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ance]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초저가 미니보험'..月 180원에 유방암·1500원에 운전자 보험
커피 한 잔 가격도 안 되는 보험료를 자랑하는 이른바 ‘미니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판매와 특정 담보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보험료를 대폭 낮췄다. 가성비는 물론 장기 납입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갖는다. 담보가 줄어드니 오히려 보장 내용을 알기 쉽다는 소비자 평가도 나온다. 보험료 부담으로 해마다 보험 해약률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짠테크족’의 주목을 받고 있는 미니보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보장 범위 축소·분리해 가격 낮춰
가장 파격적인 보험료로 눈길을 끄는 보험은 처브라이프생명이 지난 1월 내놓은 ‘Chubb오직유방암만생각하는보험’이다. 말 그대로 모든 암질환 가운데 ‘오직 유방암’만 보장해준다. 대신 보험료는 그야말로 ‘껌 값’이다. 20세 여성 기준 월 180원, 30세 여성은 630원에 불과하다. 유방암 진단 시 500만원, 절제 수술 시 수술비 500만원을 지급한다. 유방암 수술비는 환자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통상 500만원 내외, 항암 치료비도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장이 적은 편도 아니다. 단 경계성 종양이나 다른 암으로부터 전이된 유방암은 보장하지 않는다.
처브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연령대별 발병률을 계산해 보험료를 산출했다. 발병률이 높은 40~50대는 월 2000원 정도다. 유방암만 단독으로 보장하는 데다 온라인 판매로 광고비·사업비를 대폭 줄여 저렴하게 내놓을 수 있었다. 특정 질환만을 분리해 보장하는 비슷한 콘셉트의 상품을 계속 준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MG손해보험이 보험 판매 플랫폼 스타트업 인바이유와 손잡고 지난해 12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인바이유운전자보험’ 가격도 인상적이다. 연간 보험료가 1만8450원, 월 기준으로 따지면 1500원꼴이다. 기존 운전자보험 보험료가 월평균 1만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15% 수준이다. 가입 기간은 1년으로, 장기 가입으로 인한 부담이 적다. 운전자보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교통사고 처리 지원금은 최대 3000만원까지 보장된다.
낮은 보험료의 비결은 역시 ‘선택과 집중’이다. 자동차 사고 성형수술비, 자동차 사고 화상 진단비 등 실제 보험금 지급 사례가 적다고 판단되는 특약은 제외했다. 보험 공동구매 방식도 보험료를 낮출 수 있던 요인 중 하나다. 인바이유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확보한 다수 구매력을 바탕으로 가입자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원수사인 MG손해보험과 계약할 수 있었다.
사회구조와 트렌드 변화에 따른 ‘틈새수요’를 노린 미니보험도 있다. 에이스손해보험은 고령화 시대에 딱 맞는 미니보험을 내놨다. ‘Chubb다이렉트우리부모지킴이보험’이다. 가전제품 수리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에 취약한 노령 가구에 주목해 개발한 상품이다. 6대 가전제품 고장 수리 비용과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액을 각각 최대 100만원까지 보장한다. 월 보험료는 2500원, 피보험자 연령은 50~86세다. 3년 만기 보험으로 순수보장형이다.
레저 인구 급증에 따라 관련 미니보험 상품도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현대해상은 지난 1월 모바일 금융마켓 아이올과 함께 단기 스키보험 ‘아이올모바일스키보험’을 내놨다. 3일 동안 2300원을 내면 스키를 타다 발생할 수 있는 상해나 골절, 배상책임에 따른 손해액을 보장해준다. 기존 보험에서 스키용품 손배담보가 빠진 대신 가격을 확 낮출 수 있었다.
