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강간 싫다면서 왜 벗냐".. '맨가슴 시위' 시끌시끌

"여자가 더우면 웃통 좀 깔 수 있지."
"브라 없는 맨가슴을 꿈꾼다."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
지난 2일 서울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불꽃페미액션' 단체 여성 10명이 모여 상의를 탈의했다. 이들은 여성의 몸을 음란하게 보지 말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페북이 지난달 26일 이 단체 회원들이 '월경 페스티벌' 행사에서 찍은 여성 상의 탈의 사진을 삭제한 것이 시위 발단이었다. 단체는 왜 남성 상의 탈의 이미지는 놔두면서 여성 몸에만 '야하고 성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느냐고 반문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지난 3일 페북코리아는 삭제 사진을 복원하고 사과했다. 페북은 "페북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하지 않은 귀하의 게시물이 당사의 오류로 삭제됐다. 해당 콘텐츠를 복원하고 관련 계정에 적용됐던 차단을 해제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페북 사과에 따라 일단락되는듯 했지만 논란에 다시금 불이 붙었다. 지난 4일 서울 수서경찰서가 해당 시위자들의 입건이 어렵다고 밝히면서다.

형법 제245조(공연음란)에 따르면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게 돼있다. 경찰은 해당 시위가 타인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주는 정도라고 보기 어려워 음란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시에 따르면 음란성은 '일반 사람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는 것'인데, 이들은 시위 중 의견 표출을 위해 단시간 동안 상의 탈의를 한 것이기에 음란성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찰 입장에 반발 여론이 불거졌다. 여자 상의 탈의를 공연음란죄로 처벌하지 않았으니 남자가 발가벗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공연음란죄로 처벌하면 안된다는 주장이다.
A씨는 "과거 음악 방송 중 펑크밴드 멤버 두명이 입고 있던 바지를 내려 성기를 노출했단 이유로 처벌받았다. 여성단체 주장대로면 이들의 몸 역시 흥을 표현했을 뿐이지 왜 음란의 대상인가"라고 말했다.
실제 2005년 MBC 음악캠프에서 인디밴드 럭스의 무대를 돕기 위해 무대에 올라온 펑크밴드 카우치의 멤버 두 명이 바지를 벗어 4초간 성기가 방송됐다. 카우치 멤버 두 명은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구속된 뒤 각각 징역 10개월, 8개월을 선고받았다가 집행유예 2년으로 석방됐다.
이에 대해 고모씨는 "여성이 성기를 노출하겠다는 게 아니다. 남자는 해수욕장에서 상의를 탈의할 수 있지만, 여성은 그럴 수 없는 건 여성의 가슴을 사회가 성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남성은 더운 여름에도 티셔츠 하나만 입을 수 있지만 여성은 불편한 브래지어에, 브래지어를 가릴 속옷을 입은 후에 티셔츠를 입어야한다. 사회 굴레에 갇혀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시선강간' 관련 논의도 일었다. 최근 페미니스트를 중심으로 여성의 몸을 향해 함부로 '시선강간'하지 말라는 주장이 나왔는데, 이들이 스스로 몸을 벗고 시선을 받는 게 아이러니하다는 주장이다. '시선강간'은 주로 남성들이 성적인 의미를 담아 음흉한 눈빛으로 여성들을 쳐다보는 행위를 일컫는다. 윤모씨는 "시선강간하지 말라면서, 왜 옷을 벗어 스스로 시선강간의 대상이 되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을 밝혔다.
반면 신모씨는 "여성을 인간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바라봐 '시선강간'하는 걸 멈추라는 것과, 여성의 가슴을 성적으로 바라보는 걸 멈추라는 것은 같은 말이다. 여성과 남성을 구분지어 여성의 몸에 섹시하고, 성적이며, 야한 이미지를 부여하는 걸 그만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일련의 갈등 구조에 대해 "여성들이 옷을 벗었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이런 퍼포먼스를 해야만 했던 맥락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이 여성들은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통해 그동안 사회가 여성의 몸을 성적대상화 해온 데 대해 저항의 표시를 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왜 항상 여성들의 몸은 성적대상화돼왔나' '성적으로 여겨져왔는가'이다. 이번 시위를 계기로 이 같은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태도가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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