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배의 그림으로 보는 인류학] 야수파 화가 앙드레 드랭의 '채링크로스교'

미술사학자 2018. 1. 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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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크로스교(혹은 웨스트민스터교), 앙드레 드랭, 1906년 작, 81×100㎝

오늘 소개해 드리는 그림은 ‘채링크로스교’라는 작품입니다. 이 그림은 새롭고 불편하고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야수파의 그림도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선배 격인 인상파 작가들의 시각을 연구해서 태어난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야수파 화가 앙드레 드랭의 런던 채링크로스 풍경입니다.

“오르세가 보관하고 있는 1905년 작 ‘채링크로스 다리’는 1906년부터 1907년 사이에 런던에 체류하면서 앙드레 드랭이 그렸던 29개의 연작 풍경화 중 하나다. 이때는 야수파의 전성기에 해당하는 시기였다. 그림 판매상 앙부아즈 볼라르가 이 경비를 모두 지원했는데, 이 런던행은 1904년 역시 같은 그림 판매상이었던 듀랑 루엘이 모든 경비를 대는 동안 런던의 풍경을 인상파 화가로서 작업했던 클로드 모네의 행적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이 그림은 같은 장소에서 그림을 남긴 모네에 대한 앙드레 드랭의 오마주이며, 동시에 드랭은 같은 풍경을 어떻게 차이나게 보고 해석하는지 드러내는 작품이다. ‘나는 조화롭고, 영원하며, 정해진 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것을 찾고 있다 라고 드랭은 볼라르에게 보낸 편지에 자신의 목표를 설명했다.”

인상파의 대가 모네는 자신이 인상파 화가로 출발하기 전부터 런던을 좋아했고, 영국 작가들의 그림을 관람한 것이나 영국 수도의 풍경과 분위기 등 런던에서 받은 영향을 크게 생각했습니다. 여러 차례 템스강 풍경을 그리기도 했는데, 만년에 다시 용기를 내서 1905년 듀랑 루엘의 지원으로 런던에 1 년 가까이 머물며 작업을 했습니다. 같은 제목의 ‘채링크로스교 풍경’이라는 모네의 그림은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 내다보는 풍경을 그린 것인데, 드랭은 이것조차 똑같이 따라가면서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같은 제목을 가진 같은 장소의 풍경이라고 보기에 드랭의 그림은 느낌이 많이 다르죠.

“다리가 멀리 보이는 풍경과 그 구성은 지형과 도시의 풍경이 보이는 것을 토대로 한 것은 맞는다(상상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빅토리아 강변 도로는 왠지 확 쏠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것은 모던한 도시적 풍경의 느낌과 바쁨이 경사와 속도감으로 표현된 것 같다. 드랭은 색깔로 차이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각각의 요소들을 푸른색을 마치 띠처럼 사용하면서 구획을 나눠 놓았다. 그리고 이 색깔들은 드랭이 ‘의도적인 색의 불협화음’이라고 불렀던 것대로 색채의 과격함이 보여주는 충격들을 심화하면서 서로 싸우고 있다. 이 그림을 포함한 드랭의 작품들은 1905년 콜리우르에서 작업한 마티스의 야수파 계열 작품들과 함께 표현주의의 걸작들로 인정받으면서 파리의 화단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전통을 지키는 입장이 있고, 그 전통이 꾸준히 수백년을 내려오는 흐름이 있었을 때, 좀 더 확대된 사회에서는 전통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성과 창의성을 살려보는 시각을 달리하는 새로운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이것을 미술의 ‘모더니즘’이라고 합니다. 모더니즘이 아무리 혁신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그대로 머물렀다가는 또다시 혁신의 대상이 되는 게 이치이기 때문에, 인상파 운동이 닦아 놓은 모더니즘의 무대에 새로 등장한 야수파 화가들은 지금까지 없었던 과감함을 색깔과 형태에 두게 됩니다. 이후 그림의 역사는 추상화를 낳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고요.

모네의 인상파 그림이 잔잔하고 편안한 분위기라면 이 그림은 활기찬 에너지가 있다고 볼 수도, 안 그러면 불안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림의 역사는 매번 이렇게 변화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그 변화의 방향이 다양하게 이어지며 쏟아졌습니다. 모네의 그림을 보면서 본인은 새로움을 이렇게 하겠다고 이야기했던 드랭 덕분에 하나로 고정되지 않은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을 모네도 기뻐하지 않았을까요?

미술사학자 안현배는 누구? 서양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예술사로 전공을 돌린 안현배씨는 파리1대학에서 예술사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예술품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태어나게 만든 이야기와 그들을 만든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라와 언어의 다양성과 역사의 복잡함 때문에 외면해 오던 그 이야기를 일반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미술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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