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자동차 제조사들은 시계 브랜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예를 들면 메르세데스-AMG는 IWC, 람보르기니는 블랑팡, 애스턴 마틴은 예거 르쿨트르, 맥라렌은 리샤드 밀과 협력하고 있다. 가장 호화로운 하이퍼카 부가티도 예외는 아니다. 부가티는 파르미지아니(Parmigiani)와 관계를 맺고 있다.

파르미지아니 플리에르(Parmigiani Fleurier)는 천재적인 시계 장인이자 복원가인 미셸 파르미지아니(Michell Parmigiani)의 브랜드다. 그는 1976년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 최고급 시장을 공략했다. 부가티와 타겟 고객이 같은 셈이다. 파르미지아니가 부가티와 첫 연을 맺은 해는 2004년. 베이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타입 370을 선보이면서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거한 신고식을 치뤘다.

이번에는 부가티 시론 스포츠에서 영감을 받은 타입 390을 내놓았다. 원통형 무브먼트를 사용해 만든 독특한 쐐기형 디자인이 강점이다. 대부분의 시계들은 다이얼 아래 세로로 쌓은 무브먼트를 쓴다. 그러나 타입 390은 가로로 무브먼트를 쌓은 원통형 무브먼트를 쓴다. 플라잉 투르비용 등 복잡한 부품들을 몰아넣은 것이 특징이다.

타입 390의 길이는 57.7㎜, 너비는 42.2㎜. 가장 두툼한 부분의 두께가 18.4㎜다. 커다란 크기에도 불구하고 힌지 덕분에 손목에 감길 때 불편함이 없다고. 커다란 다이얼은 의도한 부분이다. 타입 390에 분류를 따지자면 운전 중 쉽게 시간을 알 수 있도록 만든 드라이버 워치(운전자 시계)에 가깝다. 비록 다이얼을 비틀진 않았지만.

파르미지아니 타입 390은 복잡한 기술을 잔뜩 담은 컴플리케이션 워치(Complication Watch)는 아니다. 하지만 가격이 3만 달러(약 3억 3,516만 원)을 가볍게 넘긴다. 아주 비싸다 느껴지지만 비싼만큼 특별한 세팅을 제공한다고. 대표적인 부분이 구매자의 요청대로 만들어주는 주문 제작 서비스다.

파르미지아니는 이에 대해 “구매자 대부분이 주문 제작을 진행한다. 그래서 시계를 설계할 때부터 여러가지 부품을 바꿀 수 있도록 만들기로 했다. 타입 390의 경우 약 80가지 이상의 부품을 고객 요청에 따라 바꿔서 넣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고객과 디자인이 겹칠 우려는 없다. 한 번 받은 주문은 저장해두고 똑같은 주문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미셸 파르미지아니는 부가티 컬렉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부가티 컬렉션은 감히 모든 것에 도전합니다. 관습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한계를 넘어 모든 가능성을 살핍니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editor@gmail.com)
사진 부가티, 파르미지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