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직원 자살 그후]③남겨진 이들의 고통 그리고 외로움

양종곤 기자 2018. 5. 1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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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입장에서 유가족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걱정스러운 것은 유가족으로부터 고인에게 험담과 따돌림을 했다고 지목한 직원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거래소 이사장이기 이전에 자식을 둔 부모로서 가슴이 미어집니다. 고인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인정하는 조직 문화를 만듭시다." 2016년 7월, 최경수 당시 이사장이 거래소 임직원에게 보낸 고인에 대한 추모글에 담은 '거래소의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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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기리는 나무도 자라건만 끝없는 소송에 지쳐가고
쉬쉬하지만 블라인드앱에선 책임공방..아물지 않는 상처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별관 앞마당에 조금은 왜소한 소나무 한그루가 있다.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를 기리기 위해 2017년에 심은 소나무다.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이 나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여전히 거래소를 오가는 사람들은 2014년 A씨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 흔한 추모 리본조차 한 개도 없는 이 소나무의 외로움은 2018년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 News1 양종곤 기자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거래소 입장에서 유가족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걱정스러운 것은 유가족으로부터 고인에게 험담과 따돌림을 했다고 지목한 직원들도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유가족의 주장에 거래소 관계자들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 사건의 진실을 두고 유가족과 거래소, 그리고 유가족으로부터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들은 법적 다툼을 하고 있다.

A씨(1980년생)를 죽음에 이른 이유를 찾는 출발점은 2014년 A씨가 성희롱을 폭로했을 당시 회사가 가해 팀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은 점이다. 거래소는 "A씨가 처벌 없이 인사조치만 요구했다"며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면 보호가 우선"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팀장은 A씨의 사망 후 특별감찰반을 통한 조사 결과에선 성희롱이 인정됐고 징계를 받았다.

성희롱을 한 팀장과 A씨가 같은 층에서 근무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2014년 인사 조치 이후 1년 이상 다른 층에서 근무했다"며 "2016년에 부서가 신설되면서 같은 층에서 근무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회사 전임 변호사가 가해자 변호를 맡은 것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친분일 뿐 거래소 차원의 지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최대 쟁점은 실제로 A씨에 대한 험담과 따돌림이 있었느냐는 점이다. 성희롱 뒤 이런 일들이 A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게 유가족의 주장이다. 유가족은 A씨가 남긴 글, 메시지, 녹취록, 블라인드앱 상의 관련 내용을 토대로 가해 직원을 추렸다. 거래소는 "지목된 직원은 고용노동청 조사에서 무혐의를 받았다"며 "온라인에서 떠도는 얘기들의 진위를 회사가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 유가족 주장과 거래소의 설명은 여러 부분에서 충돌한다. A씨가 험담과 따돌림을 당했는지, 거래소의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인지는 법원에서 가려진다. 관련 소송 1심은 이르면 오는 6월 결론이 난다. 성희롱을 한 팀장은 최근 대법원까지 간 형사소송에서 승소했다. 거래소는 "A씨의 죽음 이후 성희롱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2016년 7월 A씨가 고인이 되기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리지는 못한다. 유가족과 거래소, 직원들 모두 이를 잘 알고 있다.

"거래소 이사장이기 이전에 자식을 둔 부모로서 가슴이 미어집니다. 고인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고 인정하는 조직 문화를 만듭시다." 2016년 7월, 최경수 당시 이사장이 거래소 임직원에게 보낸 고인에 대한 추모글에 담은 '거래소의 다짐'이다.

거래소 블라인드 앱에선 익명의 글을 통해 현재도 A씨 죽음에 관한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끼리 패를 지어 의심하고 비난하며 갈등을 키우는 상황 탓에 조직 문화는 무너지고 있다. A씨의 죽음은 직원 모두 쉬쉬하지만 외면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거래소의 상처로 남았다. 아직도 이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A씨는 고인이 된 후 '과장'으로 명예승진했고 그를 기리기 위해 심은 소나무가 거래소에서 자란다. 아버지는 딸이 직원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고 왜곡될까 두렵다. 그리고 최경수 이사장이 추모글에서 밝힌 다짐을 아직도 믿고 싶다고 했다.

생을 마감한 후 A씨가 거래소로부터 받은 발령장. © News1

ggm1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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