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Interview] '국민 이모티콘' 카카오프렌즈 만든 호조 작가
2% 부족한 생얼 드러낸 캐릭터가 공감 이끌어내
"피곤한 기색 숨기지않는 '시니컬 토끼'..저를 많이 닮았죠"
![이모티콘 작가 호조가 서울 용산 작업실에서 자신이 만든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 인형과 함께 누워 활짝 웃고 있다. 그는 카카오 프렌즈를 볼 때마다 "대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충우 기자]](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4/13/mk/20180413155101552dgzf.jpg)
대한민국 사람 중 이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4700만명이 이용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캐릭터 '카카오 프렌즈' 이야기다. 2012년 카톡 이모티콘으로 출시된 후 카톡 대화에 빠짐없이 등장하며 '국민 귀요미'가 됐다. 이들은 곧이어 모바일 게임, 각종 머천다이징 상품으로 확산되더니 이제는 카페, 박물관, 백화점까지 우리 일상 곳곳에 등장하며 단조로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남녀노소 애정하는 이 국민 캐릭터는 작가 호조(권순호· 42)의 작품이다. 2000년대 초반 미니홈피 싸이월드에서 선보인 이모티콘 '시니컬 토끼'로 캐릭터 열풍을 일으킨 그는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카카오 프렌즈를 탄생시켰다. 2016년 카카오가 직접 만든 사자 캐릭터 라이언을 제외하고 카카오 프렌즈 7종은 밝은 캐릭터를 만들어달라는 카카오의 의뢰를 받은 권씨가 3개월 만에 '뚝딱' 만들어낸 친구들이다.
싸이월드에 이어 카카오톡에서도 이모티콘 대박을 연달아 터뜨린 그는 "좋은 이모티콘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라면서 "포장하지 않고, 젠체하지 않고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최근 서울 용산 작업실에서 만난 호조 작가는 "카카오 프렌즈 외에 시니컬토끼, 강아지 캐릭터 브라운, 돼지 캐릭터 베키도 사람들과 접점을 늘리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캐릭터 스토리를 강화하는 작업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호조 작가와의 일문일답.
―이제는 카카오 프렌즈가 너무 친숙한 캐릭터지만 2012년 처음 나왔을 때는 이렇게 인기가 높아질지 몰랐을 것 같다. 처음 카카오프렌즈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2012년 7월 카카오가 회사를 대표하는 밝고 친근한 캐릭터를 그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캐릭터 3개를 제작해달라고 요청이 왔다. 새침한 성격에 가발을 쓴 고양이 네오를 가장 먼저 만들었다. 이어 네오랑 사귀는 부잣집 도시 개 프로도를 떠올렸다. 고양이와 개는 앙숙인데 함께 지내면서 미운 정이 드는 관계를 구상했다. 그래서 이 둘이 사랑에 빠지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원래는 두 캐릭터가 서서히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그런데 나오고 보니 어느새 둘이 사귀고 있더라.
―무지랑 제이지 등 나머지는 어떻게 나왔나.
▷네오랑 프로도를 완성하고 나서 제이지까지 총 3개를 완성했다. 다른 세트도 그려달라고 해서 민속 설화 '토끼의 간'을 비튼 스토리를 구상했다. 용왕의 병을 낫게 하려고 두더지 비밀요원 제이지가 육지에 오는데 토끼 옷을 걸친 단무지인 무지를 토끼인 줄 알고 쫓아다닌다는 설정에서 상상을 이어갔다. 무지 옆에는 무지를 키운 정체불명의 악어 콘이 따라다니는데, 콘이 복숭아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복숭아 나무에서 탈출한 '어피치'를 따라다닌다. 한편 네오랑 프로도는 연인 사이지만 자주 싸우는데 이 사이에 낀 소심한 친구가 있다. 바로 작은 발을 감추려고 오리발을 신고 다니는 오리 캐릭터 튜브였다.
―카카오 프렌즈는 마냥 귀여운 줄만 알았는데 다들 콤플렉스가 있다. 무지는 토끼 옷을 벗으면 소심한 단무지로 변하고, 프로도는 부자지만 잡종이라는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다. 고양이 네오의 머리카락은 사실 가발이다.
▷이모티콘은 공감해야 인기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카카오 프렌즈는 저마다 아픔을 갖고 있어서 공감을 산 것 같다. 우리 모두 콤플렉스를 갖고 살지 않나. 이를 인정하고 웃어넘기면서 사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부족한 캐릭터로 설정한 게 공감을 얻고, 인간적으로 다가간 것 같다.

▷나는 콤플렉스가 많다. 키가 작고 미남도 아니다. 그리고 나는 고졸이다. 사람들은 학벌이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학벌이 좋을수록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나. 고졸이라는 부분이 콤플렉스였지만 이제는 극복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그 기간 다른 경험을 했다. 스펙은 부족하지만 다른 경험 덕분에 새로운 상상력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언제부터 캐릭터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나.
