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을 전후해 미국 자동차 회사들 사이에서는 레트로 디자인 열풍이 불었다. 크라이슬러 PT 크루저, 쉐보레 SSR 픽업 등 핫 로드(hot rod) 스타일의 레트로 디자인 자동차들이 속속 등장했다. 그런 레트로 디자인을 가장 먼저 선보인 선구자이자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차가 있으니, 바로 플리머스 프라울러다.

플리머스는 당시 다임러 크라이슬러 산하의 브랜드로, 판매부진으로 브랜드가 폐기되기 직전인 1997년 선보인 모델이 바로 프라울러다. 핫 로드 스타일에 레이스카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전륜 서스펜션, 매력적인 비례감을 갖춘 로드스터로,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 그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는 모델이다.

1930년대 핫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당시 천편일률적이었던 미국 도로에 신선한 충격을 불어넣었다. 2001년 플리머스 브랜드가 사라진 뒤에도 높은 인기로 1년 간 크라이슬러 뱃지를 달고 판매될 정도였다.

알루미늄 차체 설계, 인디 500 레이스카에서 영감을 받은 전륜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설계, 50:50 무게배분을 실현하기 위한 프론트 미드십 엔진 배치와 트랜스액슬 구조의 변속기 등 프라울러는 보다 본격적인 퍼포먼스 로드스터로서의 잠재력을 갖추고 탄생했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당초 계획됐던 강력한 V8 엔진을 탑재하지 못하고 3.5L V6 엔진과 4속 자동변속기의 조합만 판매됐다.때문에 프라울러는 쉐보레 콜벳, 닷지 바이퍼 등 고성능 스포츠카와의 경쟁보다는 독특한 디자인을 내세운 럭셔리 로드스터로 여겨졌다.

이번에 미국 메컴 옥션에 출품된 프라울러는 전 세계에 1만 1,000여 대에 불과한 프라울러 중 한 대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단 한 명의 차주가 소장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거의 새차나 다름없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능이 개선된 후기형 모델로 253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며, 0-100km/h 가속을 5.9초만에 마무리한다. 최고속도는 203km/h로 그다지 인상적인 성능은 아니다. 하지만 새차 컨디션 그대로의 내외관은 여전히 이 차를 매력적으로 만든다.
이 프라울러의 차주는 99년 차량을 구입한 뒤 현재까지 겨우 134마일(약 215km)을 주행한 데에 그쳤다. 당연히 외관은 물론 실내까지도 신차때처럼 깨끗하다.

20세기 미국차가 으레 그렇듯, 실내 편의사양은 형편없다. 기껏해야 카세트 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 정도다. 하지만 프라울러 판매 당시 소량 주문생산된, 차체와 꼭 어울리는 전용 트레일러도 함께 판매된다. 이 매물과 같은 레드 컬러의 트레일러는 오직 94대만 생산돼 희소성을 더한다.

미국차들의 소장가치는 종종 평가절하되지만, 이 매력적인 프라울러만큼은 예외다. 메컴 옥션은 이 프라울러의 감정가를 7만 5,000달러(한화 약 8,000만 원)로 책정했다. 1999년 당시 프라울러의 가격이 3만9,300달러에 불과했으니 19년 만에 약 2배 정도 가격이 오른 셈이다. 프라울러의 경매는 오는 5월 17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개최된다.
김이제 객원기자 nowkim@encarmagaz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