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트럭! '야무진'과 'SM530'을 기억하시나요

올해 하반기 ‘경상용차(LCV)’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르노삼성! 단기적으로 보면 ‘새로운 시도’가 맞지만, 르노삼성의 전신인 삼성자동차 및 삼성상용차의 역사까지 통틀어보면, 르노삼성은 상용차 영역에 재도전하는 것이다.


'태풍의 눈' 엠블럼을 박은 삼성상용차는 이미 90년대에 등장했고, 그 중심에는 1톤 트럭 ‘야무진’이 있었다. 1998년 출시된 이 트럭은 당시 1톤 트럭 시장을 독식하고 있던 현대 포터, 기아 봉고 등을 정조준했다.


삼성상용차 1톤 트럭 '야무진'

닛산 '맥시마'를 들여와 1세대 SM5를 출시했던 삼성은 상용차 역시 닛산의 힘을 빌린다. 야무진은 닛산 ‘아틀라스 100(Atlas 100)’에 기반을 두고 국내 출시에 맞게 설계를 바꾼 모델이었다.


야무진은 원래 ‘Yes! Mount the Zone of Imagine(그래, 상상의 영역으로 올라가라)’의 머릿글자를 딴 말이다. 당시, 삼성차는 우리말 ‘야무지다’와 같은 발음으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어 야무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밝혔다.


1998년 첫 출시 당시에는 'SV110'이라는 이름으로 나왔다가, 99년에 들어 ‘야무진’이라는 순우리말로 이름을 바꿨다.


닛산 ‘아틀라스 100(Atlas 100)’
1.2톤 모델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포터와 봉고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름처럼 이 모델의 일생이 야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명이 짧았다. 이 트럭이 팔린 기간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 남짓이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과적이었다. 적재 중량 1톤짜리 트럭에 그 이상을 싣고 다니는 등, 과적이 만연했던 국내 사정을 버티지 못하고 결함이 속출한 것. 반면, 이런 국내 현실을 트럭 설계에 고스란히 반영한 현대, 기아차 1톤 트럭들은 잘 버텨냈다.


이를 의식했는지, 1998년에는 적재 중량을 높인 1.2톤 모델을 선보이기는 했지만, 포터와 봉고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야무진은 2000년 삼성상용차 파산과 함께 단종됐다.


SM510

사실, 삼성상용차의 첫 모델은 야무진이 아니었다. 야무진 이전에 SM510, SM530이라는 '대형 트럭'이 먼저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1세대 SM5가 SM520, SM525V처럼 'SM + 세자리 숫자'를 붙이는 작명법을 적용했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다. 어찌보면 이들도 'SM5'이긴 하다.


이 트럭 역시 닛산 대형 트럭 ‘빅 썸(Big Thumb)’을 국내 실정에 맞게 개조한 모델로, 1994년 처음 등장했다. SM510은 340마력, SM530은 370마력을 냈다. 덤프트럭, 레미콘, 트레일러 등 다양한 모델로 판매됐으며, 닛산 엠블럼을 달고 일본으로 역수출되기도 했다.


이 트럭 역시 2000년 삼성상용차 파산과 동시에 단종됐으며, 이후 A/S 문제로 소비자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SM530 신문 지면 광고

삼성상용차는 삼성이 가전으로 쌓아온 성공적인 이미지 덕분에 시장의 큰 기대를 받았고, 90년대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꽤 주목할 만한 활약을 보였다.


비록 삼성상용차는 우여곡절 끝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올해 르노삼성의 이름으로 시장에 다시 뛰어든다. 그 선두에는 '경상용 전기차'가 있다. 아직 모델, 스펙 등 구체적인 정보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쏠라티 급인 르노 마스터, 스타렉스보다 살짝 작은 캉구가 언급되고 있다. 이들은 추후에 디젤 버전이 출시될 가능성이 있어 현대, 기아차가 독점하고 있는 국내 상용차 시장에 큰 파란이 예고된다.


과연 르노삼성의 상용차는 과거의 실패를 딛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르노삼성 경상용 전기차로 거론되고 있는 '마스터 Z.E.(위)'와 '캉구 Z.E.(아래)'

이미지 : 르노, 나무위키, 위키백과


황창식 inthecar-hwang@carla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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