모든 골프인들의 일생 소원인 ‘홀인원’. 하지만 막상 성공하더라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사회 분위기상 크게 한턱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MG손해보험과 인바이유가 판매 중인 ‘원샷골프보험’은 홀인원 성공으로 피치 못하게 짊어져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다. 1회성 보험으로 5000원을 내면 증정용 기념품 구입비용, 축하 파티 비용, 동반 캐디에게 주는 축의금 등에 한해 150만원 한도로 보장한다. 인바이유 관계자는 “레저활동이 보편적인 취미생활로 정착하면서 관련 보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종목을 불문하고 레저활동 중 일어날 수 있는 각양각색의 사건 사고와 손해를 보장할 수 있는 미니보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수요가 많은 입원비와 수술비를 따로 떼어내 값을 낮춘 상품들도 있다. 입원·수술비는 그간 대부분 주계약에 더해 갱신형 특약 형태로 부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유일 온라인 전문 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e입원비보험’과 ‘e수술비보험’은 80세 만기 20년 납입 시 성별·연령에 상관없이 월 7000원 이하의 보험료로 보장받을 수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건강e제일입원보험’과 ‘건강e제일수술보험’ ‘건강e제일상해보험’도 5000원 미만 보험료로 가입 가능하다.

▷일본처럼 특화 보험사 진입장벽 낮춰야
미니보험 전망은 긍정적이다.
미니보험이 각광받는 이유는 결국 저렴한 가격. 기존 일반적인 보험상품은 설계사를 통해 판매하기 때문에 영업비용이 보험료에 포함돼 있어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 비싼 보험료가 가계에 주는 부담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2016년 생명보험 계약 해지 건수는 659만건으로 2011년보다 54% 증가했다.
미니보험 주 판매처인 온라인 보험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최근 10년 CM(Cyber Market) 채널 생명보험 평균 성장률은 37.8%로 대면 채널(5.8%)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손해보험 시장도 비슷하다. CM 채널 성장률은 27.8%, 대면 채널은 10.6%로 나타났다.
정부가 최근 소액보험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온라인 쇼핑몰의 보험판매 허용과 온라인 전문 보험사의 신규 진입 촉진을 위한 자본금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금융업 진입규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펫보험, 여행자보험 등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소액단기보험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보험사 출현을 위해 허가 기준 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웃나라 일본 사례에 비춰봐도 미니보험 전망이 나쁘지 않다. 일본은 ‘미니보험 천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소액단기보험이 활성화돼 있다.
펫보험이 대표적이다. 일본소액단기보험협회에 따르면 2016년 애완동물 치료비 일부를 보상하는 애완동물보험 수입 보험료가 전년 대비 24% 늘어난 103억엔을 기록했다. 신규 계약 건수도 35만건으로 2015 회계연도에 비해 25% 증가했다. 우리보다 역사가 긴 만큼 이색 미니보험도 많다. 치한 누명을 쓰고 곤란에 빠졌을 때 변호사 비용을 제공하는 ‘치한원죄헬프콜 변호사보험’, 고독사나 자살 사건이 일어났을 때 건물주에게 청소·수리비와 수리 기간 내 임대료 등을 보장하는 ‘무연(無緣)사회지키미보험’ 등이다.
다만 일본처럼 미니보험이 ‘대세’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다.
먼저 미니보험 활성화를 이끌 전문 보험사 진입규제 개선이 필요하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대형 종합 보험사나 미니보험상품만을 취급하는 소형 보험사 모두 최소자본금이 300억원 이상으로 동일하다. 이에 반해 일본 소액단기보험사 설립에 필요한 최소 자본금은 종합 보험사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여기에 필요 요건만 갖추면 설립이 허용되는 ‘등록제’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종목별 리스크를 감안해 최소 자본금을 차등화하고 적정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무조건 저렴한 상품이 아닌 소비자 수요를 잘 겨냥한 특화상품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니보험을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본처럼 미니보험을 전문 취급하는 특화 보험사가 나와도 문제다. 대형사들이 과점하고 있는 포화된 현재 보험시장 구조상 생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보험료가 워낙 저렴한 만큼 유의미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고 우려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7호 (2018.02.28~2018.03.06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