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학자 마르크스의 삶이 던진 21세기 자본주의 문제 해결의 열쇠
[경향신문] ㆍ5일 탄생 200주년 맞아 재조명
ㆍ평전·에세이·소설 잇달아 출간

카를 마르크스(1818~1883)는 생전 학자이자 저널리스트로 부지런히 글을 썼다. 그와 사상적 동지인 엥겔스의 저서를 집대성한 마르크스-엥겔스 전집(MEGA)은 2020년까지 모두 114권 완간이 목표다. 그만큼 마르크스는 경제학·철학·역사학·정치학·사회학 분야에 걸쳐 엄청난 양의 글을 남겼다. 하지만 양으로 치면 후대 연구자들이 마르크스에 관해 쓴 책이 마르크스의 저작들을 압도하고도 남을 것이다.
오는 5일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서점가에 다시금 그의 이름을 불러내는 책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평전, 에세이, 소설 등 여러 형식으로 마르크스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는 책들이다.

마르크스나 그의 대표작 <자본론>에 관한 대중적 해설서가 이미 하나의 출판 장르로 굳어진 상황에서, 이 책들의 새로움은 덜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200주년에 즈음해 마르크스의 생애나 업적을 재평가하는 현재진행형의 작업들을 담은 책들이 눈에 띈다.
<카를 마르크스: 위대함과 환상 사이>(아르테)는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 런던대 퀸메리 칼리지 역사학과 교수가 2016년 쓴 평전이다. 총 12장, 1100여쪽 분량의 이 책은 19세기 유럽 지성사의 맥락에서 인간 마르크스와 그의 이론을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존스는 “이 책의 목표는 마르크스가 죽은 뒤 그의 성품과 여러 성취에 대해 이야기들이 꾸며지기 이전인 19세기의 환경 속으로 돌아가서 그의 모습을 다시 그려내는 것”이라고 밝힌다.
이 때문에 책은 마르크스 개인의 삶 못지않게 당시 역사적 배경과 사상적 흐름,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비중 있게 다룬다. 책에는 마르크스가 격동의 1840년대에 파리, 브뤼셀, 쾰른 등지에서 혁명 동지들을 찾아 나서는 과정, 그가 헤겔로 대표되는 독일 관념론과 단절하고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과정, 또 기독교 비판과 국가 비판을 넘어 사회문제와 프롤레타리아트, 정치경제학 비판에 매진하는 과정 등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다.
<카를 마르크스>를 옮긴 홍기빈 글로벌정치연구소 소장은 “ ‘마르크스주의’라는 달팽이 껍질 속에 숨어 있는 ‘마르크스’라는 민달팽이의 모습을 꼬리에서 두 개의 뿔까지 총체적으로 그려낸” 책이라고 설명했다. 존스는 마르크스주의 진영의 마르크스 신화화 작업을 경계하며, 마르크스가 만년인 1870년대 러시아 ‘미르’와 같은 촌락 공동체에 희망을 걸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홍 소장은 옮긴이 서문에서 “21세기의 새로운 마르크스 연구의 방향을 확고하게 만드는 저작”이라고 평가하며, 마르크스가 “진리와 정의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는 세상의 꿈 하나만 남겨 두었던 인간이자, 그 이상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최상의 결과물을 인류에게 남겨 준 인간”이라는 점에서 200주년을 기념하는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2권으로 된 <마르크스 전기>(노마드)는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부설 마르크스레닌주의연구소가 1973년 공동 저술한 평전이다. 실천적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에서 마르크스의 사상이 형성된 과정과 주요 저작들의 집필에 얽힌 이야기 등을 담았다. <마르크스에 관한 모든 것>(살림)은 명성·선언·음모·자본·소유·언어·노동·평등 등 16개의 키워드로 마르크스의 사상을 풀어낸 에세이이자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감정을 묘사한 전기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날카롭게 비판한 마르크스의 사상은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 등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석하는 유효한 틀을 제공한다. <마르크스 2020>(팬덤북스)은 마르크스의 사상이 지니는 현재성에 주목, 마르크스주의가 자연·발전·노동·여성·문화·국가·종교 등 다양한 영역들과 어떻게 접목돼 발전해왔는지를 살핀다.
마르크스의 일대기를 소설로 그린 시도도 나왔다. 언론인 손석춘씨는 <디어맑스>(시대의 창)에서 엥겔스가 ‘라인신문’에서 일하던 청년 마르크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그의 삶을 담아냈다. 손씨는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악마의 얼굴’을 한 듯 여겨지는 마르크스의 ‘생얼’을 드러내고 싶었다”며 “인류에게 노동이 어떤 의미가 있고 노동하는 사람이 얼마나 존엄한가를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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