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첫 입맞춤을 소환하는 소테른 스위트 와인
최현태 2018. 1. 26. 06:00
곰팡이가 빚는 달콤한 연인들의 와인
155년 역사 샤토 시갈라스 라보
소테른 최초 드라이 화이트 와인도 선보여
155년 역사 샤토 시갈라스 라보
소테른 최초 드라이 화이트 와인도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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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부균에 감염된 포도 |
달콤한 첫 입맞춤의 추억. 이 와인을 이 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위트 와인 프랑스 보르도 소테른(Sauternes) 와인입니다. 대표 와인이 샤토 디켐(Chateau d'Yquem)으로 와인을 잘 몰라도 한번 쯤 들어봤을 겁니다.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 곰팡이균에 감염된 포도를 이용하는데 귀하게 부패됐다는 뜻에서 노블 롯(noble rot), 즉 ‘귀부(貴腐)와인’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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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테른 위치와 소테른 주요 생산지 |
이 와인은 매년 생산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조건이 받쳐줄때만 가능하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포도밭 주변에 강이나 물이 있어야 합니다. 물안개가 올라와야 귀부균이 잘 생긴답니다. 우선 포도는 가을까지는 충분히 잘 익어야 합니다. 그런 후에 물안개가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덮으면 포도에 귀부균이 생겨 껍질에 많은 구멍이 뚫립니다. 낮동안 햇살을 충분히 받으면 수분이 날아가며 포도는 썪지 않고 쪼그라듭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서 포도는 응축돼 당도가 매우 높은 완벽한 귀부포도가 만들어집니다. 샤토 디켐이 비싼이유는 응축된 포도를 얻기 위히 가지치기를 많이하기 때문이에요. 포도나무 한그루에서 단 한잔의 와인이 나올 정도로 수확량이 적으니 가격이 높을 수 밖에 없답니다. 소테른에서 귀부와인을 만드는 포도 품종은 주로 세미용을 사용하는데 껍질이 얇아 귀부균에 잘 감염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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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미용(왼쪽)과 소비뇽 블랑 |
스위트 와인은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매우 중요합니다. 산도가 떨어지는 스위트 와인은 금방 질린기 때문이죠. 세미용은 산도가 약한 품종이라 생기발랄한 산도가 뛰어난 소비뇽 블랑을 블렌딩해 귀부와인을 완성합니다. 소테른 강건너 북쪽의 바르삭(Barsac)에서 생산되는 귀부와인도 소테른 이름을 달고 판매할 수있습니다. 2개의 강가에서 오는 물안개로 귀부와인이 잘 만들어진답니다. 귀부와인은 대부분 오크 숙성을 해 묵직한 느낌을 줍니다.
1855년 나폴레옹 3세가 파리만국박람회에서 보르도 와인에 그랑크뤼 클라세 등급을 정할때 소테른 와인 생산자 240곳중 26곳이 그랑크뤼 등급으로 지정됩니다. 샤토 디켐이 유일한 특1급인 프리미에 크뤼 쉬페리외르(Premier Cru Superieur) 와이너리고 1등급인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s)가 11곳, 2등급인 두지엠 크뤼(Deuxiemes Crus)가 14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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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토 시갈라스 라보 대표 와인들 |
샤토 시갈라스 라보(Chateau Sigalas Rabaud) 1863년부터 귀부와인을 빚은 프리미에 크뤼 와이너리로 155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소테른에서 가장 유명한 포도밭은 ‘소테른의 테라스(Terrasse du Sauternais)’로 불리는 남쪽지역의 햇볕을 잘 받는 경사면의 계단식 포도밭입니다. 샤토 디캠과 샤토 시갈라 라보 등이 바로 이곳 포도밭을 함께 소유하고 있습니다. 포도밭은 60만년전 가론(Garonne) 강의 퇴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점토질, 탄화 규소, 자갈이 포도 나무에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합니다. 특히 북서쪽으로는 작은 시론(Ciron) 강이 흐르는데 귀부균 발생에 필수적인 습기를 머금은 안개를 만들고 10월에 포도를 건조시키는 바람이 지나면서 완벽한 귀부포도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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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토 시갈라스 라보 프미리미에 크뤼 |
샤토 시갈라스 라보 프미리미에 크뤼는 배 등 핵과일 향과 우아한 흰꽃향이 느껴지고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완벽합니다. 설탕에 절인 신선한 레몬의 느낌도 나는데 푸아그라와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테린, 올리브 오일에 구운 야채 가니쉬를 겯들인 가금류, 치즈와도 잘 어울립니다.
소테른 와인은 포도 자체의 당도만 활용한 스위트 와인으로서는 가장 뛰어나지만 문제는 너무 터무니 없는 비싼 가격입니다.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들은 네고시앙을 통해 유통하는데 이들이 가격을 통제하기 때문에 매우 높은 가격이 유지됩니다. 샤토 시갈라스 라보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유통사 엘세방(L&C VINS) 을 설립해 네고시앙을 통하지 않고 소테른 와인을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거품을 확 뺀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테른 와인을 즐길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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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외뜨낭 드 시갈라스 |
대표적인 와인이 리외뜨낭 드 시갈라스(Lieutenant de Sigalas)입니다.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즐기도록 가격을 일반 소테른 와인의 3분의 1정도로 대폭 낮춘 시갈라스 라보의 세컨드 와인입니다. 현지에서 20유로 미만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세미용 83%, 소비뇽 블랑 17%를 블렌딩했으며 파인애플 등 농익은 과일향과 벌꿀향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신선한 산도가 잘 뒤받침되는 우아한 소테른 와인으로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답니다. 크림 치즈를 바른 빵과 제철과일 타르트와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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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드무아젤 드 시갈라스 |
샤토 시갈라스는 스위트 와인만 만들던 소테른에서 1999년 최초로 드라이 화이트 와인을 선보인 와이너리이기도 합니다. 바로 라 드무아젤 드 시갈라스(La Demoiselle de Sigalas)입니다. 세미용 80~75%, 소비뇽 블랑을 25~ 20%, 무스까델을 2% 정도 블렌딩합니다. 보르도 화이트 특유의 청량함에 깊은 맛이 더해졌습니다. 레몬, 화이트 자몽 등의 감귤류, 복숭아, 파파야 등의 과일향과 꽃향기, 젖은돌의 미네랄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아카시아, 꿀, 헤이즐넛 등의 복합미도 느껴집니다. 편한게 즐길 수 있는 와인으로 짭조름한 미네랄이 매력입니다. 아페레티프나 제철과일 샐러드, 해산물 오일 파스타, 가벼운 마르게리따 피자, 스시 등과 좋은 궁합을 보입니다.
