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러' 유해진, "난 아날로그 인간..사람 냄새 좋아해"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2018. 5. 9.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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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아들과 배우, 그 사이 유해진의 정체성
영화 '레슬러'에서 전직 레슬러이자 아들 바보 아버지 귀도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전 약간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라서요, 사람 냄새 나는 게 좋더라고요."

유해진과의 인터뷰는 언제나 자연스럽다. 무언가를 바로잡지 않고,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는 대화의 행간은 홍보 자리라기보다는 담소처럼 느껴진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즐겨보고, 라디오 음악방송을 사랑하는 배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초기작 '붉은 돼지'에서 느껴지는 옛 시대의 분위기를 그리워하는 배우. 유해진이 좋아하는 것들은 그의 단면을 가장 잘 드러낸다. 이번 영화 '레슬러'가 김대웅 감독의 입봉작이었음에도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전직 레슬러 아버지 귀보 역을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품을 고를 때도 사람 냄새가 나는 것을 우선으로 생각해요. 일단 신인 감독님이니까 저는 감독님에게 새로운 시선이나 느낌, 에너지를 받았고, 영화 현장의 익숙한 노하우 같은 건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었어요. 이런 게 같이 섞이면 좋을 것 같았죠. 영화가 비록 대중예술이지만 어쨌든 창작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서 감독님들과 원래 제 경험이나 아이디어를 많이 공유하는 편입니다."

여자인 친구와 놀이공원에 놀러가는 아들에게 싱거운 농담을 던지는 장면 등은 유해진의 아이디어가 반영됐다.

"아버지들은 꼭 그런 웃기지도 않은 농담을 해요. 자식들은 별 반응하지 않고 그냥 나가죠. 그게 가까워지려는 노력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큰 웃음을 원해서 하는 건 아니지만 보통 그럴 것이라는 부분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거죠."

영화 '레슬러' 스틸컷.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해진에게 '레슬러'는 부자 간의 성장드라마다. 그래서 그가 가장 눈물을 쏟은 장면은 전직 레슬러 선수였던 아버지와 현직 레슬러 선수인 아들이 링 위에서 맞붙는 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부모가 성장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아들이 레슬링으로 아버지를 넘겨 버릴 때, 그 장면은 굉장히 슬퍼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경기가 아니라 자식과 힘을 겨루는 자체가 슬프잖아요. 그냥 무조건 미안한거죠. 그렇게까지 한 자식에게 여러 가지 고충이 있었을테니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못할 것 같았어요."

아들 성웅 역을 맡은 젊은 배우 김민재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유해진은 현장에서 레슬러 장면에 혼신을 쏟는 김민재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버지와 아들이라기보다는 형과 동생처럼 돈독해졌다는 전언이다.

"민재가 정말 100% 소화를 다했거든요. 전 진짜 하는 시늉이었고, 민재가 고생을 많이 했죠. 너무 욕심이 있어서 그러다가 골병든다고 얘기도 많이 해줬어요. 정말 배우들이 카메라에 잘 담기려고 열심히 하다가 그러는 경우 많거든요. 그게 나중에 누적이 돼서 비오면 아프고, 아침에 무릎 아파서 깨고 막 그래요. 물론, 제가 아무리 말해도 그 적당히라는 지점을 찾기 힘들죠. 민재는 애가 진득하니, 든든한 그런 게 있어요. 현장에서 정말 이런 저런 이야기도 많이 했고, 소위 궁합이 맞았죠. 사실 잘 맞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거든요. 이번에는 제가 아들복이 있었습니다."

영화 속에는 민재의 친구 가영(이성경 분)이 옆집 아저씨인 귀도를 좋아하는 설정이 등장한다. 이를 두고 개봉 전부터 불편하게 여기는 시선이 많았다. 페미니즘 이슈가 중요한 의제로 설정된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부담스러운 설정이었고, 편하지는 않았죠. 그러나 이 영화가 그것만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짝사랑도 있지만 결국 자식과의 관게에 더 중점을 두고자 했다고 봅니다."

