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탈북 배우 김아라 "내 꿈은 중국 진출.. 오리 대가리는 지금도 좋아요"

김동규 인턴기자 gyu@kyunghyang.com 2018. 1. 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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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이름 앞에 붙는 ‘탈북자’라는 꼬리표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 새터민이라는 이미지와 특유의 말투는 맡을 수 있는 배역을 탈북자와 조선족으로 제한시키기도 한다. 선입견 때문인지 배우라는 수식어를 얻는 것도 버겁다.

여기 또 한 명의 탈북자 배우가 있다. ‘탈북자’라는 꼬리표에도 “북한과 관련된 역할이 많이 들어오니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북한 출신 아르바이트생 김연희 역할로 출연했던 웹드라마 <아는 사람>에 이어 tvN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6에 김아라 역으로 출연했고 최근 MBC 드라마 <투깝스>의 차기작 <위대한 유혹자>에 중국어 홈스쿨링 개인교사 역할로 캐스팅됐다. 한국에 오게 된 것과 연기를 할 수 있는 것 모두 감사하다는 김아라는 인터뷰 내내 기분좋게 웃어대며 밝은 모습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우 김아라가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탈북하게 된 계기와 중국에 머물렀던 과거사를 들려준 김아라의 최종 목표는 중국 진출이다.

■“배우는 신이 제게 주신 직업이죠”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북한과 관련된 모든 것을 숨기고 살았다. 새터민에 대한 크고 작은 편견에 자신감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취직이 어려운 상황을 목도하면서 스스로를 감출 수밖에 없었다.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가 터닝 포인트였어요. 그 프로그램 이후로 북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많이 사라졌죠. 취직할 때도 불편을 겪지 않게 됐고 북한 사투리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상황이 달라졌어요.”

새터민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지만 배우로서의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오디션을 봐도 북한이나 연변에 관련된 것들 뿐이었다. 하지만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열심히 준비해도 기회를 얻기 힘든 분들이 많은데 저 같은 경우에는 북한 관련 역할로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니 ‘탈북자’라는 꼬리표는 단점이자 장점이죠. 지금은 북한 사람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해요. 어떻게 해서든 제가 배우라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심어주고 싶어요.”

그녀에겐 롤 모델이 없었다. 족적이 없는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스스로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연기자였다.

“연기를 잘하시는 분들은 많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스타일이 있는 거죠. 그 사람을 따라한다고 해서 내가 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나답게 최선을 다해서 연기하고 싶어요. 아직은 북한 출신 예술가들이 한국에서 활동을 많이 안 하고 있어요. 이 땅에는 넘어야 할 벽도 있고 아직 남아 있는 편견들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길을 터놓으면 다음 사람들이 쉽게 걸어갈 수 있으니 열심히 나아가는 게 제게 주어진 사명인 것 같아요. 배우는 저에게 신이 주신 직업이에요.”

김아라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평화 올림픽’에 대한 바람을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남한이 이기는지 북한이 이기는지에 중점을 두기 보다 같이 응원하고 함께 울고 웃어서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한과 북한이 서로 친숙해질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 김아라가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이선명 기자

■“꿈이요? 중국에 진출하는 게 최종 목표예요”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며 ‘이렇게 살 바에는 팔려가도 괜찮으니 중국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인신매매로 유명했던 브로커에게 중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매달리기도 했다.

“브로커를 통해 탈북한 뒤 엄마와 함께 중국에서 살게 됐어요. 그때 알게 된 지인 분이 한국으로 먼저 넘어갔었는데 ‘정착 지원금도 주고 북한 사람들을 위해 잘해준다’는 얘기를 전해줘서 중국 생활 7년 만에 저도 한국으로 오게 됐어요.”

한국에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는 달고 기름진 음식이었다. 북한에서는 조미료가 없고 기름도 아껴 써야 해서 달거나 기름진 음식은 찾기 힘들다. 한국 사람들이 먹고 싶은 것을 사주겠다고 해도 먹고 싶은 음식이 없었다.

“<잘 살아보세>에서 제가 오리 머리, 돼지 귀, 돼지 꼬리 등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셨을 거예요. 북한에서는 귀해서 못 먹는 음식이죠. 한국에 와서도 그런 맛이 그리워 대림시장에 가서 마라오리 대가리를 자주 사먹어요. 중국에 살면서 그 맛을 알게 된 음식이죠.”

김아라는 중국 진출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중에 중국에 간 뒤 납치된 사람들이 많았다. 통일 강연을 위해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중국만은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제 목표는 중국에서 연기 활동을 하는 거예요. 회사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죠. 중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연기 활동을 펼쳐서 북한 출신 연기자라고 하면 제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하고 싶어요. 지금 중국은 막혀 있는 국가이고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10년 후에는 중국도 남한과 북한의 통일에 관심을 갖게 돼서 탈북자들을 잡아야 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한 명의 사람으로서 대해주면 좋겠어요.”

<김동규 인턴기자 g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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