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대국' 길을 묻다] 박제된 관광지 탈피..삶·역사 공존하는 독일 성곽도시

◆지역 내 54개 성을 통합해 대표 관광 브랜드로
독일이 16개 주로 이뤄진 연방국가인 것은 과거 여러 제후국으로 나뉘었던 역사와 무관치 않다. 그만큼 전국 각지에 크고 작은 성이 많다. 독일 연방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들 성의 보존과 관리에 쏟는 애정은 각별하다. 전쟁 때 파괴된 성 등의 복원사업에 쓰인 정부 예산만 1990년 통일 이후 4억유로(약 5304억원)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체코, 폴란드와 맞닿은 독일 중동부에 자리한 작센주 역시 성이 많은 편이다. ‘종교개혁의 발상지’ 등 유럽 역사·문화의 한 축이었던 것과 무관치 않다.
이에 주정부는 2005년 주 소유의 역사적으로 중요한 19개 성에 대해 통합적인 관리와 홍보·마케팅을 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성의 나라 작센’이라는 통합 브랜드를 만들었다. 아울러 주내 기초지자체나 개인이 소유한 35개 성에 대해서도 홍보·마케팅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를 위해 전담 기관인 작센주 궁전·성·정원 관리공사도 세웠다. 피터 울리케 마케팅 팀장은 “우리는 작센주의 54개 성을 보존, 관리하고 독일 전역과 세계로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츠빙어 궁전과 모리츠성 궁전 등의 복원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작센 지역의 성과 궁전 등 문화재 복원 관련 인력과 기술력은 규모와 수준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드레스덴에 거주하는 유학생 이모(31)씨는 “유명한 성들을 찾아보려고 ‘성의 나라 작센’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보물찾기하듯 중소도시의 다양한 성까지 알게 돼 직접 찾아가 봤다”며 “우리나라도 전국에 성이 많을 텐데 관리와 홍보·마케팅에 더 힘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리공사가 해마다 쓰는 홍보·마케팅 비용은 총예산의 8%인 70만유로(9억2000여만원)이며, 주요 홍보 타깃은 인접한 체코와 폴란드,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등 독일어권 유럽지역 관광객이다. 그 외 아시아와 북미 지역 등을 대상으로 한 홍보활동은 작센주 관광청이 주로 맡는다.
각 성의 운영 예산은 주정부 지원금과 입장료 수입 등 독립 재정으로 짜이는데 관광객이 늘면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홍보 예산만 따져봐도 2005년 주정부 지원금(4만1000유로)과 독립 재정(1만1000유로)을 합쳐 5만2000유로(약 7000만원)였던 게 2014년 52만2000유로(약 7억원)로 10배나 뛰었다. 특히 이 중 성 자체 재정이 31만7000유로로 주정부 지원금(20만5000유로)보다 많다. 방문객 증가에 따라 성 자체의 재정도 탄탄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통 각 성의 1회 입장권은 8∼10유로인데 작센주는 2007년 54개 성에 대한 통합 회원권제를 도입, 10일권(20유로)과 1년권(40유로)을 판매해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지속적인 방문기회를 주고 있다.
울리케 팀장은 “성은 지역의 큰 등대와 같이 그 자체가 역사와 스토리이고 지역을 활기차게 만드는 공간”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관광 활성화 차원뿐 아니라 시민과 미래세대가 문화적 기념물을 직접 마주하고 역사적 정체성을 강화하도록 잘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 전체가 살아 있는 문화유산
바이에른주 북부의 소도시로 인구가 8000명 정도에 불과한 로텐부르크는 약 4㎞ 둘레의 성곽 안에 중세 마을의 모습을 고이 간직한 옛 시가지가 유명하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도시의 40%가량이 파괴됐지만 원형대로 재건됐다. 지난해 12월 6일 로텐부르크 역에서 걸어 성곽 안에 들어선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시대 마을에 온 듯했다. 성곽 위를 걸으며 성 안팎의 수려한 경관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묘미가 느껴졌다. 주민 2500여명의 생활터전이기도 한 구도심은 많은 관광객으로 붐볐고 활기가 넘쳤다.
네어 로버트 시 관광청 홍보 담당자는 “매년 숙박인원 50만명을 포함해 약 100만명의 국내외 방문객이 찾지만 로텐부르크 경제의 20%가 관광에 의존하는 만큼 주민들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시 당국도 구도심 전체의 역사적인 분위기와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도심의 건물 대부분은 ‘기념물보호법’ 대상으로 지정돼 함부로 철거하거나 고칠 수 없다. 푸줏간 건물과 프뢸라인 등 일부 유명 전통가옥은 시가 소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 소유의 건물이라도 기념물 보호 대상일 경우 손을 대려면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보호 대상 건물도 당국이 장려하는 방식을 따라 리모델링 등을 하면 그 비용을 대준다. 건물 간판은 화려한 네온사인이나 형광등 간판 대신 상점별 특성을 살린 전통적인 간판을 달도록 규제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전통적인 것만 고수하진 않는다고. 많은 음식점과 상점 등이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 주민을 위한 것이기도 한 까닭이다.
현지에서 만난 한 30대 한국인 관광객은 “서울의 북촌과 인사동, 전주 한옥마을 등 상업성으로 물들어 고유의 멋을 잃은 우리나라 관광지와 대조된다”며 “한국어는 물론 생전 보지도 못한 다양한 언어의 가이드 책자를 구비하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인포메이션 센터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로버트는 “로텐부르크의 강점은 관광객들이 단순히 둘러보는 박제된 관광지가 아니라 주민들과 함께 활력을 느낄 수 있는 삶의 공간이란 점”이라며 “세계 각지에서 방문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여러 나라의 언어로 쉽게 여행정보를 제공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뷔트너 디아나 밤베르크시 유네스코 문화유산센터 매니저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란 거는 법과 규제보다 역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신적이고 도덕적인 부분과 연결된 만큼 문화유산 지정에 시민들도 불편해하기보다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밤베르크에 놀러 온다는 독일인 그라프뮐러 요하임(62)은 “어렸을 때 살았던 구도심의 분위기가 지금도 별로 다르지 않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 가장 맛있는 ‘훈제 맥주’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이라 꼭 찾는다”며 활짝 웃었다.
드레스덴·로텐부르크·밤베르크=글·사진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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