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만 워라밸? 우리도 워라밸!
장암칼스는 배우자 수당, 경로수당, 자녀 수당 등을 통해 직원 복지 진작에 열심..구연찬 대표 "직원의 행복이 회사의 경쟁력"
디엔에프는 연차휴가활용촉진제, 불필요한 야근 지양, 레포츠를 중심으로 하는 회식 문화 등에 힘입어 청년 취업 증가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태평양물산(007980) 본사는 일반적인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오전 10시 30분쯤 신입 직원이 출근한다. 그가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출근할 수 있는 이유는 ‘해피투아워(Happy Two Hours)’ 제도 때문. ‘해피투아워’는 한달 동안 지각을 하지 않으면 다음 달 하루는 평소보다 2시간 늦게 출근하는 제도이다. 태평양물산은 직원의 정시 출근을 유도하기 위해 채찍 대신에 당근을 선택했고, 해피투아워를 시행한 후 지각률이 오히려 줄었다. 재무관리팀에서 근무하는 김연수 씨는 “사소하지만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평일 오전에 관공서나 은행 등 급한 용무를 볼 수 있어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차 휴가를 신청할 때 의무적으로 입력해왔던 ‘신청 사유란’을 과감하게 삭제했다. 연차를 포함해 반차와 포상휴가, 그리고 해피투아워까지 모든 휴가는 사유 없이 신청만 해도 승인이 된다. 자신에게 주어진 휴가를 눈치 보지 말고 마음 편히 사용하라는, 휴가 장려 차원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태평양물산은 단체 휴가 사용에도 열심이다. 매년 초에 직원들이 논의를 거쳐 황금연휴나 징검다리 휴일, 명절 전후에 전 직원이 단체 연차를 사용하도록 한다. 모두의 의견을 수렴해 꼭 쉬어야 할 날을 정하고 다 같이 쉬기 때문에 눈치를 볼 필요가 없을 뿐더러 연초부터 미리 휴가 계획을 짤 수 있어 직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제도다.

유한킴벌리 역시 ‘워라밸’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중견기업이다. 이 회사는 워라밸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90년대 초반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관리직의 경우 육아돌봄이나 자기계발을 위해 시차출근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임신 초기 또는 저학년 초등생을 자녀로 둔 직원은 임금 변경 없이 3개월간 재택근무제를 이용할 수 있다. 업무의 효율성 및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을 위해 지정좌석제를 폐지하는 한편 서울 본사를 비롯해 죽전, 군포, 충주, 대전 등 총 9곳에 스마트워크센터를 마련해 원격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여성들의 경력 단절 및 저출산 극복 노력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 사업장에 모성 보호 공간과 모유 착유 시설이 마련돼 있으며, 대전 공장에서는 직장 보육시설도 운영 중이다.
상대적으로 워라밸이 힘든 제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도 워라밸을 실천하는 곳들이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청주시에 위치한 의료용품 제조 기업인 ‘메타바이오메드’는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연차와 유연근무제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화상 회의 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적이고 빠른 회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도제 재료를 제조하는 디엔에프(092070)는 여성 직원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출산하고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샌드위치 데이에는 단체 연차를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한편 노사가 연간 권고휴일을 자율적으로 정해 시행하는 연차휴가활용촉진제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전 직원의 연차휴가 사용률이 90%에 육박하고 있다. 볼링이나 스크린 골프 등 레포츠를 중심으로 회식을 진행함으로써 과도한 음주 문화를 지양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기 위해 교대 인원을 제외하고는 오후 6시 20분까지는 모두 퇴근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특수윤활유 전문제조기업 장암칼스는 1980년 설립 이후 400여종의 특수윤활제를 생산, 수출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직원 복지에도 아낌없이 투자하는데, 결혼하면 배우자 수당을, 자녀를 낳으면 출산수당 20만원을 지급한다. 자녀 4명까지 자녀 수에 따라 수당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직원에겐 경로수당을 비롯해 직원의 직무향상을 위한 학원비, 전원 전문대학 이상 졸업을 목표로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연말마다 10년, 20년, 30년 장기근속자와 우수사원을 선발해 특별 휴가를 주고 있다.
구연찬 회장은 “직원들은 회사의 모든 가치”라며 “직원들과 회사 비전을 공유하고 이익을 나누는데 인색하지 않아야 회사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엔 대기업 출신들이 입사하고 있다”면서 “기술력과 직원에 대한 투자로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워라밸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는 스타트업의 역할이 적지 않다. 배달 O2O 업계 내의 선두주자인 ‘배달의 민족’의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은 기업 내에서 주35시간 근무제를 가장 먼저 도입하며 워라밸 문화 또한 선도했다. 이 회사는 어린이날의 전날 혹은 다음날 중 하루를 쉬는 ‘우아한 어린이날’, 직원의 아내가 임신을 했을 경우 검진 당일에 재택근무를 하게 해 주는 ‘우아한 아재 근무, 임신한 여직원이 2시간 늦은 출근과 2시간 이른 퇴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2시간 단축근무제‘ 등 다양한 복지제도를 통해 직원들이 워라밸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다. 숙박앱인 ’여기 어때‘의 운영사 ’위드이노베이션‘도 월요일 오전 출근을 없애고 점심 시간을 늘린 것은 물론 주 35시간 근무제 또한 시행 중이다. 위드이노베이션은 이뿐만 아니라 헬스클럽 이용비용 지원과 전 직원에게 여가지원 쿠폰을 지급하는 등 직원들을 위한 복지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또 다른 숙박앱인 ’야놀자‘는 자유 출·퇴근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팀 내 업무의 성격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달리하고 매달 셋째 주 수요일은 직원들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놀수‘도 운영 중이다. 또한 사옥 내 직원들의 심신 단련을 위해 ’리프레시 존‘을 마련해 직원들이 회사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업무 도중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부동산 O2O ’직방‘은 퇴근시간에는 전등의 색이 노란색에서 붉은색으로 바뀌어 야근하지 않는 업무 분위기를 조성하고, ’요기요‘와 ’배달통‘의 운영사 ’알지피코리아‘는 직원들이 업무 시간 중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헬스키퍼‘ 제도를 운영해 직원들의 휴식 시간을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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