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로 다시 만난 윤상원과 임진택
윤상원 산화한 5·18 뒤 자책하다가 '가슴의 벗' 삼아
광산구, 2월2일 임씨 초청 창작 판소리 '윤상원가' 공연
[한겨레]

“상원이가 <소리내력>을 다 외워서 딱 하는데 나만큼 하는 것이여. 소리를 정식으로 배우지도 않았는데….”
소리꾼 임진택(68)씨는 1979년 12월31일 광주에 왔다가 윤상원(1950~1980)을 처음 만났던 것을 또렷이 기억한다. <소리내력>은 19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 투옥된 임씨가 김지하의 풍자 담시 ‘소리내력’에 곡을 붙여 만든 창작 판소리다. 윤상원은 광주 녹두서점에서 <소리내력>을 처음 만났다. 녹두서점을 운영했던 김상윤(70)씨는 “상원이가 카세트테이프로만 배웠는데 <소리내력>을 기가 막히게 잘 불렀어”라고 회고했다. 임진택과 윤상원은 뒤풀이 공연이 끝난 뒤 무등산에 올라 80년 첫해를 함께 맞았다.

두번 째 만남은 80년 3월15일이었다. 광주의 문화패 극단 ‘광대’가 광주와이엠시에이에서 창립 기념으로 <돼지풀이>라는 마당극 공연을 할 때였다. “왜 출연을 하지 않았느냐”는 임씨의 말에 윤상원은 노동운동에 전념하느라 함께 하지 못했다”고 했다. 마지막 만남이었다. 두 달 여 뒤 윤상원은 5·18을 맞았고, 시민군 대변인으로 마지막까지 계엄군에 맞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산화했다.
임씨는 “상원이를 역사에 판소리로 깊이 파서 새기고, 광주항쟁을 후대에 알리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에 <윤상원가>라는 창작 판소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윤상원가>는 1부(60분) 제목은 ‘소리꾼 윤상원’이다. 임씨는 “상원이가 소리꾼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부(60분) ‘시민군 윤상원’엔 그의 삶과 정신이 스며 있다. 1969년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임씨는 전남대 72학번인 윤상원을 후배로 알았다. 그런데 훗날 고인의 비석을 보고 1950년 동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제가 딱 하루 더 늦게 세상에 나왔더라고요. 그 이후 상원을 벗으로 가슴에 담아왔지요.”
광주 광산구는 다음달 2일 저녁 7시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소리꾼 임진택을 초청해 창작 판소리 <윤상원가> 공연판을 연다. 5명의 청년 소리꾼이 함께 무대 선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전수조교 박시양씨가 고수로 나선다. (062)960-8989.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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