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포뮬러 원)에서 그리드 걸(Grid Girl)이 사라진다. F1 외의 다른 자동차 경주에서도 사라질 확률이 높다. F1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3월 대회부터 그리드 걸을 기용하지 않겠다. 현대 사회 규범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F1은 홈페이지에서 “그리드 걸은 수십년 동안 F1의 필수 요소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규범과는 분명히 상충된다. 우리의 브랜드 가치와도 맞지 않는다. 앞으로는 각 그랑프리의 매력을 더할 수 있도록 각 국가와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행사 시간을 따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용어 정리를 한 번 하자. 경기 시작 전 출전 선수의 팻말을 들고 서 있는 이들을 그리드 걸이라 부른다. F1에서는 프로모터 소속으로 해당 국가를 상징하는 의복을 입고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다른 자동차 경주에서는 참가하는 팀 또는 기업에 소속된 프로 모델이 후원 기업의 광고가 새겨진 옷을 입고 등장해 같은 역할을 맡는다.

한국에서 그리드 걸을 레이싱 걸이라 부르듯, 일본에서는 레이스 퀸으로 부른다. 모터쇼에서 제품 설명을 돕는 내레이터 모델은 컴패니언 모델로 달리 부른다. 이들은 해당 브랜드 및 제품의 홍보를 맡는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그리드 걸의 원조는 일본이다.
1960년대 모터스포츠를 통한 제품 광고를 노리던 일본은 모델 겸 가수인 오가와 로사를 그리드 걸로 기용해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나섰다. 당시로서는 전혀 없던 방식이었기에 효과가 컸다. 이후 그리드 걸을 통한 광고 효과에 주목한 미국 모터스포츠 업계가 적극 도입했다. 이후 그리드 걸은 각종 모터스포츠에 등장하게 됐다.

1991~2005년 F1에서 활동한 조단(Jordan) 그랑프리 팀의 에디 조단(Eddie Jordan) 대표는 다큐멘터리에서 “당시 그리드 걸의 상업적 가치는 아주 컸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경주는 매우 상업적이다. 투자 수익을 거둬야 한다. 우리는 그리드 걸로 많은 관심을 끌었는데 팀 운영에 분명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광고 유치 등 상업적인 부분에선 분명 팀 운영에 도움이 되지만 비판의 여지도 분명하다. 여성의 성적 매력을 상품화한다는 이유에서다. F1의 그리드 걸 퇴출에 대해 버니 에클레스톤(Bernie Ecclestone)은 <스카이뉴스>와 인터뷰 중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그리드 걸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다. 그들은 광경의 일부였으며 사람들은 그리드 걸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그리드 걸이 누구에게 불쾌감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자리를 잃게 된 그리드 걸의 반발도 있다. 로렌 제이드 포프(Lauren-Jade Pope)는 트위터를 통해 “나는 내 직업을 사랑하며, 존중받았으며, 내가 일하는 팀에 대한 자부심이 있음에도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레베카 쿠퍼(Rebecca Cooper)는 트위터에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직업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 나는 싸울 것이다”고 밝혔다.
글 안민희 기자(minhee.editor@gmail.com)
사진 직접 촬영 및 위키피디아, 레베카 쿠퍼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