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고래고기 사건' 검·경 싸움 점입가경

백승목 기자 2018. 1.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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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불법 유통 수사 공방

경찰이 2016년 4월6일 수색한 울산 불법 고래고기 유통업자의 냉동창고 나무 상자 등에 고래고기가 수북이 담겨 있다. 울산경찰청 제공

울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불법 고래고기 환부사건’ 수사를 놓고 검경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경찰의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피의자 혐의입증에 필요한 각종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이 잇따라 기각하는 등 ‘수사 무력화 시도’가 의심스럽다”며 날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도 불거졌다.

사건의 발단은 울산경찰청이 2016년 4월 밍크고래 불법포획 및 유통업자 4명을 검거, 사법처리한 이후 한 달 뒤 울산지검 담당검사가 피의자로부터 압수한 고래고기 27t 중 21t(30억원 상당)에 대해 “불법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환부(되돌려줌)하면서 비롯됐다. 검찰의 환부조치는 고래고기 유통이 적법했는지가려내는 고래연구소의 유전자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뤄졌다. 검사결과 고래고기 상당량은 불법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부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해양환경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지난해 9월 담당검사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면서 본격화했다. 경찰은 불법 고래고기 유통사건의 변호를 맡은 검사 출신의 변호사 ㄱ씨(38)가 검찰에 가짜 고래유통증명서를 제출해 고래고기를 환부받도록 한 혐의를 잡고 수사 중이다. ㄱ씨는 사건 피의자로부터 받은 수임료를 낮춰 신고한 혐의도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해당 변호사의 혐의 이외에 포괄적인 법조비리가 있었는지도 수사할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4개월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찰은 ㄱ씨의 혐의입증을 위해 지난해 11월29일 ㄱ씨의 사무실과 주거지·계좌·통신(휴대폰 압수)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사무실과 주거지 수색을 기각하고 계좌·통화내역 조회 영장만 법원에 청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지난 3일 ㄱ씨의 사무실·차량·계좌·통신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재신청했지만, 사무실·통신 수색영장은 검찰에서 기각되고 계좌추적 영장만 법원에 청구됐다. 그나마도 법원은 경찰이 당초 신청한 계좌수색 기간(2016년 4월6일~12월31일)보다 훨씬 축소된 기간(2016년 4월6일~5월31일)에 한해 발부했다. 변동기 울산광역수사대장은 “계좌추적이 제한돼 수사에 별 도움이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4일 변호사 ㄱ씨를 소환조사했지만, ㄱ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고 밝혔다. 고래고기를 환부한 울산지검 담당검사는 국외훈련을 위해 지난해 12월18일 출국한 상태다.

‘경찰수사 무력화 논란’이 커지자 울산지검은 지난 9일 ‘참고자료’ 형식으로 “수사 초기단계부터 경찰의 관련 사건기록 열람과 등사 신청을 허가했고, 경찰이 신청한 총 20건의 영장 중 15건을 청구하는 등 경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담당검사의 국외훈련은 1년 전부터 예정된 것이었다”면서 “담당검사의 출국 예정일자를 경찰에 회신했고, 경찰의 서면질의서를 담당검사 출국 전에 2회에 걸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2015년 5월 고래고기 환부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등 문제점을 인식했다면서도 서면질의서를 담당검사가 출국하기 직전에서야 발송했다”면서 “질의서 답변여부는 검사 개인이 결정할 문제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즉각 검찰 입장을 반박했다. 경찰은 “사건기록 열람이나 등사신청을 하면 평소와는 다르게 사유를 소명해달라는 이유를 대면서 경찰 수사에 적극 응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이어 “피의자의 계좌·통신 등에 대한 수색영장도 핵심 부분이 검찰단계에서 기각되거나 제한됐다”면서 “사건 담당검사도 수십차례에 걸쳐 휴대전화와 사무실로 통화를 요구했지만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황운하 울산지방경찰청장은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검찰의 ‘영장 독점 청구권’ 등의 현행 형사사법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유죄 입증책임이 있고, 수사과정에서 확정되지 않은 내용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되며 수사결과로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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