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시승기나 기사를 읽다 보면 FF, FR, MR, RR과 같은 '외계어'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자동차 구동계의 레이아웃을 뜻하는 말. 여기서 F는 'Front', R은 'Rear', M은 'Mid'를 줄여 부르는 것이다. 결국 위의 용어들은 '위치'를 나타낸다. 그 중에서도 앞쪽 알파벳은 엔진의 위치를, 뒤쪽 알파벳은 동력이 전달되는 바퀴를 의미함으로써 자동차 구동계 레이아웃을 한 마디로 설명한다.
글_ 정상현 기자
FF는 Front engine, Front drive를, FR은 Front engine, Rear drive를, MR은 Mid engine, Rear drive를, RR은 Rear engine, Rear drive를 의미한다. 즉 FF는 앞쪽에 엔진을 얹은 전륜구동차, FR은 앞에 엔진을 얹은 후륜구동차, MR은 미드 엔진의 후륜구동차, RR은 리어 엔진의 후륜구동차를 뜻하는 것. 자동차 구동계를 이와 같이 구분하는 이유는 그에 따라 차의 특성이 판가름되기 때문이다. 엔진은 자동차의 부품 중 가장 무거운 축에 들기에 그 위치에 따라 차의 움직임이 달라진다. 앞과 뒤 중 어느 바퀴를 굴리느냐에 따라서도 운동 특성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태생적 차이로부터 벌어지는 각자의 구체적인 특성은 어떠할까?
차분하고 안정적인 FF
FF 레이아웃은 앞쪽 바퀴가 구동과 조향을 동시에 맡는다. 게다가 묵직한 엔진을 앞쪽에 얹으므로 앞 타이어에 큰 부담이 가해진다. 간단히 말해 앞쪽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고 뒷바퀴는 그저 따라가는 셈. 이로 인해 코너에서의 움직임이 대체로 둔한 게 흠이다. 하지만 이를 역설하자면 주행성이 대체로 '안정적'이라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빗길이나 눈길처럼 타이어가 제 그립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는 후륜구동보다 한결 차분하게 달릴 수 있다. 아울러 변속기를 포함한 동력 전달 계통이 모두 보닛 안쪽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구동계가 실내 공간을 침범하지 않아 공간 확보에 유리하다.

후륜구동보다 생산에 드는 비용도 적어 가격 면에서도 유리하다. 이러한 이유로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자동차들은 FF 레이아웃으로 설계된다. 현대 아반떼나 그랜저, 쉐보레 말리부 등의 승용차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SUV들도 FF 구동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역동적인 FR
FR은 앞쪽 엔진이 만드는 동력을 뒷바퀴로 보내는 게 기술적 핵심이다. 이 같은 전달 역할은 '드라이브 샤프트'라는 이름의 길쭉한 원통형 막대가 한다. 이 막대는 차의 하부를 앞에서 뒤로 질러간다. 결국 이것은 필연적으로 실내 공간을 침범한다.

따라서 FR 방식은 상대적으로 공간에 대한 제약이 적은 대형차에 쓰인다. 대신 FR 방식은 구동을 뒷바퀴, 조향은 앞바퀴가 '역할분담'하기에 핸들링에 유리하고 '가속하며 돌기' 좋다. 아울러 FF보다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려는 성질(언더스티어)이 약해 고급차뿐만 아니라 스포티한 성향의 차에도 주로 쓰인다. 하지만 뒤쪽에 무게가 실리지 않을 경우 뒷바퀴의 약한 그립으로 인해 쉽게 스핀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눈길에서 후륜구동차가 맥을 추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이상적인 MR
앞서의 FF와 FR은 양산차에 두루 쓰이는 방식이지만 MR은 그 반대다. 엔진을 차체 중심부에 얹어야 하기에 뒷좌석이 있는 일반적인 승용차에서는 구현이 불가하기 때문. 아울러 이를 제작하는 데에는 FF나 FR을 만드는 것보다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MR 방식은 뒤 차축에 무게를 실어주기 유리하므로 핸들링을 좋게 할 수 있다. 아울러 차체 중앙에 무게가 집중되어 전반적인 운동성이 뛰어나다. 대신 파워트레인의 유지보수가 불편하고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도 높다. 복합적인 이유들 탓에 MR 레이아웃은 페라리나 포르쉐, 람보르기니 등 차 가격에 대한 저항이 적은 스포츠카 브랜드를 통해서 만나볼 수 있는 실정이다.
포르쉐 911 전용, RR
RR은 단점 투성이다. 엔진이 뒤쪽에 얹히므로 무게가 뒤로 집중된다. 따라서 무게가 실리지 않는 앞쪽 타이어가 제 그립을 내지 못해 코너에서 버벅거리기 쉽다. 생산 단가 면에서도 불리하다. 엔진과 변속기, 구동축, 배기시스템까지 뒤쪽에 꽉꽉 채워야 하는 탓이다. 그나마 장점은, 가속할 때 리어 타이어의 그립을 이끌어내기 가장 유리한 방식이라는 것.

오늘날에는 RR 방식을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양산차 중 유일하게 RR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차는 포르쉐 911이다. 포르쉐가 911을 RR로 만드는 이유는 1963년의 1세대 모델이 RR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전통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재미있는 사실도 있다. 초대 911의 경우 뒷범퍼 바로 앞에 엔진이 달릴 정도로 극단적인 RR 방식이었지만, 신형으로 넘어오며 점차 리어 차축 쪽으로 엔진이 슬그머니 이동한 것. 이는 점차 911이 RR보다 MR에 가까워졌다는 얘기이자, 포르쉐도 RR 방식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상현 기자 jsh@encarmagaz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