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韓方 침 한방이면 뭉친 근육 싹.. 아이스하키 귀화 선수가 더 좋아해요"

송혜진 기자 2018. 1. 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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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한방치료 돕는 김성균 한의사
아이스하키 직접 배우다
대표 선수들 치료해 주려면 동작 더 자세히 알아야
틈나는대로 경기 봤죠 그러다 매력에 푹 빠졌다
운동 선수들이 韓方 찾는 이유
평시 정형외과 팀닥터 찾지만 반복된 훈련으로 근육 뭉치고
어깨 굳고 담 결리면 찾아와 해외원정 경기前 꼭 들르죠
"쩍벌남처럼 앉으라"
엉덩이와 배에 힘 제때 줘야 척추가 제대로 정렬되죠
잘 서고 걸으면 최고 운동 덜 앉기만해도 침 맞을 일 없어
2일 서울 방배동 자신이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한의사 가운을 입고 하키 스틱을 들고 선 김성균. 그는 “운동 한두 시간 땀 흘려 하는 것보다 평소 스마트폰 덜 보고 덜 앉아 있는 게 몸에 훨씬 더 유익하다”고 했다. / 김지호 기자

"캐나다에서 귀화해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골리(골키퍼)로 뛰고 있는 맷 달튼이라는 선수가 있어요. 안양 한라 실업팀 출신이라서 별명이 '한라성'이에요. 세이브율이 92~93%쯤 되죠. 이 친구가 본래 바늘을 무척 싫어했어요. 주위 동료들이 '한방 침 맞아 보라'고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죠. 그런데 작년 3월쯤 캐나다에 아기가 태어나면서 계속 비행기로 우리나라와 캐나다를 왔다 갔다 했더니 컨디션이 너무 나빠졌어요. 그때 한방 치료를 받았죠. 침(鍼)이라는 걸 처음 맞아본 거예요. 그 이후로는 한방 침 마니아가 됐죠. 이젠 경기가 있을 때마다 찾아와 '여기 아픈 곳에 바늘 좀 꽂아 달라'고 하니까요(웃음)."

한의사 김성균(44)에겐 '한방(韓方)으로 운동선수 잡는 남자'라는 별명이 있다. 2014년 당시 한의사로선 드물게 크로스핏 코치 자격증을 따고 체육관과 한의원을 함께 운영하면서 운동선수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팀, 서울고등학교 야구부, 대한수영연맹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들과 교류하며 이들을 치료했고, 2017년 초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팀 공식 팀 닥터가 됐다. 이 선수들 중 11명이 올해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뽑히면서 현재 비공식적으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한방 치료를 돕고 있기도 하다(이들 공식 팀 닥터는 최인철 정형외과 전문의다). 김씨가 최근 운동할 때뿐 아니라 평소 생활할 때 건강을 망치는 자세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 '데스크 바운드'를 번역하고 펴냈다. 2일 서울 방배동에서 만난 김씨는 "오래 운동선수들을 지켜보니 아무리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평소 자세가 나쁘면 성적도 덩달아 나빠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잔소리를 세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아이스하키 선수 몸에 침 꽂는 남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에겐 정형외과 전문의 팀 닥터가 있죠. 한방 치료를 굳이 더 받을 필요가 있습니까.

"경기 중 큰 부상을 당하거나 눈에 보이는 뚜렷한 증상이 있으면 정형외과 치료를 받죠. 반복되는 훈련으로 피곤하고 근육이 뭉치고 어깨가 굳고 담이 결리는 증상이 반복되면 제게 옵니다. 경기 뛸 때 몸이 안 다치고, 또 덜 다치도록 예방하고 싶어서겠죠. 한마디로 전 워밍업을 돕는 사람인 거죠."

―오면 침만 맞습니까.

"부항도 하고 뜸도 뜨고 피도 뽑죠. 선수 중 외국인이 꽤 많아요. 맷 달튼 선수도 그렇고, 브락 라던스키, 알렉스 플란트 선수도 있죠. 다들 처음엔 무서워하는데, 나중엔 우리나라 선수보다 더 심하게 좋아해요. 낯설어도 막상 받고 나면 몸이 가뿐해지는 걸 경험해서겠죠.'코리언 메디슨 클리닉, 또 해주세요' 합니다(웃음)."

―아이스하키를 직접 배우고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막 시작했어요. 아이스하키 선수들과 만난 게 4년쯤 됐는데 이 선수들을 제대로 치료해주려면 제가 아이스하키 동작을 더 자세히 알아야겠더라고요. 아이스하키는 아무래도 생소하니까 틈나는 대로 경기를 쫓아다니면서 봤어요. 경기장 뒤에서 선수들과도 자주 만났고요. 그러다가 제가 그만 아이스하키 매력에 푹 빠졌죠. 보통 재밌는 게 아녜요. 실제 경기장에서 보면 박진감과 속도감에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더라고요."

김성균은 서울 출생이다. 1993년 한 대학 생물학과에 입학했다가 이듬해 입대해 카투사로 군 생활을 했다. 군대에서 동기들이 간혹 넘어지고 다치는 걸 보면서 의학처럼 실질적인 학문을 더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999년 경희대 한의학과에 입학했고 2006년부터 한의사로 일했다. 처음부터 그는 종종 '퓨전'으로 불렸다. 초창기엔 면역학을 접목해 통풍이나 관절 류머티즘을 주로 치료했고, 이후 크로스핏과 F.M.S라고 불리는 교정 운동을 공부하고 크로스핏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터득한 내용을 치료에 적용해 왔다. 운동선수들과는 2010년부터 가깝게 지내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씨가 운동하는 한의사이다 보니 이들이 자주 쓰는 근육과 아픈 부위를 정확히 짚어냈기 때문이다. 병원 한쪽 벽에는 김원중 선수(아이스하키 올림픽 국가대표) 등의 유니폼이 일렬로 걸려 있었다.

