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박호산 "'감빵생활' 캐스팅 방식, 무명배우에겐 희망"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속 못 만드는 것이 없는 문래동 카이스트. 그가 입에 달고 사는 욕은, 혀가 짧은 탓에 모두 둔탁한 발음으로 나오고 만다. 그 덕분에 문래동 카이스트만 나오면 절로 웃음이 번진다. 죄수자이지만, 2상 6방의 마스코트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호산(46)은 휴대전화를 들고 그의 곁에서 서성이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갔다. “사진 찍어드릴까요?” 순식간에 여러 명이 그를 둘러쌌다. 연기를 한지 23년째. 대학로의 스타가 전국민이 아는 얼굴이 됐다. 반복되는 인터뷰가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오히려 “감사할 뿐이죠. 제가 언제 이렇게 인터뷰를 해보겠어요”라고 반문하며 웃었다. 대화의 절반 이상이 혀 짧은 소리로 이뤄졌다. 아직은 문래동 카이스트를 떠나 보내지 못한 박호산과의 인터뷰다.
Q.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잘 마무리한 소감은.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시원섭섭하다. ‘아 이제 끝났구나’ 싶기도 하고 ‘언제 또 이런 사랑을 받아보겠나’ 벌써부터 그립다. 아직 몸에서 캐릭터가 안 빠져나갔는데 그런데 종영이라니 OMG(오 마이 갓). (웃음)”
Q.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합류하던 때를 떠올려본다면.
“첫 미팅이 (작년) 6월이었다. 내가 알기로는 유독 내가 이 팀에서 오디션을 많이 본 사람이었다. 다양한 역할의 대본을 읽었다. 제작진은 네다섯 번 정도 만났다. 농담으로 ‘이렇게 자주 부르시고 같이 안 하면 안 되는 거 아시죠’ 라고 했다. ‘어떤 역할이 제일 잘 맞을지 고민하고 있어서 뵙자고 하는 거예요’라는 답을 들었다. 나도 느낌은 있었지만, 쐐기를 박고 싶은 농담이었다.”
Q. ‘한 번 만나자’는 연락은 어떻게 왔나.
“회사로 연락이 왔다고 들었다. 어리둥절했다. 인연이 없는데 나를 어떻게 알고 부르지? 싶었다. 직접 만나보니 신원호 PD는 정말 캐스팅에 신경을 많이 쓰는 감독이다. 내 공연 두 개와 영화 ‘족구왕’을 봤다고 하더라. 그게 고맙기도 하고, 엄청 신기하기도 했다. 그때 든 생각이 ‘평소에 잘 해야 한다’는 거였다. 지금도 대학로에서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신원호 PD같은 캐스팅 방식은 굉장히 희망적이다. 비록 지금 무척 힘들어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연기를 누군가 유심히 보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희망이다.”

Q. 기분이 어땠나. 신원호 PD의 전작이 다 성공을 거뒀고 배우들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만큼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일단 ‘내가 신원호 작품에 참여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혀 짧은 인물인데 너무 독특한 역할이어서 좋으면서도 걱정이 많이 됐다. 양날의 검이다. 독특하고 사람들의 기억에 강하게 기억될 수 있지만, 일단 대사가 전달이 안 되니 표현의 수위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됐다. 무의식에 내 원래 말투가 나가면 안 되니까 아예 혀 짧은 톤을 입에 붙이려고 했다.”
Q. 촬영장이나 연습 때가 아니어도 실생활에서 일부러 혀짧은 말투를 썼나. 지금 인터뷰도 카이스트의 발음이다.
“처음에는 일부러 노력했는데 나중에는 자동으로 되더라. (웃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 말투를 쓴다. 문제는 정상적인 발음을 해야할 때였다. 말끝이 돌아가더라. 오히려 제대로 발음할 때가 더 어색했다.”
Q. 워낙 임팩트가 세서 다음 작품 고민이 많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카이스트 캐릭터가 준 선물이 아닐까. 어쩔 수 없이 반전이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책임감도 따른다. (카이스트가) 파괴력이 컸으니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클 것이다. 내가 잘 못하면 ‘그런 역할 밖에 못 한다’고 할 수도 있다. 어찌보면 벼랑 끝에 선 것인데, 그래도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작품에 몰입해야 할 것 같다.”

Q. 카이스트 쉽지 않은 캐릭터다. 어떻게 만들었나.
“역할을 두고 나랑 닮은 부분을 찾아낸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 방법 중 하나가 찰흙을 뭉쳐놓고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내는 것이 있다. 카이스트가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것들을 빼버리는 것이다. 내가 가진 모습 중 무게감 같은 것을 빼고, 내가 가진 밝음과 가벼움 등을 더 확대한다.”
Q. 가장 처음 대본을 보고 끌린 캐릭터는 무엇이었나.
“처음에는 조주임(성동일 분) 역할이 하고 싶었다. 바로 반전이 드러나지 않나. 그 점이 매력적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성동일 선배가 제대로 표현을 해서 내가 그 이상을 할 순 없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인물, 반전이 있는 점이 끌렸다. (카이스트도 임팩트가 크고 반전결말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서 좋다. 조주임을 하고 싶다고 우겼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웃음)”
Q. 꼭 잘 됐으면 하는 동료가 있나.
“친구인 배우 차순배. 정말 기가 막히게 좋은 친구다. 고생도 많이 했다.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나 잘 되길 바라듯 순배도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순배 요즘에 잘 나가는데 더 잘 됐으면 좋겠다.”
Q. 모든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카이스트가 아닌, 다름 탐나는 인물이 있나.
“팽부장? (주로 교도관 쪽이다) 그런 것 같다. (웃음) 사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이 탐난다. 캐릭터가 워낙 입체적이다. 모든 배우가 다 다른 캐릭터를 맞는 설정도 재밌겠다. 사다리 타기 게임을 해서 김제혁이 해롱이 역할하고. (웃음) 그런 예능하면 좋겠는데?”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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