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모의 Respect] '딸 목숨' 언급한 케인의 실언과 스타의 숙명

잉글랜드에서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케인의 '딸' 관련 발언의 최초 진원지. 이브닝 스탠다드의 이 보도 이후 케인의 발언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고 있다. 
"내 딸의 목숨을 걸고 맹세컨대 나는 볼을 터치했다."
(I swear on my daughter’s life that I touched the ball) 

'딸의 목숨'을 언급한 해리 케인의 이 발언이 때아닌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 일이 발생한 잉글랜드에서도, 바다 건너 멀리 있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의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발언 하나로 케인은 지금까지 선수 경력에 있어 적어도 '도덕적'인 기준에서는 가장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대관절, 저 발언은 정확히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일까? 또는 저 발언과 연관되어 나오고 있는 팀 동료 에릭센 등의 반응은 정말 사실일까? 

이번 칼럼에서는 현장에서 정확히 저 발언을 듣고 쓴 현지기자들에게 직접 확인한 바를 통해 '팩트체크'를 해보고, 그에게 쏟아지는 현지의 비판 및 반응을 토대로 우리가 케인이라는 선수의 경우를 통해 느끼고 배워야할 점에 대해 살펴본다. 

해리 케인이 직접 '리트윗'한 문제의 장면. 케인은 본인이 분명히 이 골을 터치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 사진 상으로 보면 실제로 볼과 접촉이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1. '이타적인' 공격수 케인의 이례적인 발언 

이 보도를 처음 봤을 때, 그리고 기사 속에서 케인이 '딸의 목숨'을 언급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이 케인이 농담을 한 것을 일부 현지 언론이 과장해서 쓴 표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에 대한 답은 하기에 설명할 예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엇보다도 나 역시 그 날 그 경기 현장에 있었지만 스토크 전은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경기가 아니었고(오히려 이슈가 있었다면, 스토크 시티 팬들이 대니 로즈에게 끝없이 야유를 퍼부었던 것 정도였다) 케인 역시 저런 발언을 할 정도로 평소에 이기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손흥민과 함께 뛰는 케인의 경기를 3시즌째 현장 취재중인데, 이 칼럼을 읽는 독자들 역시 케인이 손흥민 혹은 알리 등의 동료들을 위해 많은 패스를 보내준 장면을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최전방 공격수이자 득점왕에 도전하는 선수로서 자신이 직접 해결하려고 하는 장면들도 있지만, 그의 플레이는 과거 우리 팬들이 기억하는 '탐욕'의 대명사와도 같은 스트라이커들에 비하면 훨씬 이타적이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뜬금없이 케인이 자신의 '딸의 목숨'을 직접 언급하면서까지 그 골이 자신의 골이라고 주장한 것일까. 

그 경기 현장의 믹스트존에서 나와 함께 토트넘 선수들을 기다렸던 두 명의 현지기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봤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좀 더 자세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2. 팩트체크 - 케인의 발언과 에릭센의 반응 

우선, 국내팬들에게 전해지고 있는 케인의 발언과, 에릭센의 반응에 집중해보자. 

케인의 이 발언은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가 끝난 직후 스토크 시티 홈구장의 믹스트존에서 나왔다. 케인에게 그 주제에 대해 질문을 하고 답을 들은 기자는 '야후스포츠'의 벤 피어스 기자다. 피어스 기자에게 직접 당시의 상황에 대해 물으니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물론 그가 쓴 표현은 강도가 센 표현이었지만, 그 때 내가 받은 느낌은 케인이 '그만큼 강하게' 자신이 볼을 터치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어떤 의도였든 케인이 그 발언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는 것이 증명된다. 

그러나, 국내에 다소 잘못 소개되고 있는 부분은 그에 대한 에릭센(케인과 더불어 이 골이 누구의 골인지 현재 도마위에 올라있는)의 케인에 대한 반응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이 상황에 대해 '에릭센 역시 케인의 발언에 불쾌해했다'거나 '그로 인해 언짢아하고 있다'는 식으로 전달이 되고 있으나 그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 믹스트존에 있었고, 에릭센을 만난 기자는 '이브닝스탠다드'의 톰 콜로모스 기자다. 그는 에릭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에릭센은 이날 믹스트존에서 케인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그에게 농담을 하고 지나갔다. '네 골 이야기 좀 그만해(웃음)' 그런 식으로 농담을 하면서 말이다." 

좀 더 정확히 하기 위해 그에게 다시 한 번 '에릭센이 케인의 발언 때문에 기분이 상한 상태였는가'를 물었다. 그는 곧바로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정리하자면, 케인이 '딸 목숨'을 직접 언급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에릭센이 불쾌해하고 있다는(혹은 더 나아가서 팀 내 갈등이나 분열이 생긴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나 역시 이날의 믹스트존에 있었지만(손흥민을 만나고 기사 처리를 위해 먼저 들어갔기에 케인과 에릭센은 직접 보지 못했지만), 내가 직접 보고 느낀 이날 토트넘의 팀 분위기 역시 어떤 면에서도 '불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케인 인스타그램에 남겨진 이 일에 대한 팬들의 비판. 차마 캡쳐할 수 없는 욕설이 담긴 댓글도 넘쳐나는 상황이다. 
그 골을 자신의 골이라고 주장한 면이 바로 케인을 다른 선수들과 차별화하는 점이라고 보도한 ESPN. 

