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업&다운](96) '조리원 신생아 집단감염', 검찰 '혐의없음' 처분에도 민사 승소한 예율

전효진 기자 2018. 1. 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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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예율이 산후조리원에서 결핵 감염이 의심되는 간호조무사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제기한 소송에서 신생아 부모들을 대리해 승소했다.

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 모습./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부장 오선희)는 지난 10일 신생아의 부모들이 해당 산후조리원과 원장, 간호조무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총 2억478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원고에는 신생아 80명과 부모 등 총 230명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 은평구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던 이모씨는 2015년 6월 결핵가능성 의심 소견으로 항생제 처방 및 가래검사 처방을 받고도 같은해 7월 업무에 복귀해 8월 중순 가래배양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기 전까지 신생아를 돌봤다.

신생아 부모들은 이 사실을 알고 "간호조무사가 결핵에 감염됐을 수 있어 신생아들에게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도 간호조무사가 신생아를 돌봤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모자보건법위반 등의 혐의로 산후조리원 등에 대해 형사 고소했다. 신생아 부모들은 변호인단으로 예율을 선임했다. 2012년 설립된 예율은 민사∙지적재산∙기업법무 등을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17명의 중소로펌이다.

검찰은 감염 경로에 대한 인과관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2016년 12월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민사와 형사 소송은 원칙적으로 영향을 안 받지만 법조계에선 형사적 책임을 법원이 인정하면 민사에도 원고가 승소할 가능성을 키운다는 인식이 있다.

예율은 민사소송에서 감염 경로에 대한 인과관계 입증에 총력을 기울였다. 앞서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간호조무사의 결핵 확진판정이 나자 산후조리원에 머물렀던 신생아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실시, 신생아 80명 중 30명에 대해 잠복결핵 판정을 내렸다. 신생아 전원은 결핵 감염 위험성 때문에 항생제를 복용했다. 부모들은 예율을 통해 “산후조리원에서 잠복결핵에 감염되거나 결핵감염 위험성으로 항생제를 복용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6억95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간호조무사가 자신이 결핵에 걸릴 가능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업무를 지속해 신생아에게 결핵을 감염시켰다”며 간호조무사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또 “간호조무사의 사용자로서 관리·감독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해당 산후조리원에 대해서도 공동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조리원 원장은 산후조리원을 대신해 구체적으로 사업을 감독하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혐의없음’ 처분...‘감염경로 인과관계’ 입증에 총력 다해 민사 승소한 예율

예율은 허윤(41∙변호사시험 1회), 조경휘(39∙변시 2회), 이성준(33∙변시 3회) 변호사를 투입했다.

부모들은 형사 고소를 원해 예율은 민사에 앞서 형사 고소를 제기했다. 예율은 고소장 등에서 "간호조무사는 자신이 결핵에 감염됐을 수 있고 신생아들에게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도 신생아를 돌봤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모자보건법위반 등의 혐의로 간호조무사와 산후조리원 등을 처벌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그러나 감염경로 인과관계 입증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 문제, 의사협회에서도 “간호조무사 외 감염 경로를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는 회신이 돌아온 점 등을 근거로 검찰은 “80%의 확률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해서 국가형벌권을 작동시킬 수는 없다”며 2016년 12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예율 허윤, 조경휘, 이성준 변호사./대한변협

예율은 민사에서 검찰이 부족하다고 본 ‘감염경로에 대한 인과관계’ 입증에 주력했다.

하지만 가래가 없는 신생아의 경우 결핵 감염 여부 등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가래 검사 실시가 사실상 불가해 과학적 입증이 어려운 상황. 예율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의료보험공단을 통해 간호조무사의 치료 및 보험지원 내역, 병원 기록 등 여러 증빙자료를 제출했다.

예율은 또 기존 정부기관들이 만든 결핵 판정 지침은 신생아들에게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세 미만 영아가 잠복결핵에 감염됐을 때 활동성 결핵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4∼5배 높지만 검사 당시 발병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신생아들이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다가 면역체 균형을 잃게되면 활동하는 ‘잠복결핵’에 취약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신생아들은 결핵 보균자와의 접촉으로 인해 모두 장기간 항생제를 복용하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의 주의의무위반 내지 피고 회사의 채무불이행과 신생아들이 입은 손해 피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산후조리원 측, 표준약관 근거로 “직원관리 소홀하지 않았다” 주장했지만 패

산후조리원과 간호조무사 등은 이호천(49∙사법연수원 28기), 정혜경(35∙변시 3회) 당시 리앤유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들은 현재 개인 법률사무실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사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한 경우 손해배상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산후조리원 표준약관 제 12조 등을 근거로 “직원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조무사의 질병이 결핵으로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예견해 조치를 취할 책임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산후조리원 서비스와 관련해 “산후조리원 서비스 자체가 치료행위는 아니지만 면역력이 취약한 신생아를 집단으로 수용 관리하는 보건분야 업무 성격을 갖고있다”며 “신생아를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건강상태를 면밀히 살펴 이상증세가 보이면 의사나 한의사 등 전문가에게 진료를 받도록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한 “산후조리원은 조무사를 고용한 법인으로서, 수술을 받고 복귀하는 조무사가 신생아들을 돌볼 수 있는 건강 상태에 있는지를 확인했어야 할 주의 의무가 있지만 이를 방치했거나 확인하지 않았다”며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간호조무사에 대해서는 “산후 조리 업무 종사자 스스로 결핵과 같은 전염성 있는 질병에 감염돼 있는 경우 그로 인해 면역력이 취약한 신생아들에게 심각한 위해를 미칠 수 있으므로 질병이 확인되기 전이라도 신생아들에 대한 전염의 차단 내지 피해 감소를 위해 가능한 최선의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호천,정혜경 변호사/법조인대관 및 대한변협

산부인과∙유아보육기관 등 영유아 관련 사건, 인과관계 입증 중요 쟁점될듯

이번 소송의 쟁점으로 떠오른 ‘감염경로 인과관계’ 입증 여부는 신생아 관련 다른 감염 사건의 지속적인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역 보건소와 조사반을 구성하고 신생아, 어린이, 환자, 학생 등에게 전파 위험이 있는 집단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감염 확인이 발생했을 경우 아이들을 전수조사해 감염여부를 확인하고 대대적으로 발표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정부기관의 조치만으로 민·형사상 소송에서 법적 책임이 증명됐다고 법원이 판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가로 감염 인과관계를 입증할만한 자료를 충분히 모아야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인에 대한 법률인 의료법엔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을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 의료인들에 대한 처벌은 업무상과실치사죄 등 형법에 있는 혐의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유죄로 인정될 경우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관리책임자가 동시에 처벌받는다.

민사상 손해배상액은 신생아의 연령 및 가족관계 등에 따라 이들이 겪은 정신적 손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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