이 와인은 프랑스 파리 미슐랭 레스토랑을 돌며 소믈리에 600명을 상대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는데 보르도 와인이라는 사실을 맞춘 소믈리에는 딱 1명이고 대부분 부르고뉴 유명한 화이트 와인 생산 마을인 뫼르소 와인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현재 미슐랭 3 레스토랑에서 글라스 와인으로 많이 판매되며 화이트 와인이지만 바디감이 있어 스테이크와도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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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토 시갈라스 라보 장 꽁페호(Jean compeyrot) 수출매니저 |
어머니 로흐 드 랑베흐 꽁페호(Laure de Lambert Compeyrot) 함께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는 장 꽁페호(Jean compeyrot) 수출매니저를 최근 서울 광화문 엘꾸비또에서 인터뷰했습니다. ”소테른 스위트 와인이 그랑크뤼로 지정된 1855년 이전에는 레이블에 ‘소테른 드라이’라고 적은 화이트 와인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어릴적 이 와인을 보여준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1855년 이후 소테른 스위트 와인이 인기를 끌면서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자연스럽게 도태됐습니다. 옛날 소테른에서는 양조를 잘못 했을때 드라이 화이트 와인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답니다. 어머니는 소테른에서 미네랄이 뛰어난 포도밭을 갖고 있다면 충분히 좋은 화이트 와인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고 결국 그것을 실현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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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토 시갈라스 라보 단일 포도밭. 시갈라스 라보 제공 |
샤토 시갈라스 라보는 소테른 최초로 세미용 100%로 빚은 와인도 선보였는데 라 세미앙테(La Semillante)입니다. 우아하고 밝은 여자라는 뜻으로 로버트 파커 92점을 부여했답니다. 세미용은 산도가 낮아 단일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기 매우 어렵습니다. 어떻게 이런 와인이 가능할까요. “샤토 시갈라스 라보의 포도밭은 소테른에서 가장 작은 14ha 단일포도밭입니다. 조각나지 않은 하나의 포도밭으로 토양이 자갈, 진흙, 석회석으로 이뤄져 배수가 잘되고 세미용과 아주 잘 맞는답니다. 와인은 떼루아에서 나온다는 얘기가 있어요. 포도는 스폰지처럼 미네랄을 빨아들이죠. 그래서 포도밭이 어딘지가 가장 중요하답니다”. 샤토 시갈라스 라보는 화이트 2종을 연간 4만병씩 생산하며 소테른 스위트 와인은 3만병을 생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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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갈로 이뤄진 샤토 시갈라스 포도밭 시갈라스 라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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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토 시갈라스 라보 포도밭 전경 시갈라스 라보 제공 |
시갈라스 라보는 소테른 그랑크뤼 클라세 중에 가족경영 형태로 남은 두곳중 하나입니다. 가장 작은 포도밭을 갖고 있지만 확장할 생각은 없다고 합니다. 돈을 많이 벌려고 포도밭을 넓혀서 많이 생산할 생각이 없다는 군요. 와인의 맛도 변하고 토질 관리도 어렵기 때문이랍니다. “외할아버지가 어릴때 우리 형제들을 앉혀놓고는 늘 강조하던 말이 있어요. ‘우리는 쏘테른으로 절대 큰 돈을 벌수 없다. 왜냐하면 소테른 와인은 글라스로 마시지 병째 마시는 와인은 아니기때문이야. 하지만 우리는 고유 와인의 역사와 소테른 역사 지켜야 하기 때문에 와인양조의 명맥을 이어가야한다. 절대 너의 세상인 떼루아를 팔지 말아라’라고 했지요. 그 유지를 받들어 포도밭을 팔거나 빌려주거나 넓히지도 않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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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토 시갈라스 라보 와인들 |
사실 샤토 시갈라스 라보의 포도밭은 과거에 지금보다 훨씬 컸다고 합니다. 1863년 와이너리 설립자인 앙리 드륄레 드 시갈라(Henri DROUILLET de Sigalas)가 포도밭을 구입하면 와인양조를 시작했는데 40년 뒤 그의 유일한 아들인 피에르 가스통(Pierre Gaston)이 물려받은 후 대부분의 땅을 처분해버립니다. 하지만 시갈라스의 보석(Jewel of Sigalas)으로 알려진 남향의 중요한 토지만은 잘지켜 뛰어난 소테른 와인을 생산하게 됩니다. 샤토 시갈라 라보 패밀리는 1464년부터 양조를 시작한 보르도 포므롤의 샤토 드 살(Chateau de Sales)도 소유하고 있습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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