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에 4천석 매진시킨 존 레전드, 사랑과 인류애의 향연

김연주 2018. 3.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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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테이지-115]
연인, 가족 그리고 인류애 노래한 무대
3분만에 4000석 매진 기염
4년만에 내한한 존 레전드 단독 콘서트

"가끔 우린 사랑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데, 모든 순간에 감사해야 합니다. 내일은 보장되지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당장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객석 여기저기서 '사랑해'를 외쳤다. 옆에 앉은 동행인에게 또 무대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존 레전드에게. 환하게 웃으며 "나도 당신들을 사랑한다"고 답한 레전드는 즉석에서 관객 한 사람을 무대로 청했다.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재킷을 벗어 던지는, 춤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팬 서비스에 객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아이 노우 베터(I know better)' '러브 미 나우(Love me now)' '메이드 투 러브(Made to Love)' 등 자신의 대표곡을 부르며 중간중간 "사랑하면 박수를 쳐 달라" "휴대폰은 그만 보고 사랑에 빠져보라"고 부탁했다. 지난 15일 서울올림픽홀에서 열린 존 레전드의 내한 무대는 초콜릿처럼 달콤했다. 레전드는 정말 사랑에 빠진 남자처럼 들뜬 눈으로, 감미로운 목소리로, 열정적인 몸짓으로 객석에 고백을 쏟아냈다.

"존 레전드는 역시 레전드(legend 전설)다." 원래 이름은 존 로저 스티븐슨. 예명에 레전드를 붙일 정도의 자신감은 허풍이 아닌 실력이다. 이날도 특유의 소울풀한 목소리는 마치 악기처럼 자유자재로 높낮이를 오가며 울리는데, 가사나 멜로디보다도 그의 목소리가 오롯이 하나의 예술이었다. 초반에는 음향이 아차 싶었으나, 네 번째 곡 '러브 미 나우(Love me now)'를 부를 때부터 완전히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오버로드(Overload)' 때 감미로운 색소폰 소리를 타고 흐르는 레전드의 애절한 목소리에 객석이 한순간에 고요해졌다. "날 지금 사랑해주세요(Love me now)" "당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요(Loves all of you)" 라는 흔한 노랫말도 그의 목소리를 입으면 마치 연인의 입술을 타고 나오는 말처럼 감동적이다. 밋밋한 글자가 촉감과 볼륨감을 입고 살아난다. 무엇보다도 그는 대단한 사랑꾼이었다. 앙코르 첫 번째 곡 '올 오브 미(All of me)'를 떼창하는 한국 관객들에게 "아, 당신들의 목소리가 너무 아름다워요"라고 감미로운 감탄사를 내뱉을 때 많은 관객이 그와 사랑에 빠지지 않곤 못 배겼으리라.

이번 공연은 예매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티켓 오픈 3분 만에 4000석이 매진된 것. 2013년 앨범 '러브 인 더 퓨처(Love in the Future)' 이후로 최전성기를 지났다는 세간의 평을 깨부순 결과였다. 갑작스레 다시 타오른 인기는 영화 덕분이었다. 2016년 '라라랜드'에 가수 키이스 역으로 출연해 직접 노래해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고, 2017년에는 '미녀와 야수' OST를 불러 젊은 관객들에게 자신을 알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실제로 이번 공연 예매자 중 58%가 20대 이하였다. 이날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부른 무대도 라라랜드 수록곡 '스타트 어 파이어(Start a fire)'. 어둠 속에서 홀로 피아노를 치며 반주 없이 부르는데 영화 '라라랜드' 속으로 순간 들어간 듯했다.

"'글로리'는 정의와 평등을 위해 행진한 모든 사람을 기념하기 위한 노래입니다. 여러분. 언젠가 영광의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영광은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단연 마지막 무대였겠다. 연인과 가족에 대한 사랑은 한발짝 더 나아갔다. 마지막 곡은 '글로리(Glory)'. 존 레전드의 잔잔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루터 킹 목사의 연설과 흑인 인권 운동 영상이 상영됐다. 존 레전드는 힘차게 '인류애'를 노래하기 시작했다.

실제 존 레전드는 진보적인 성향의 아티스트로 사회적인 목소리를 자주 내는 편이다. 이번 5집 앨범 '어둠과 빛(Darkness and light)’ 역시 미국의 어둠의 시기를 절묘하게 빗대어 표현한 곡들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으로 이날 초반에 불렀던 '러브 미 나우' 뮤직비디오에는 이라크, 도미니카 공화국, 올란드 등 충격적인 총기난사 사고가 있었던 전 세계를 비추는 와중에 존 레전드 자신의 가족이 직접 출연한 영상이 오버랩 된다. 레전드와 부인 타이겐과 그 사이에서 해맑은 얼굴로 웃는 딸 루나. 존 레전드는 이 곡을 공개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우리는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하고 안 좋은 소식 가운데에도 가족과 음악을 통해 빛을 찾을 수 있다"고 썼다. 사랑이 미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진 앨범은 대놓고 급진적이거나 직접 사회참여를 외치지는 않지만 지금 우리 상황을 곱씹어 보게 만드는 곡이다. 이날 무대처럼. 화이트데이가 하루 지난 날이었지만 사탕을 한 보따리로 받은 기분이었다.

[김연주 기자]

<1부>

I Know Better

Penthouse Floor

Tonight

Love Me Now

Made to Love

Darkness & Light

Overload

Start A Fire

Used to Love U

Save the Night

Like I'm Gonna Lose You

Save Room

Slow Dance

Superfly

<2부>

Wake Up Everybody

Stay With You

Beauty and the Beast

Ordinary People

Lay Me Down.

Surefire

Green Light

Who Do We Think We Are

You & I (Nobody in the World)

So High

<앙코르>

All of Me

Gl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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