3. 케인의 발언에 대한 현지와 국내의 반응

한편, 이렇게 케인의 발언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면서 현지에서는 계속해서 많은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반응들의 큰 특징을 꼽자면, 전문가들이나 축구 선수(동료 포함)들은 대체적으로 케인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반해 팬들은 대부분이 이번 일에 대해 그를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리네커, 시어러 등 과거 잉글랜드를 대표했던 공격수들은 직간접적으로 케인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아예 '네 골이 맞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토트넘의 현장을 매주 취재하는 ESPN의 댄 킬패트릭 기자는 이 일에 대해서 "그 골을 자신의 골이라고 주장하는 점이 바로 케인을 다른 선수보다 더 높게 만들어주는 부분이다"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팬들의 반응은 다르다. SNS 상에 케인의 발언에 대한 수많은 패러디 영상과 조롱이 담긴 말들이 공유되고 있으며 케인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욕설을 남기는 팬들까지 있는 실정이다. 

국내팬들의 반응도 현지 팬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팬들이 포털 기사 댓글, 각종 커뮤니티에서 이 일에 대해 '케인에게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앞서도 한차례 말한 것처럼, 케인이 이렇게 도덕적인 측면에서 혹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비판을 받는 것은 그가 스타선수가 되고 난 후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과거 한차례 다이빙 논란을 겪은 적이 있었으나, 그 일과 이 일은 성격이 다르고, 그 비판의 정도 역시 크게 다르다.  

케인 발언에 대한 국내 기사들. 

4. '한마디'로 이미지가 달라지는 스타의 숙명 

케인의 '이례적인' 발언에 대한 칼럼을 마감하기 전에, 그가 이날 믹스트존에서 말했던 문장 전체를 다시 한번 들어보자. 원문 그대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I swear on my daughter’s life that I touched the ball, but there’s nothing I can do. If they turn it around, they turn it around. If they take my word, they take my word. It is what it is, the most important thing is that we won the game."

나의 딸의 목숨을 걸고 맹세컨대 나는 볼을 터치했다. 그러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들이 결정을 번복한다면 번복할 것이고 나의 말을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경기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딸의 목숨을 건다'라는 과격한 표현과 그로 인해 이미 생긴 부정적인 이미지를 빼고 인터뷰 전문을 본다면, 그리고 그 전문을 다 본 후에 해외나 국내에서 일부 표현만 잘려져 나와 마치 케인이 "내 골이 맞고, 딸의 목숨을 걸 수 있다"라고 말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철저히' 케인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딸의 목숨을 걸고 맹세컨대 볼을 터치했다"고 말했지, "내 골이다. 딸의 목숨을 건다"고 말하지 않았다. 앞서 현장 기자의 의견을 소개했듯, 그만큼 확실히 자신이 볼을 터치했다는 걸 강조했을 뿐, 나의 '골'이라는 것에 딸을 건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그 부분까지 미리 헤아리고 자신부터 논란을 일으킬만한 표현을 쓰지 않는 것까지가 스타 선수들이 짊어지고 있는 숙명이다.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이미 지난 두 시즌 EPL 득점왕을 차지한 케인이라는 선수는 충분히 그런 점을 알고 있었어야 하는 선수다. 바로 그 부분이 팬들이 그에게 실망하는 부분이 아닐까. 기대가 없으면 실망할 것도 없다.  

이미 한번 입을 떠나 기사로 활자화된 말은 때때로 그들의 의사와는 전혀 뜻밖의 반응을 불러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미 한번 그렇게 퍼진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이후에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말한다고 해도, 이미 그렇게 믿고 있는 대중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케인은 이 한 골이 아니더라도 이미 유럽 정상의 공격수이며 자타가 공인하는 '월드클래스' 스트라이커다. 3연속 득점왕, 혹은 EPL 최다골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는 분명한 목표는 있지만, 그 골이 결국 케인의 골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는 이번 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아 보인다.   

케인은 지금까지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주변 선수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좋은 패스를 보내주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던 선수다. 그런 선수가 한 번의 '실언'으로 도덕성까지 비판을 받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케인은 아직 24세에 불과한 젊은 선수다. 그가 이번 일로 스타 선수들의 사명, 혹은 숙명에 대해 배운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 비단 케인만이 아니라 이번 일을 바라보는 모든 선수들, 또 팬들 역시 그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믿는다. 

축구, 더 넓게는 스포츠의 또 다른 효용가치는, 이렇게 매주 나오는 스타 선수들의 이슈를 통해 그 팬들에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어떤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더 옳은지를 보여주는 바로 그런 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