▷실업계 고등학교 디자인과를 나왔다. 그때 줄곧 그림을 그렸고 군 제대 후에 그래픽 학원을 다녔다. 당시 유망한 직업이 웹디자인 혹은 3D 애니메이션 제작 분야였다. 그런데 웹디자인은 편집 위주의 작업이어서 재미가 없었다. 3D 애니메이션은 컴퓨터 사양에 너무 영향을 받았다. 고성능 컴퓨터가 아니면 작업하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연기를 하고 싶어서 서울예술대학교 입학을 준비하기도 했다. 마임이나 연기 수업은 즐거웠는데 무대 울렁증을 극복할 수 없었다. 그때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이고,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래서 어떻게 결정했나.
▷ 몇 가지를 추려보니 평소 캐릭터 그리는 걸 좋아하더라. 항상 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심을 채울 수 있을 것 같고, 캐릭터 디자인은 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캐릭터 디자인을 하겠다고 했더니 주위에서 '힘든 길'을 간다고 말렸다. 그쪽에 취직해봐야 키티나 미키마우스를 베끼는 작업이라고 인식할 때였다.
―친구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게 불안하지 않았나.
▷어차피 안 될 거 리스크는 걱정하지 말자 싶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실패하게 되는데 차라리 그럴 바에 하고 싶은 일을 우선 하고 보자는 마음이었다. 실패가 쌓이면서 경험이 쌓이고, 기회가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안 돼도 우선 저지르고 봐야 한다. 한두 번 실패했다고 놔버리면 안 된다.
![작가 호조가 캐릭터 시니컬 토끼와 브라운을 그리고 있다. 호조 작가는 "올해는 시니컬 토끼와 브라운, 베키 등 다른 캐릭터의 스토리를 개발하고 홍보하는 일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충우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1804/13/mk/20180413155102070tlpd.jpg)
▷늘 하고 싶은 일을 직접 경험하는 스타일이다. 연예인이 멋져 보여 연기 학원에 다녔고, 스페인 산티아고가 궁금해 순례길도 갔다.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나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이 생기면 해보는 편이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반드시 실천에 옮기는 스타일이다. 혼자만의 재미있는 실험을 많이 해보면서 얻은 것이 나만의 스타일로 승화되는 것 같다. 이제껏 쌓은 경험이야말로 내 '스펙'이라고 생각한다.
―첫 직장이 게임 회사다.
▷학원을 그만두고 뭘 해야 할지 생각하던 차였다. 25세에 벤처 열풍으로 게임 회사가 많이 생겼다. 캐릭터 디자인 파트에 들어가 6개월 다녔는데, 회사가 망했다. 이후 백수로 지냈는데 그때 여자친구가 떠나더라. 연애하려면 직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구직 활동을 했는데 운 좋게 넥슨에 취직했다. 넥슨에서 PC 게임 '퀴즈퀴즈'의 아바타 아이템 그리는 일을 했다. 그런데 기존 매뉴얼대로만 해야 하니까 새로운 게 없었다. 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컸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실현하지 못했다.
―답답함을 어떻게 풀었나.
▷넥슨에 다니며 후반부에 디자이너들을 관리하는 직무를 맡았다. 관리직은 일이 별로 없지 않나. 그때 개인 홈페이지 '호조넷'을 운영했다. 이때 선녀와 나무꾼, 인어공주 등 동화를 재치 있게 패러디한 작품을 올렸다. '인어공주는 수영을 많이 했을 텐데 어깨가 넓지 않을까' '신데렐라가 벗은 신발을 왕자가 단번에 알아볼 정도면 신데렐라는 발이 컸을 것'이라고 상상하며 동화를 패러디한 작업을 많이 했다. 말장난을 얹은 그림도 그렸다. 이런 작품이 B급 감성을 찾던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인터넷상에서 차츰 유명해졌다. 그러던 중 2005년 싸이월드에서 스킨 작업을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 그린 게 '시니컬 토끼'다.
―어깨가 넓은 인어공주나 발이 큰 신데렐라 등 발상이 신선하다. 어렸을 때부터 삐딱한 생각을 많이 했나.
▷학교 다닐 때부터 만화책을 보든 드라마를 보든 뻔한 장면이 싫었다. 만화책에서 캐릭터가 벗은 게 뻔히 보이는데 심의 때문에 수영복을 그려 넣은 장면을 보면 '왜 다 아는 걸 저렇게 숨기지?'라고 생각했다. 솔직하지 못한 걸 못 참았다. 숨기지 않고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삐딱한 시선이 '시니컬 토끼'와 겹친다.
▷시니컬 토끼는 내게 분신 같은 존재다. 나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미국 래퍼) 보비 브라운의 토끼 춤을 추는 캐릭터로 토끼를 생각했다. 싸이월드 스킨 작업을 하며 시니컬 토끼를 본격적으로 그렸다. 내가 가진 생각을 표현하겠다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귀엽고 예쁜 이모티콘이 많았는데 시니컬 토끼는 B급 감성 느낌이 강했다. '세상 피곤하네' 하면서 인상 구기고 있는 식이었다. 이런 솔직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했는데 그게 통했다.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회사도 다녔다.