영화 '레슬러'에서 전직 레슬러이자 아들 바보 아버지 귀도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해진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보다는 자식의 심정에 더욱 이입을 하게 됐다고. 어머니를 일찍 떠나보낸 그는, 막내인 자신이 아버지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건강이 불편한 아버지의 웃는 모습을 따라하는 그에게서는 애틋한 사랑이 느껴졌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부모님을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왜 그 때는 그렇게 못 박는 말을 했는지…. 아버지 건강이 많이 안 좋으세요. 연극한다고 젊었을 때는 속을 많이 끓였고, 어머니는 끝내 제가 잘 되는 걸 못보고 돌아가셔서 속상함이 있어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는 예전보다 훨씬 깊이 있게 부모님에 대한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어머니가 저를 마흔에 낳으셨는데 이제 전 그보다 나이가 많아졌거든요."

20대에는 '연기를 할 거다'라고 말하면 '뭐하고 먹고 살거냐'고 끊임없이 되묻는 아버지가 그렇게 야속하고 미웠단다. 그러나 이제는 아버지에게 애정표현을 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는 것이 그의 일상 중 하나다.

"연극한다고 속 썩였던 게 많이 후회돼요. 그 때 잔소리처럼 들었던 말씀들이 자꾸 생각나더라고요. 살아가는데 곱씹게 되는 이야기들이죠. 아버지는 겸손하라고 그러셨었고, 사기 조심하란 말씀도 하시고…. 아버지가 워낙 엄해서 저희 형제들이 다 무서워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사랑한다'고 표현하기 시작하니까 또 되더라고요. 형들한테도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설득하는 중이에요."

만약 그가 실제 부모 입장이면 어떨까. 유해진은 힘들고 어려운 길이라도 자식이 좋을대로 하게 내버려 두는 부모는 못될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밥 벌어먹고 살기 어려운 연극을 그렇게 부모님이 반대한 이유를 알겠다는 것이다.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거 같아요. 그게 사실 관심이잖아요.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라고는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자식이 고생길을 가길 원하는 부모는 없으니까 연극을 못하게 한 건 당연한 거거든요. 비교적 '쿨'한 척하면서 살려고 노력하겠지만 제 판단에 잔소리가 필요한 순간을 외면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해요."

영화 '레슬러'에서 전직 레슬러이자 아들 바보 아버지 귀도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속에서 청소나 빨래를 하는 장면이 굉장히 자연스러워서 물어보니, 실제 유해진은 집에서 스스로 가사일을 한다고. 극단에서 배웠던 잡일들도 연예계 생활을 하며 모두 도움이 됐다.

"집안일은 아직 제가 혼자 다 하려고 해요. 혼자 청소, 빨래, 설거지는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빨래하는 장면이 쉽더라고요. 극단에서는 뭐든지 부족한 상태니까 남자애들은 세트 짓거나 그러고, 여자애들은 미싱하고 그랬거든요. 그렇게 배워둔게 어쨌든 모든 생활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요리에 재능이 있는 거 같지는 않고 그냥 간단한, 기본적인 정도만 할 줄 알아요. 요즘에는 나물을 좀 무쳐먹고 싶어서 그걸 배우고 싶더라고요."

언제나 유쾌하고, 사람좋은 이미지로 비춰지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유해진은 솔직히 '삼시세끼' 속의 자신과 실제 일상이 똑같지는 않다고 이야기했다. 현장에서 그의 좌우명은 '그럼에도 짜증은 내지 말자'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런 이미지는) '삼시세끼'의 영향이 되게 큰 것 같아요. 그것과 제 일상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죠. 어떻게 매일 그렇게 살겠어요. 어쨌든 당시 다짐을 했던 건 무슨 일이 있어도 짜증을 내지 말자는 거였어요. 저도 어쩔 때는 확 짜증도 나고, 당연히 그렇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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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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