀가루와 계란옷을 입힌 후 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워주면 된다.

주로 명절에나 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었지만 정성껏 준비한 김치느르미는 식탁을 더욱 빛나게 하는 별미 반찬요리이고, 훌륭한 간식이자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아이들은 쇠고기가 들어있어 좋아하고 어른들은 김치가 들어있어 느끼하지 않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세계인의 축제인 동계올림픽이 평창에서 열리고 있다. 잔치에 한식도 선보이고 있다. 김치느르미는 한국 고유의 음식인 김치에 그들도 익숙한 식재료인 쇠고기, 버섯 등을 꿰어 고소하게 지져낸 요리다. 재료마다 양념장을 별도로 묻혀주어야 하고 꼬치에 꿰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함께 만들면 그 또한 명절의 즐거움이고 추억이 된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만들어 보세요

재료(2인분 기준)

배추김치 1/4포기, 쇠고기 150g, 통도라지 반줌, 마른 표고버섯 3개, 밀가루 4큰술, 달걀 2개, 쪽파 반줌, 김치 양념(설탕 한 꼬집, 참기름 1/2작은술), 쇠고기 양념장(간장 1큰술, 설탕 1/2큰술, 다진파 1작은술, 다진마늘 1/2작은술, 생강 1/4작은술, 깨소금 1/2작은술, 참기름 1/2작은술, 후춧가루 한 꼬집), 표고버섯 양념장(간장 1작은술, 설탕 1/2작은술, 다진파 1/2작은술, 간생강 조금, 간마늘 조금, 참기름 조금), 도라지 양념(소금 한 꼬집, 참기름 1/4작은술), 초간장(간장 2큰술, 식초 1큰술, 설탕 한 꼬집)

만드는 법

1. 배추김치는 소를 털어내 7×1㎝ 정도로 잘라 참기름에 버무려준다.

2. 쇠고기는 0.6㎝로 두께, 폭 1㎝로 김치와 같은 길이로 썰어서 준비된 양념장에 밑간을 해준다.

3. 통도라지는 반으로 자른 후 소금을 넣고 주물러 쓴맛을 뺀다. 그다음 끓는 물에 데쳐 반으로 잘라 밑간.

4. 마른 표고버섯은 불렸다가 김치 크기로 잘라준 다음, 양념에 무친다.

5. 쪽파는 깨끗이 씻어 뿌리 쪽을 기준으로 김치 길이로 썰어 준비한다.

6. 준비한 재료들을 대꼬치에 번갈아 가면서 끼워준다.

7. 꼬치에 밀가루를 묻힌 후 달걀에 살짝 담가 노릇하게 구워준다.

8.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 초간장과 함께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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