▷넥슨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지낼 때였다. 스마트폰이 확산하며 앱 개발 열풍이 불었다. 넥슨 시절 알던 팀 사람들이 앱 개발사를 차렸는데 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했다. 초반에 열의에 불타 여러 앱을 만들었다. 그런데 다 실패했고 그나마 인기를 끈 게 앱 '모두의 얼굴'이다. 눈·코·입을 선택해 캐릭터를 만드는 앱인데 다운로드 500만건을 돌파했다. 하지만 돈은 벌지 못해 결국 다 망한 셈이다. 그때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나는 넥슨에 다닐 때 항상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기회만 주어지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앱 회사에 다닐 땐 기회가 많았다. 하고 싶은 대로 다 했다. 그런데 다 잘 안 됐다. '어떠한 상황이든 100% 완벽한 조건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 상황 탓을 하지 않는다.
―시니컬 토끼, 카카오 프렌즈 등 꾸준히 인기 캐릭터를 만드는 비결이 궁금하다.
▷캐릭터는 계속적으로 그려지고 노출돼야 한다. 플랫폼이 중요하다. 페이스북·카카오톡 등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곳에서 유통돼야 작가에게 기회가 많이 생긴다.
―하지만 수천 개 이모티콘 중 인기를 끄는 것은 한정돼 있지 않나. 좀 더 구체적 비결은 없나.

―시니컬 토끼로 싸이월드 시절 돈 얼마나 많이 벌었나.
▷그때만 해도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개념이 발달하지 않았다. 스킨이 팔릴 때마다 돈을 받는 구조인데 작가가 나눠 갖는 비율이 극히 낮았다. 카카오 프렌즈 때는 이렇게 잘될지도 몰랐고 저작권을 카카오에 100% 넘기는 것으로 계약해 처음 받은 제작비가 전부였다. 다만 카카오 프렌즈가 잘되고 나서 카카오가 추가로 보상을 해줬다.
―카카오 프렌즈 저작권은 카카오가 100% 소유해 이제 모든 작업은 카카오가 하고 있다. 섭섭한 마음이 드는지.
▷2012년 처음 카카오 프렌즈를 디자인하고 약 1년간 내가 맡았다. 그러나 이후로는 카카오가 직접 하고 있다. 카카오에 작업을 다 넘기고 나서는 내가 그린 그림이 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는데 요즘엔 나보다 더 잘 만들어서 오히려 배우기도 한다. 또 카카오가 제작·유통·마케팅을 해줬기 때문에 카카오 프렌즈가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카카오는 2015년 카카오 프렌즈 지식재산권(IP)을 전담하는 카카오 프렌즈를 별도 법인으로 설립했다. 카카오 프렌즈는 카카오 캐릭터 상품 유통·라이선싱 사업을 한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8.5% 증가한 976억원을 달성했다).
―시니컬 토끼와 베키·브라운 캐릭터도 그렸다. 세 캐릭터는 작가가 100% 저작권을 갖고 있다.
▷그렇다. 올해부터 세 캐릭터에 대한 사업이 확장될 예정이다. 2년 전 중국 회사와 캐릭터 라이선싱 계약을 맺었고 올해 관련 상품이 나온다. 의류업체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있다. 브라운과 베키는 카카오 프렌즈에 비해 덜 알려진 것 같아 스토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요즘에는 돼지 캐릭터 베키를 어떻게 여성 고객에게 어필할까 고민을 많이 한다. 아무래도 캐릭터 주 소비층은 여성인데 돼지에 대해선 거부감이 있을 것 같아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이모티콘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모티콘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관찰력이 중요하다. 나는 평소에 주변을 잘 둘러본다. 사물이든 인물이든 이것저것 알아 둬야 경험을 떠올려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원하는 모습이 안 나오면 거울을 들고 직접 표정을 짓고,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는다. 요즘은 운전하며 옆차·뒤차를 관찰한다. 사람들이 운전하면서 뭘 하는지 보다 보면 웃기다. 코를 판다거나 백미러를 본다거나 비슷한 행동이 나온다. 이런 걸 캐치해 이모티콘에 녹이면 '아, 내 모습이구나' 하고 공감을 불러올 수 있다.
―카카오 프렌즈 친구들이 올해로 일곱 살이 됐다. 사람으로 치면 이젠 유치원을 졸업할 나이다. 한마디 한다면.
▷항상 고맙다고 하고 싶다. 앞으로도 원래 너희들 성격대로 잘살아 줬으면 좋겠다.
■ 호조 작가는…
본명은 권순호. 1976년 태어나 인덕고 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심슨가족'과 '스펀지밥'을 보면서 솔직한 그림을 그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군 제대 후 디자인 학원을 다니다가 캐릭터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넥슨 등 게임회사에서 그래픽 담당자로 일하면서 취미로 개인 홈페이지 '호조넷'을 열어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동화를 패러디한 그의 그림은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됐고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5년 싸이월드의 제안을 받고 캐릭터 '시니컬 토끼'를 만들어 반향을 일으켰다. 2012년에는 프로도, 네오 등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 7종을 만들어 명실상부한 국민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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