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렉스턴 스포츠, '구매고객 눈높이 맞춰 잘 나왔다'

내심 걱정스러웠다. 쌍용자동차의 고급 대형 SUV의 이름을 따고 안팎 디자인과 프레임 등 많은 부분을 공유하는 탓에 가격은 비싸진 않을까. 기존 코란도 스포츠처럼 뒷좌석 등받이 각도가 곧추서 나오진 않을까. 지난 3일 출시한 2018 코란도 투리스모처럼 실망을 안겨주진 않을까 우려했다. 그런데 기우였다.

지난 1월 9일, 서울 광진구에 자리한 예스24 라이브홀에서 치른 신차발표회를 다녀오고 모든 걱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신차 발표회의 포문을 연 최종식 사장의 표정에서도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이날 렉스턴 스포츠는 디자인과 편의사양, 안전사양 등 모두 만족할 만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특히 2,320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에 눈길이 갔다.


실구매층 고민한 흔적 엿보여

‘SUV 대신 픽업을 고르는 소비자는 누구? 그 이유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이 있을 순 없다. 소비자들은 개성과 취향, 라이프스타일 등 각기 다른 이유로 자동차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픽업이 가진 매력으로 미뤄 짐작해 보면 ‘경제성’을 가장 큰 픽업 구매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레저를 즐기는 용도로 픽업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많겠지만 상용트럭처럼 생계를 목적으로 픽업을 구매하는 소비자 수도 무시할 수 없다.

넉넉한 짐 공간을 가져 실용성이 높은 까닭이다. 픽업의 연간 자동차세를 2만8,500원으로 묶은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때문에 픽업은 생계부터 레저까지 모두 포용해야 하는 사명을 띠고 태어난다. 생계를 목적으로 하는 고객은 경제성, 레저를 목적으로 하는 고객은 SUV와 같은 편의성을 추구한다. 렉스턴 스포츠는 이 둘을 아우르기에 충분했다. 기본부터 고급모델까지 렉스턴 스포츠의 트림 구성에서 쌍용차가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각기 다른 구매고객이 요구하는 바를 트림별로 잘 담아냈다. 

기본트림 모델은 G4 렉스턴의 가치는 고스란히 유지한 채 값비싼 편의장비를 덜어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가령 우람한 전면 디자인과 고장력 강판 담뿍 넣은 쿼드프레임, 앞 더블위시본 & 뒤 5링크 서스펜션은 변함없다. 사이드와 커튼 에어백이 선택품목인 점은 여전히 아쉽다. 하지만 차체자세제어장치(ESP)와 제동보조장치(BAS), 경사로저속주행장치(HDC)등 안전관련 전자장비는 모두 공평하게 담았다. 대신 각종 LED 등화류와 풀 오토 에어컨, 7인치TFT-LCD 계기판, 실내 간접조명 등을 빼서 소비자 부담을 줄였다.

고급트림 모델에선 G4 렉스턴에 버금가는 편의장비로 안팎을 꾸밀 수 있다. 또한, 전동사이드 스텝과 앞뒤 스키드 플레이트, 슬라이딩 베드 등 커스터마이징 품목을 더하면 고급 SUV 부럽지 않다. 그래도 싸다. G4 렉스턴의 시작 가격은 3,350만원.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의 가격을 트림별로 2,320만~3,058만 원에 묶었다. 


픽업생산 15년, “많이 컸다, 렉스턴 스포츠”

2002년 9월, 쌍용차는 무쏘 스포츠를 선보이며 픽업 시장에 발을 들였다. 처음 빚은 모델인 탓에 부족한 점도 많았다. 하지만 픽업을 생산한지 15년이 지난 지금, 쌍용차의 픽업 만들기 실력은 눈에 띄게 발전했다. 가령 픽업 구매자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표출했던 2열 공간의 주거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코란도 스포츠의 2열 다리공간은 885㎜로 다소 좁았다. 90˚ 가깝게 서 있던 시트 등받이 각도도 불만이었다. 반면 렉스턴 스포츠의 레그룸은 933㎜. 등받이는 여느 해치백 모델처럼 누워 편안하다. 또한 고급트림의 사양이긴 하지만 나파가죽의 질감이 놀라웠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로 “픽업은 패밀리카로 쓰기엔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지웠다.

적재함은 기존 쌍용 픽업 중 가장 넉넉하다. 렉스턴 스포츠의 적재함 길이와 너비, 깊이는 1,300×1,570×570㎜. 데크 용량은 1,011L를 자랑한다. G4 렉스턴을 닮은 큰 덩치가 한 몫 했다. 렉스턴 스포츠의 길이와 너비, 높이는 5,095×1,950×1,840㎜다. 쌍용차의 첫 번째 픽업이었던 무쏘 스포츠보다 각각 350㎜, 85㎜, 165㎜ 크고 넓다. 렉스턴 스포츠의 슬로건은 ‘Life is open(내가 꿈꾸던 인생이 열린다)’이다. 널찍한 적재공간과 함께 레저와 업무 등 꿈을 담아 펼치라는 의미였다.


“엄브렐라 브랜드 마케팅으로 월 2,500대 판매 이끈다”

엄브렐라(Umbrella, 우산) 브랜드 마케팅은 제조사 이름 대신 상품 브랜드로 광고하는 방식을 말한다. ‘한 지붕 세 가족’ 체제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쌍용차는 코란도를 시작으로 모델명을 브랜드 삼아 가지를 치기 시작했다. 코란도 스포츠와 코란도 투리스모가 예다. 최근엔 티볼리 브랜드를 구축하고 그 아래에 티볼리 아머와 에어를 자식으로 삼았다. 후광효과를 노리기 쉬운 까닭이다.

렉스턴은 1세대부터 ‘대한민국 1%’를 외치며 고급 대형 SUV 이미지를 구축했다. ‘렉스턴’이란 이름만으로 렉스턴 스포츠는 ‘고급’, ‘대형’과 같은 단어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마주한 모습도 떠오른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코란도 스포츠와는 또 다른 픽업이었다. 그런데 가격은 손 뻗으면 닿을 만하다. “월 판매목표가 2,500대”라는 쌍용차의 발표를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목표를 좀 더 높여도 되겠는데?”

한편, 이날 쌍용차 최종식 대표는 “당분간 코란도 스포츠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쌍용차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이미 코란도 스포츠는 사라진 상태. 최종식 대표는 “향후 코란도 스포츠 후속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글 이현성 기자

사진 쌍용자동차, 이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