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가면 달팽이 요리 에스카르고부터 맛보세요
[푸드트래블-8] "아빠, 파리에서는 뭘 먹어요?" "파리에선 에스카르고(달팽이 요리)를 먹지." 아이들은 달팽이 요리를 먹는다는 아빠의 말에 기겁을 한다.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케이트 윈즐릿이 부부로 나오는 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대사다. 두 주연배우의 이름만 듣고 '타이타닉' 같은 달콤함을 상상하면 곤란하다. 이 영화 속 부부는 살벌하다.
반복되는 일상과 권태에 지친 부부는 미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 정착하기로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남편에겐 승진의 기회가 찾아오고 안정적인 삶의 기회를 얻은 그는 떠나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아내는 계획대로 떠나기를 원하면서 둘의 갈등은 시작된다. 결국 팽팽하게 맞서던 그들은 서로에게 회복되지 않을 상처를 입히고 (여기에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더하자면) 안타깝게도 에스카르고를 먹을 기회 역시 갖지 못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이 달팽이를 먹는다는 얘기에 놀라는 모습을 보면서 난 생각했다. 달팽이 요리가 그렇게 놀랄 음식인가? 하긴 나도 어릴 적 번데기가 어떤 생명체인지 알았다면 쉽게 먹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
미국에서 프랑스로 이민 계획을 세우는 가족이 먼저 떠올렸을 정도로 에스카르고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요리 중 하나다. 하지만 난 이 요리에 대한 호기심은 적은 편이어서 프랑스에 가면 동물 학대 음식의 대명사 격인 '푸아그라(Foie gras)'는 맛보고 싶었어도 '에스카르고(Escargot)'는 떠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현지에서 에스카르고와의 만남은 푸아그라보다 먼저 이뤄졌다.





에스카르고를 모든 프랑스인이 즐겨 먹는 건 아니다. 영화 '파리로 가는 길'에도 에스카르고에 대한 에피소드가 나온다. 미국인 주인공(다이안 레인)은 정말 요리를 잘한다는 레스토랑에 초대를 받아 에스카르고를 대접받는다. 하지만 그녀는 달팽이를 산 채로 요리한다는 말에 차마 씹지 못하고 냅킨에 슬쩍 뱉어서 바닥에 떨어뜨린다. 그런데 그 레스토랑을 뛰어다니던 한 꼬마 녀석이 바닥에 떨어진 달팽이를 보고 '앗! 에스카르고다!' 하고 맛있게 주워 먹는다. 흠, 역시 요리는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야 하는 걸까.



[정영선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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