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후엔 남극 세종기지서 빙하 못 본다"

킹조지섬(남극)=민동훈 기자 2018. 2. 10. 04:3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로드 투 안타르티카>세종기지 인근 포터 소만 빙벽 국내 언론 최초 취재..매년 20~30cm씩 후퇴 중
남극 대륙 남셰틀랜드 군도 킹조지섬 바툼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포터 소만의 빙벽이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매년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사진=킹조지섬(남극)=민동훈 기자

앞으로 40년 후에는 남극 세종과학기지(이하 세종기지) 주변에서 빙하를 관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지구 온난화 추세가 이어진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지만 현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빙하의 후퇴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인 만큼 곧 한반도에 닥쳐올 생태계 변화를 준비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머니투데이가 국내 언론사 최초로 직접 찾아간 세종기지 인근 '포터' 소만 해안가에는 보는 이들을 앞도하는 거대한 빙벽 앞으로 거칠고 거무튀튀한 바위들로 뒤덮힌 대지가 펼쳐졌다. 1988년 세종기지가 세워질 당시 만해도 빙하에 덥혀있던 곳이다.

남극 대륙 남셰틀랜드 군도 킹조지섬 바툼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포터 소만의 빙벽이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매년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다./사진=킹조지섬(남극)=민동훈 기자

이곳에는 수십만년전 빙하가 형성되던 당시 깨진 바위(빙퇴석)들이 최근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세종기지 인근지역 온도 매년 평균 0.037도씩 상승한다. 따뜻해진 기온탓에 겨울철 눈이 많아지면서 쌓인 눈 무게로 인해 무거워진 빙벽이 육지에서 미끄러져 바다쪽으로 이동하다가 무너져 내린다.

포터 소만의 빙벽은 1989년 이후 매년 해안에서 20~30cm씩 후퇴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해안에 맞닿아 있던 빙벽이 육지 안으로 후퇴하며 가려져 있단 땅이 겉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드러난 해빙지역은 총 10만㎡에 달한다.

세종기지 북쪽 앞바다인 마리안 소만의 빙벽도 상황은 마찬가지. 연구원들과 고무보트 조디악을 타고 접근한 마리안 소만 빙벽 앞 해안가에도 이미 무너져 내린 빙하의 파편이 거대한 유빙군을 형성하고 있다. 이미 빙벽은 수십년간의 붕괴 과정을 거치며 마치 철거 중인 아파트의 계단과 같은 모습이다.

마리안 소만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유빙이 세종과학기지 앞 해안가를 가득 메웠다./킹조지섬(남극)=민동훈 기자

빙벽에서 떨어져 나온 유빙들은 바람과 조수를 따라 마리안 소만에서 세종기지가 위치한 바톤반도 앞 맥스웰만을 거쳐 남미대륙과 남극대륙 사이의 드레이크 해협까지 흘러간다. 강한 북서풍이 부는 날에는 세종기지 앞 선착장을 가득 메워 해양연구를 위한 조디악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도 종종 빚어질 정도다.

이러한 빙하의 후퇴는 지구 온난화와 그에 따른 강설량 등 기후변화가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남극대륙의 빙하는 관측이 시작된 1956년 이후 지금까지 약 1.7km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빙하가 후퇴하는 거리는 1950~1980년대 약 10m에서 2000년대들어 약 70m로 급격하게 늘었다.

수십년째 이어진 빙하의 감소로 인해 남극의 생태계는 이미 수많은 외래종의 유입과 번식으로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하계연구대로 세종기지를 찾은 국내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빙하의 후퇴는 포터 소만 생태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것이 빙하에 덥혀있던 대지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보다 따뜻한 북쪽에서 서식하던 '남방큰재갈매기'가 최근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남방큰재갈매기의 등장은 신종 생물의 유입을 촉진했다. 둥지를 틀기 위해 외부에서 가져온 지의류, 이끼 등이 새롭게 정착하기 시작했다.

지의류가 엎힌 들판 너머로 세종과학기지 하계연구대원들이 관측장비를 ˜闊′構

뿐만 아니라 포토 소만 인근에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남극개미자리'와 '남극좀새풀' 등 2종의 현화식물(꽃이피는 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빙하가 녹은 물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염도가 낮아지며 수중 생태계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우리나라 연구진들의 조사와 연구는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는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지구 온난화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한반도의 생태계 변화를 이해하고 준비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로 쓰인다.

윤호일 극지연구소장은 "지금과 같은 온난화가 이어진다면 세종기지 인근 빙하는 40여년이 지나면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이곳에서 진행하는 각종 기후변화와 생태계변화, 해양 연구 등은 불확실한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극 세종과학기지 하계연구대로 참여한 채남이 박사(오른쪽)이 박상종 월동연구대원과 관측장비를 설치하고 있다./킹조지섬(남극)=민동훈 기자

킹조지섬(남극)=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