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마다 개별 환기장치 있는줄 몰랐죠?

홍준기 기자 2018. 3. 30.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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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재앙.. 마음껏 숨쉬고 싶다] [3] 방치 환기시스템 활용을
2006년후 승인받은 공동주택·학교 교실 등엔 모두 설치
필터 끼워 가동하면 미세먼지·CO₂등 실내오염 농도 낮춰

고농도 미세 먼지(PM2.5) 현상이 계속되던 28일 서울 강서구 A아파트. 거실과 부엌 창문을 열어 환기하자 실내 미세 먼지 농도가 10분 만에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

외부 미세 먼지가 유입되면서 미세 먼지 간이 측정기 화면창에 찍힌 수치가 공기 1㎥당 17㎍(마이크로그램)에서 47㎍으로 상승한 것이다. 다시 문을 닫고 실내 환기시스템 가동 스위치를 누르자 서서히 농도가 낮아져 네 시간 만에 21㎍까지 떨어졌다〈그래픽〉. 집주인 황모(33)씨는 "실외 농도가 높아도 실내에 있으면 큰 걱정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세 먼지 농도 높아도 실내 환기 가능

미세 먼지로 오염된 날에도 아파트 실내와 학교 교실 등에 설치된 환기시스템을 가동하면 실내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2006년 이후 건설 승인을 받은 1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실내 환기 설비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학교보건법 시행규칙에도 2006년 이후 지어진 전국 학교 교실에 환기시스템을 갖추도록 돼 있다. 당시 실내 오염된 공기로 인한 '새집증후군' 문제가 제기되자 환기 설비 설치를 의무화한 것이다.

집집마다 환기구 2개 -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한 아파트 외벽에 환기구(검은 선 안)가 가구별로 두 개씩 설치돼 있다. 한쪽으로는 외부 공기가 유입되고 다른 쪽으로는 내부 공기가 배출된다. /홍준기 기자

하지만 자기 집에 환기 설비가 있는지조차 모르거나, 알더라도 환기 설비가 제 기능을 하는지 염려해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회사원 김모(33)씨는 "작년 11월 전세로 이사 올 때 누구에게도 안내받지 못해 넉 달간 환기시스템이란 게 있는지도 몰랐다. 최근 친구 이야기를 듣고 필터를 교체해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아파트에 사는 조모(40)씨는 "3년간 한 번도 환기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이웃들 사이에선 '벌레가 유입된다' '다들 안 쓰는데 우리 집만 가동하면 다른 집에서 오염된 공기가 우리 집에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기 전문가들은 "환기 설비에 적합한 필터를 끼워 넣으면 미세 먼지는 물론 이산화탄소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 같은 오염물질 농도까지 낮추는 효과가 있고, 벌레가 이 환기 설비를 통해 들어올 수도 없다"고 말한다.

◇"필터로 미세 먼지 등 오염물질 제거"

환기시스템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거실 등에 설치된 시스템 가동 스위치를 누르면 다용도실 천장 등에 설치된 배기구를 통해 실내 오염 공기가 빠져나가고, 흡입구로는 외부 공기가 유입된다. 이 과정에서 공기가 필터를 거치면서 미세 먼지를 비롯한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것이다.

여기에 '열교환 소자'를 함께 설치하면 겨울철이나 여름철 환기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열 손실도 방지할 수 있다. 송근호 케이웨더 환기사업본부 이사는 "유럽 등에서는 단독주택이든 아파트든 환기시스템을 '필수 가전 제품' 정도로 여겨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도 그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환기시스템을 지금부터라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환경부 등이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아파트 주민뿐 아니라 환기 설비를 이미 가동하고 있는 일선 학교에서도 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개교한 서울 B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급마다 환기시스템이 설치돼 있지만 냉난방으로 환기를 못하는 여름·겨울철에만 사용한다"면서 "환기시스템을 가동하면 공기가 순환돼 외부 미세 먼지가 확산될까봐 요즘은 안 틀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아파트 실내 환기 설비의 필터를 고성능 필터로 교체해 사용하고 있다는 박모(39)씨는 "부동산 중개업소나 관리사무소가 입주자에게 환기 설비 위치와 기능 등을 안내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환기 설비만 구비하도록 할 게 아니라 고성능 필터를 장착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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