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만큼 오래된 '130년 주유기 변천사'..미래에는?

조회수 2018. 6. 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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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세상에 등장한 지 130년이 흘렀다. 단순하기 짝이 없었던 자동차는 오랜 시간을 거쳐 수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산업의 꽃이 됐다. 그러나 자동차가 굴러다니려면 반드시 필요한 게 있으니 바로 주유기다. 주유기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마치 밥상에 수저가 없는 것과 같다. 그러나 주유기는 늘 자동차 뒤에 가려져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페이던트 모터바겐

주유기는 1885년 발명가 S.F. 보우저(S.F. Bowser)가 만든 케로센(Kerosene) 펌프에서부터 시작된다. 당시에는 주유소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식료품 가게가 주유펌프의 첫 주인이었다. 이 곳에서는 난로나 램프에 들어가는 등유를 손쉽게 옮기기 위해 케로센 펌프를 주문했다.


케로센 펌프는 계량기와 고무호스 없이 펌프 구멍 아래에 양동이나 통을 두고 기름을 담았던 것이 전부였다.보통 커다란 나무 박스 뚜껑에 부착돼 기름을 퍼 올렸다. 마치 옛날 시골에서 보던 우물 펌프와 비슷한 느낌이다.


원리는 요즘도 흔히 쓰는 '자바라'와 같다. 압력을 이용해 연료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손잡이를 잡아 돌리면 손쉽게 일정한 양을 퍼올릴수 있었다. 덕분에 불안하게 좁은 병목을 잡고 기름을 옮길 일이 없었고, 좀 더 안전하게 연료관리를 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는 지금도 '자바라'를 케로센 펌프로 부르기도 한다.


(이미지: backinthedayclassics.com)

초창기 자동차는 연료를 어디에서 구했을까? 당시 사람들은 식료품 가게나 잡화점에서 연료를 샀다. 지금으로 따지면 편의점에서 주유하는 것과 같다. 최근 일본에서는 편의점에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다고 하니, 어쩌면 에너지 보충 방식이 100년전으로 돌아가는 듯 하다.


아무튼 당시 휘발유는 석유 정제 후 나오는 휘발성 부산물에 불과했다. 석유 정제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탓에 생산량과 사용량 둘 다 많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주유기 보급이 늦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1900년 대 초부터는 자동차가 대량 생산되기 시작했고 휘발유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전문적인 주유 공간에 대한 필요성이 생겼고, 이때부터 제대로 된 주유기가 등장한다.


(이미지: uvm.edu)
(이미지: aoghs.org)

당시의 주유기는 '주유기'라는 말을 쓰기는 했지만 오늘날의 주유기와는 많이 달랐다. 자동차 연료 탱크에 손쉽게 기름을 넣기 위해 앙상한 수동 펌프에 고무호스를 추가한 것이 전부였다. 이후 호스 끝에 오늘날의 주유건과 같은 손잡이가 추가됐으며, 나중에는 소형 계량기도 추가됐다.


1910년대 들어서는 앙상한 몸을 가려줄 튼튼한 철제 갑옷이 추가됐다. 가연성 연료를 퍼올리는 장치이므로 안전성이 높아져야 했기 때문이다. 주유소에 사람이 없을 때 혹은 영업 종료 후에는 작동할 수 없도록 덮개로 잠가둘 수 있었다.


주유기 머리 꼭대기에는 전구를 달아 어둠 속에서 잘 보이도록 했다. 지붕 아래에 불을 밝히는 주유기가 나란히 서 있고 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형태가 널리 쓰이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비로소 '주유소'로 불렀는데 초창기에는 Gas Station이 아닌 Filling Station으로 부르기도 했다. 다양한 형태의 주유기도 이때부터 등장한다.


(이미지: waterandpower.org)
(이미지: pinterest.co.kr)

본격적으로 주유소가 널리 확산하면서 1918년에는 속이 훤히 보이는 주유기가 등장했다. 차가 커지고 소비되는 연료량도 늘어나면서 얼마의 연료를 샀는지 '계산'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속이 보이는 주유기는 펌프 중간에 대형 유리 관을 달아 구입한 연료 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 1923년에는 유리관에 직접 펌프를 달아 주유량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1930년 들어서는 정밀한 계량기를 적용해 대형 시계식 미터기가 유리관 대신 자리했다.


미터기 숫자가 슬롯머신처럼 올라가는 방식의 디지털(우리가 아는 전자식 디지털이 아님) 계량기는 1930년 후반부터 널리 쓰였다. 1934년 웨인 펌프 회사(Wayne Pump Company)에서 신형 계량기를 개발하면서 주유 펌프는 현대식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1950년대부터는 박스 형태 주유기에 디지털 계량기가 합쳐져 보급 됐다.


(이미지: flickr.com)
(이미지: ronhaines.wordpress.com)
(이미지: 현대오일뱅크)

사실 이때부터 주유기의 변신은 더뎌지기 시작했다. 물론, 시대 변화에 맞춰 현대화된 디자인과 안전과 관련된 세세한 기능이 추가됐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어쩌면 더 이상 변할 필요가 없었고, 한계에 도달했는 지도 모른다. 휘발유 외에 디젤, LPG, CNG 가스 등 다양한 연료 보급에도 주유기의 형태는 그대로다. 자동차만큼 오랜 역사를 지녔지만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주유기는 이런 형태로 유지될까? 일부 자동차 브랜드는 로봇을 활용한 자동 주유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주유기 옆에 차를 대면 로봇 팔이 스스로 주유기를 찾아 주유건을 꽂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를 상용화하고 보급하기에는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컸다. 주유소, 주유기, 자동차, 결제 시스템 등 많은 영역에서 기술 및 규격 표준화를 이루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2008년 네덜란드에서 등장한 로봇 주유기
(이미지: CNBC)

2008년 네덜란드에서는 한 주유소에서 로봇 주유기를 선보인 적도 있다. 니코 반 스타베렌이라는 명석한 주유소 주인이 로텍이라는 회사와 함께 로봇 주유기를 만들어 서비스 했다. 그러나 앞서 자동차 브랜드의 경우 처럼 모든 차에 사용할 수 없고, 기기 당 가격이 약 1억 2천만 원에 이른 탔에 그저 신기한 서비스에 그치고 말았다.


미국 에너지청은 50년이 지난 뒤에도 내연기관차가 판매되는 전체 자동차의 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 하이브리드의 발달과 전기차의 보급 등으로 자동차 연비가 더 좋아짐과 동시에, 더 많은 유전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동차 브랜드들은 전기차 충전의 번거로움을 해결하려 하고 있다. 전기차 무선충전 시스템은 이미 상용화 직전 단계에 접어들었고, 상용차의 경우 배터리 교체 시스템이나 노선을 따라 실시간으로 충전하는 방식 등 여러가지 충전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덕분에 내연기관 자동차 역시 주유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지: Elon Musk 트위터)

현재 자동차 세상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전동화(Electrification)'가 되면서, 자동차의 입이 주유구와 충전 포트 '2개'가 돼가고 있다. 과연 미래의 자동차는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얻게 될까?


이미지:각 브랜드


박지민 john_park@carlab.co.kr
신동빈 everybody-comeon@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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