―김상욱·김원중 선수 같은 인기 선수도 자주 아픈가요.

"워낙 평소 관리를 잘하는 친구들이라서 부상을 당하고 그런 일은 별로 없어요. 김원중 선수는 다친 걸 치료하러 오는 건 아니고 경기 직전 자잘하게 뭉친 근육을 한방 치료로 풀고 가는 거죠. 신상우 선수 경우엔 해외 원정 경기를 앞두고 꼭 와요. 2월 올림픽 끝나면 3월엔 당장 아시아리그 플레이오프 경기가 있어요. 쉴 틈도 없이 바로 뛰어야 하니 미리미리 관리를 해줘야 하는 거죠. 쉽지 않을 거예요."

―체육관도 하시죠. 선수들도 여기에서 치료받습니까.

"몇 명씩 오죠. 운동선수건 일반 환자건 다 아픈 이유가 비슷해요. 평소 자세가 안 좋아서 그래요. 그것 때문에 아프고 다치고 몸이 피곤하죠. 치료받고 가도 다시 안 좋은 자세로 쉬고 걷고 자면 소용 없고요. 그걸 그나마 운동으로 풀 수가 있으니 환자 치료하고 나면 억지로라도 바로 체육관에 집어넣죠. 그렇게 몇 달 지나면 대부분은 표정이 바뀌어요. '자고 일어날 때 느낌이 다르다'는 거죠. 운동 치료가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제법 도움 되는 거죠."

―그럼 완벽한 해결책이 뭐죠.

"평소 잘 앉고 잘 눕고 잘 걷는 거죠. 병원 오지 말고요. 요즘엔 다들 그걸 제일 어려워들 하지만요(웃음)."

아깝다, 운동 헛수고

김성균이 번역한 책엔 어려운 운동 용어가 거의 없다. 가령 책에는 굳은 목과 등을 풀기 위해 의자에 앉아 쉴 때 '조금 민망하더라도 쩍벌남처럼 앉으라'고 적혀 있다. 본래 원저자가 쓴 단어는 '맨스프레딩(manspreading·허벅지는 벌리고 발목을 붙이고 앉는 자세)'이었다.

―뭐랄까, 족집게 강사 같기도 하더군요.

"요약하면 별것 없죠. 엉덩이와 배에 힘을 제때 제대로 주라는 거니까요(웃음). 조금 더 어렵게 말하면 척추를 제대로 정렬해야 하는 거고요. 방법은 간단해요. 발을 일자로 골반 너비만큼 벌리고 서서 엉덩이에 힘을 줘요. 그다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배에 힘을 주는 거죠. 턱은 당기고 머리는 뒤로 밀어 넣고요. 이렇게 서고, 이 자세로 걷고, 이 자세로 앉으면 됩니다. 이것만 해도 몸이 많이 좋아져요. 문제는 이 자세를 지키는 걸 운동선수조차 잊을 때가 종종 있다는 거죠.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신상훈 선수가 처음엔 그랬어요. 목이 남자답게 무척 굵은 친구인데 담이 자주 결리고 아파서 찾아왔어요. 침 놓고 피 뽑고 부항 좀 해줬더니 글쎄 목선이 순간 가늘어지는 거예요. 그걸 보고 웃으면서 그랬어요. '너 이거 원래 굵은 게 아니라 부은 거네. 쉬거나 잘 때도 몸을 웅크리지 말고 가슴을 잘 펴고 지내봐. 그럼 목이 조금 더 길어질 거야(웃음).' 한 달 후 보니 정말로 그렇게 됐고요(웃음)."

―그럼 자세만 잘 지키면 운동 굳이 따로 안 해도 되는 겁니까.

"맞아요(웃음). '운동 헛수고'라는 게 있어요. 운동이라는 게 애써 시간을 내서 자세를 잘 잡고 몸을 움직이는 거잖아요. 평소 힘줄 곳에 제대로 힘주고 앉고 서고 걸으면 그게 이미 최고의 운동이거든요. 한두 시간 제아무리 실컷 운동해봤자 나머지 20시간 살면서 자세가 흐트러지면 운동도 소용없는 거죠."

의자만 치워도

김성균은 평소 병원에서도 주로 서 있다. "의자에 앉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일부러 오래 앉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책에도 '의자를 떨치라'는 대목이 있던데요.

"박성진 선수라고 서울고등학교 야구부 학생이었던 친구가 있어요. 학생인데도 공 던지면 속도가 140㎞ 정도 나왔어요. 지금 미국 대학 야구부로 진학했죠. 그런데 이 친구가 한동안 야구 성적이 뚝뚝 떨어졌어요. 제가 준 처방은 별것 없었어요. '버스 타고 갈 때도 앉지 말고 서서 가. 쉴 땐 앉아서 게임하지 말고 서서 눈 감고 쉬어. 스마트폰은 좀 참아봐.' 괴로운 처방이죠(웃음). 그런데 정확히 두 달 후 이 친구 성적이 치솟았어요."

―덜 앉기만 해도 몸이 좋아진다?

"맞아요. 학교 다니는 아이들이나 회사원들도 그래서 스탠딩 데스크를 쓰면 더 좋긴 해요. 제가 여건이 되면 '의자를 떨치라'는 운동을 하고 싶어요. 스마트폰과 의자만 뺏어도 나라 생산성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운동선수들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침 맞을 필요는 더더욱 없겠네요.

"맞아요. 바로 그게 제 딜레마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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