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김정은은 누구인가]어릴 때부터 남다른 승부욕..스킨십·공포정치 '두 얼굴'
[경향신문]

■ 베일에 싸인 유소년 시절
김 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과 재일교포 출신으로 만수대 예술단 무용수로 활동했던 고영희 사이에서 1984년 태어났다. 위로는 형 김정철, 아래로는 여동생 김여정이 있다. 김 위원장의 유소년 시절에 대해선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북한에서 13년 동안 김정일 위원장의 개인 요리사로 일하면서 김 위원장을 어린 시절부터 봤다는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명)가 쓴 책이나 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 학교 친구들의 전언을 통해서만 단편적인 일화들이 전해질 뿐이다.
후지모토는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라는 제목의 책에서 “내가 김정은을 처음 만났을 때, 김정은의 나이 일곱 살이었다”면서 “그런데 첫 만남에서 이 일곱 살짜리 어린 대장은, 마흔 살 먹은 어른인 나를 노려보며, 등골에서 식은땀을 흘리게 하였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어린 시절부터 승부욕이 매우 강했다고 말했다. 한번은 어린 김 위원장이 구슬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형 정철이 “이렇게 해 봐”라고 훈수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형이 시키는 대로 했다가 구슬을 놓치자 화가 난 김 위원장은 놓친 구슬을 들어 형의 얼굴을 향해 냅다 던졌다고 후지모토는 회상했다.
또한 농구를 즐겼던 김 위원장이 농구 경기가 끝나면 항상 반성회를 열어 함께 뛰었던 선수 중 잘잘못을 따져 실수한 선수를 호되게 꾸짖었다고 한다. 후지모토는 김 위원장이 콜트45 권총을 차고 군복을 입고 다녔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19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 동안 스위스 베른에 있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의 학창 시절 성적에 대한 동창생들 증언은 엇갈리지만 그가 농구를 광적으로 좋아하고 승부욕이 강했다는 점은 후지모토의 증언과 대체로 일치한다.
2012년 7월 김 위원장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한 적 있다는 스위스인 동창생 조아로 마카엘로는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지난 7일 방영한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유학 시절 방 4개의 평범한 집에서 거주했다”면서 “(김 위원장은) 나를 비롯해 조금 친했던 몇 명의 학생들과만 대화했다. 승부욕이 강하고 학교 성적이 좋았다. 수학을 좋아했고, 그림을 정말 잘 그렸다”고 말했다.
■ ‘김대장’, ‘대장동지’로 등장
북한에서 김 위원장으로의 세습이 공식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북한 당국은 2009년 연초부터 ‘발걸음’이라는 노래를 적극 보급했다. ‘척척척 척척 발걸음/ 우리 김대장 발걸음’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노래였다. 탈북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는 최근 발간한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김대장’이 후계자가 된다는 것이 명백했지만 노래를 부르는 우리조차 김대장 또는 대장동지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집권 후 인민과 소통 ‘파격 행보’ 핵개발 주력 속 경제개혁 집념 ‘트럼프에 맞대응’ 세계 이목 끌어 남북회담선 유머 속 진지함 주목 실용적이며 유연한 스타일 평가
2009년 가을부터는 각종 구호에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라는 문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0년 9월 김 위원장은 인민군 대장이 됐고, 2011년 12월17일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인 2012년 4월11일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됐다.

김 위원장은 집권 직후 ‘인민’들과 스스럼없이 스킨십을 하면서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과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군부대 현지지도에서 군인들과 맞담배를 피우거나 늙은 군인을 업어주며 환한 미소를 짓기도 했고, 가정집을 방문해 노인에게 소주를 따라주기도 했다.
경제개혁에도 강한 집념을 보였다. 그가 “개성공단 같은 곳을 14개 더 만들라”고 지시함에 따라 북한 내부에 20여곳의 경제특구가 만들어졌다. 협동농장 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2012년 ‘6·28 방침’, 공장·기업소 등의 독립채산제를 확대한 2014년 ‘5·30 조치’ 등이 잇따라 발표됐다. 특히 5·30 조치로 장마당 규모가 급속히 확대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공포정치’로도 악명을 높였다. 김정은 체제에 불만을 보이거나 사업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당과 군의 간부들이 수시로 숙청되거나 처형됐다. 압권은 2013년 12월12일 고모부 장성택의 처형이었다. 그리고 2017년 2월13일 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공항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수사 결과 북측 요원의 사주를 받은 여성들이 그에게 다가가 맹독성 화학물질을 주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부인했지만 김 위원장이 이복형의 독살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 솔직·대담·유머감각
김 위원장은 집권 첫해인 2012년 4월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헌법에 명시하고, 2013년 3월 ‘경제건설·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했다. 그는 핵개발에 전력을 투구했다. 그의 집권 이후 북한은 핵실험은 4차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80여차례 단행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질주’에 경악하며 제재의 고삐를 최대로 높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에 굴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로켓맨”이라고 자신을 비난하자,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역공하는 개인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화성-15형을 싣고 있는 이동식 발사대를 손수 어루만지며 깊은 애정을 표시하는 장면을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들어 핵무기를 손에 쥐고 적극적인 대외 행보에 나섰다. 과거와는 다른 사람이 된 듯한 그의 친근한 모습을 보면서 세계는 다시 한번 놀라고 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유머가 있으면서도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평양에서부터 냉면을 가져온 것에 대해 설명하면서 “멀리서 왔다”고 했다가 곧바로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라고 유쾌하게 웃는 모습은 남한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김 위원장의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사람들은 김 위원장이 “상당히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두 번 만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그와의 대화는 전문적이다. 그는 내용을 파악하고 있고 북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성취하려 하는지도 안다”면서 “대화 과정에서 필요한 경우 복잡한 문제도 다룰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북·미 정상회담 취소 의사를 밝혔을 때 한발 물러서서 회담을 되살리는 유연함도 보여주었다. 김 위원장이 과연 천신만고 끝에 성사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면전에 두고도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라고 여유 있게 농담을 던지며 회담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지 보기 위해 전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커버스토리-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젊은 독재자·거래의 달인..'예측불허 게임'
- [커버스토리-트럼프는 누구인가]명분보다 실리..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르는 '승부사'
- “윤석열이 당선되면 외상값 다 갚을 건데…” ‘불법 여론조사’ 재판서 강혜경 음성
- 상주가 된 아이는 아버지 영정 앞에서 조문객 등을 토닥였다
- 이 대통령 “출퇴근 시간대 ‘노인 대중교통 무료’ 제한 어떤지 연구해보라”
- 지적장애 조카와 함께 바다 입수 후 홀로 나온 삼촌···‘살인’ 혐의로 구속영장
- 민주당 서울시장 박주민·정원오·전현희 3파전 확정
- 미, 호르무즈 통제권 주고 이란 핵 포기 받아내나…‘빅딜’ 가능성
- 이 대통령, 안철수 겨냥 “개구리 보호한다고 모기까지 보호해야 하나”
- “바로셀로나 일일투어인데, 박물관 데려다주고 끝”···해외 현지 투어 소비자 피해 급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