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는 문화 다양성의 척도.. 사용권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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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라, 더버(덥어)."
경상도 사투리에서 '더워'는 '더버'라고 한다.
실학자 이덕무(1741∼1793)는 경남 함양의 지방관으로 부임해 백성들의 사투리를 익히고 사용했고, 유의양(1718∼1788)도 유배지의 사투리를 기록했다.
저자인 정승철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사투리 사용은 문화적 다양성의 척도이며, 표준어를 제도로 강제하는 건 인권 침해를 불러온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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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은 방언에 편견 안 가져.. 서울말이 표준어 된 건 일제강점기
[동아일보]

경상도 사투리에서 ‘더워’는 ‘더버’라고 한다. 국어학자 주시경 선생(1876∼1914)의 의견이 맞춤법에 그대로 반영됐다면, 우리는 오늘날 ‘덥어’라고 적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 문화 속 방언(方言)의 위상을 살핀 신간 ‘방언의 발견’(창비·사진)에 따르면 주시경은 저술 ‘말’에서 “더워: 이는 ‘덥어’의 ‘ㅂ’을 뺀 ‘더어’의 ‘어’를 ‘워’로 잘못 발ㅱ는 것이니 … 경상도 말대로 ‘ㅂ’을 빼지 말고 ‘덥어’라 ㅱ이 심히 좋으니라”라고 했다. 어문의 규칙성을 중시한 주시경은 사투리라 할지라도 규칙적인 모습을 드러내면 표준어로 삼을 수 있다고 봤다는 걸 알 수 있다.
조선 시대에도 방언에 우호적이고 편견 없는 인식을 드러낸 이들이 적지 않다. 실학자 이덕무(1741∼1793)는 경남 함양의 지방관으로 부임해 백성들의 사투리를 익히고 사용했고, 유의양(1718∼1788)도 유배지의 사투리를 기록했다. 퇴계 이황은 중앙 관직에 진출해서도 경상도 사투리를 바꾸지 않았다. 실학자 위백규(1727∼1798)는 “퇴옹(退翁·퇴계)이 영남의 발음을 고치지 않은 것은 참으로 의미가 있다”고 썼다.

물론 조선 후기에도 서울말이 중심 언어였던 건 사실이다. 위백규는 이를 두고 “한양에 다녀간 시골 사람들이 기필코 경음(京音)을 본받으려고 하니 모두 다 잘못된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서울말이 공식적으로 표준어가 된 건 일제강점기다. 조선어학회 주도로 서울말 단어 하나하나에 표준어의 자격을 부여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집’이 1936년 간행된다. ‘방언의 발견’은 표준어를 바탕으로 한 언어통일운동이 민족 구성원을 결집해 독립에 기여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봤다. 동아일보 등이 벌인 브나로드운동은 “거국적 문화운동이자 민족자강운동, 실력양성론에 기초한 민족독립운동”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문자보급운동을 주도한 인물과 참여 학생들이 훗날 한국 문화계를 이끌어 가면서 표준어가 계몽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반면 사투리는 품위 없는 말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 여러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이 사투리를 등장시켜 인기를 끌었지만 여전히 공식적 언어생활에선 표준어가 압도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저자인 정승철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사투리 사용은 문화적 다양성의 척도이며, 표준어를 제도로 강제하는 건 인권 침해를 불러온다고 강조한다. 표준어든 사투리든 자신이 원하는 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 “방언 사용권이 존중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말이 있을 뿐, 틀린 말은 없다’는 주장이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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