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시장이자 주민" 美 가장 작은 '1인 마을'에 가면..

미국 사우스다코다와 네브래스카 주 경계에서 끝없이 펼쳐진 평야를 가로지른 뒤 차 한대만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면, 모노와이(Monowi)마을 간판이 나타난다.
54만㎡ 크기의 작은 마을에 들어서면 버려진 교회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교회 입구에는 트랙터의 폐타이어들만 곳곳에 방치돼 있다.
마을 한가운데 하얀 주택에는 엘지 아일러(84)씨가 혼자 살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힘 있는 마을 주민일 것이다. 인디언 말로 '언덕 위의 눈'이라는 뜻인 모노와이는 미국 인구조사에 가작 크기가 작은, 인구수 1명인 유일한 마을로 기록돼 있다.
#유령마을의 시장
모노와이를 이끄는 그녀의 삶은 자급자족이다.
매년 그녀는 자신이 운영하는 술집에 시장 선거철이 왔음을 알리는 플래카드를 건다. 물론 투표는 그녀 혼자 참여한다. 선거는 항상 소중한 1표를 자신에게 주고, 당선되는 것으로 끝난다. 그녀는 시장으로서 매년 주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자치행정 계획서를 제출한다.
마을의 시민으로서 납세의 의무도 성실히 지킨다. 그녀가 매년 내는 세금은 약 500달러(약 54만원) 정도. 이 세금은 마을 내 3개의 가로등 불빛을 밝히고, 수도가 끊기지 않게 유지하는 데 쓰인다.
그녀가 운영하는 바의 주류·담배 취급 허가증도 스스로 해결한다.
엘지는 "매년 허가증을 받으려고 주에 신청서를 내면, 그들은 시담당자를 보내야 하는데 그게 나"라며 "내가 담당자 자격으로 바에 오고, 점원 자격으로 서류에 서명을 하고, 그리고 주인인 나한테 다시 서류를 건네준다"며 웃었다.
그녀는 주기적으로 마을에 방치된 빈집을 관리한다. 누군가 이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1명만 이사와도 마을 인구수는 두 배로 늘어난다.
"나는 여기서 나고 자랐다. 이곳에 익숙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다. 이렇게 수십 년이 지나니 삶을 바꾸기 쉽지 않았다." 그녀는 마을에 혼자 남아있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노와이의 전성기
모노와이는 1930년대 미국 동서횡단 철도연결 붐을 타고 형성됐다. 150명의 사람이 모인 작은 마을이었고, 식료품 가게, 레스토랑, 감옥까지 잘 갖춰진 동네였다.
그녀는 시내에서 얼마 안 떨어진 농장에서 태어났다. 남편 루디는 전교에 한 반 밖에 없었던 초등학교에서 만났다.
중학교까지 같이 다녔던 이들은 루디가 공군에 지원하면서 헤어졌다. 루디는 한국 6·25 전쟁에도 참여한 참전영웅이었다. 루디가 떠나자 엘지는 스튜어디스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켄사스시티로 떠났다.
19살이 되자 그녀는 모노와이로 돌아왔다. 루디도 고향을 돌아와 둘은 결혼했다. 이후 그들은 2명의 아이를 가졌다.
루디는 곡물창고에서 일했고, 주유소에 기름을 배달하는 일도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엘지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낡은 오두막을 개조했다.
1971년, 엘지의 바가 문을 열었다.
#엑소더스의 시작
하지만 바가 문을 열던 1971년은 이미 마을이 쇠락을 길을 걷고 있을 때였다.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무너진 지역 농업경제는 다시 회복되지 않았다.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교회는 엘지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1960년 장례식을 끝으로 더 이상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이 됐다. 우체국, 식료품 가게도 1967~70년 사이 모두 문을 닫았고, 4년뒤엔 학교마저 사라졌다. 엘지의 두 자녀도 70년대 중반 일자리를 찾겠다며 둥지를 떠났다.
1980년, 마을 인구수는 18명으로 줄었다. 2000년이 되자 루디와 엘지만이 남아 바를 운영했다.
마을에는 유일한 공공시설이 하나있다. 바로 '루디의 도서관'이다.
그녀의 남편이 2004년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 지은 도서관으로 나름 5000권의 서적을 보유한 곳이다. 도서관 외벽 장식은 엘지의 손주들이 와서 도왔다. 페인트칠, 장식등을 달았고 '루디의 도서관'이라는 간판도 손수 제작했다.

#혼자 꾸리는 공동체
마을 인구는 1명이지만 그렇다고 엘지가 외로운 삶을 사는 건 아니다.
그녀는 매일 아침 9시에 바 문을 연다. 그녀의 단골고객들은 20~30마일(약 30~50km)되는 거리에서 찾아온다. 200~300마일(약 320~480km) 떨어진 곳에서 그녀를 보러 오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찾아오는 단골들은 그녀가 평생 알고 지냈던 이들이다. 그녀는 단골들을 '가족'이라고 부른다.
단골들은 바에 와서 그녀와 말동무가 돼 주거나 낱말 퍼즐을 같이 하며 시간을 보낸다.
여느 바처럼 행사도 예약받는다. 종교 세례의식을 마친 이들이나, 단체 식사를 하러 오는 가족들이 대상이다. 메뉴도 저렴하다. 햄버거 하나에 3.5달러(약 3800원), 핫도그는 1.25달러(약 1300원)다.
일요일 저녁에는 손님들끼리 모여 카드게임도 한다.
#따뜻한 마음의 고향
밤이 되고 바를 방문한 손님들이 전부 떠나는 9시30분이 돼서야 엘지는 바를 정리한다. 집에 돌아와 잠에 드는 시간은 밤 11시.
엘지는 5명의 손주들과 2명의 증손주가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가족이 90마일 떨어진 곳에 산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 손주들이 사는 곳 근처에서 살 수 있다. 새로운 친구들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허락하는 한 내가 가장 살고 싶은 곳은 모노와이이다. 나이가 들면 습관을 바꾸기란 참 어려운 것이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최저임금 줄인상' 美 식당이 생존 위해 택한 방법
- 김민정 "등산·암반 사우나 좋아"..아재美 발산
- 마리화나株, 60조원 시장 두고 의료 진출+美 매장 확대 '급등'
- 뉴프라이드, 美 캘리포니아 소재 마리화나 판매점 추가 인수
- 텔콘, 엔다리 美 의료보조제도로 원료 공급 확대 기대
- [단독]대기업 공장, 지방으로? 땅 공짜 임대에 직원 주택 특공까지 '파격' - 머니투데이
- "딸 의대 꿈 위해, 5일 전 이사왔는데"...은마아파트 화재 10대 여학생 '참변' - 머니투데이
- 출산 고통 아내 '23시간 생중계'한 남편..."신체 노출·기저귀 광고까지" - 머니투데이
- 커피 시키고 38초 뒤 "한잔 더", 이게 잘못?...스벅 '면박 응대'에 뿔났다 - 머니투데이
- '유럽 방전' K배터리, IAA 업고 반전할까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