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은 성폭행범?" 무슬림 포비아로 번진 제주 난민 문제

안승진 2018. 6. 2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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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무슬림 포비아ⓐ] '가짜뉴스' 확산

한 백인 여성이 길을 가다 말을 거는 흑인 남성을 뿌리친다. 자신을 거부하는 여성에 흑인 남성은 주먹을 휘둘렀다. 뒤이어 동료 흑인 남성들이 달려와 집단 폭행을 시도한다. 최근 “길가는 일반여성 폭행하는 난민”이란 제목으로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영상의 내용이다. 누리꾼들은 이에 “난민 반대”를 외치며 분개했다.

하지만 사실 이 영상은 흑인을 비꼬는 다른 글에도 등장하는 영상으로, 난민이나 무슬림과 연관성이 없는 것이었다.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몰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의 입국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예멘은 이슬람 국가로 국민 대부분이 무슬림이다.

상당수 누리꾼들이 무슬림의 극단적인 행동을 담은 가짜뉴스들을 공유하며 난민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 같은 게시물들은 국민 불안을 형성하고 국내에 거주하는 무슬림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무슬림 포비아(공포증) 조성하는 ‘가짜뉴스’ 속출

26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무슬림 남성들에게 성폭행 당한 영국 여성들”이란 사진이 공유됐다. 사진에는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백인 여성들의 모습들이 담겼다.

해당 사진의 출처를 취재한 결과 이 역시 난민이나 무슬림과 상관없는 가짜뉴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미국의 한 경찰관이 여성범죄자를 과잉 진압했다는 내용에 담긴 사진이었다.

난민을 반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에는 ‘타하루시’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했다. 타하루시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집단 괴롭힘, 성폭행 등을 칭하는 말이다.

한 온라인 게시물에는 2015년 말 독일 쾰른 중앙역과 대성당 인근에서 발생한 난민 집단 성폭력 사건이 이슬람권의 ‘타하루시’라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무슬림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누리꾼은 “무슬림이 여성에게 침을 뱉는 것은 먼저 강간하겠다는 신호”라며 “아랍 성폭행 문화도 문화적 다양성으로 이해해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무슬림을 강간 문화를 가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이다.

이외에도 인터넷 공간에는 난민 캠프에서 집단 수간을 당해 죽은 개, 난민에게 성폭행 후 살해당한 여성 등 근거 없는 사진과 함께 무슬림 공포감을 조성하는 사건 뉴스들이 공유되고 있다.

◆불안감에 난민반대 국민청원 TOP3 올라

자극적인 무슬림 뉴스들이 공유되며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제주도 학부모들이 이용하는 한 커뮤니티에는 26일 난민문제를 걱정하는 글들이 수십 건 올랐다.

한 제주도민은 이날 “여자들을 개돼지로 보고 집단 성폭행을 일삼는다는데 잠이 안 온다”며 두려움을 내비쳤다. 다른 도민도 같은 날 “대한민국이 넓은 나라도 아니고 강국도 아닌데 정말 무섭다”는 글을 남겼다.

이런 국민 불안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은 26일 기준 44만명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게시물 중 조두순 출소반대(61만 5000명), 빙상연맹 처벌요구(61만 4000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동의를 받은 게시물에 올랐다. 청원 만료 기간이 다음달 13일까지라 국민청원을 가장 많이 받은 청원글로 올라설 가능성도 보인다.

◆차별에 괴로운 무슬림…실제 범죄율은 낮아

한국에 거주하는 무슬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3년째 대학을 다니고 있는 인도네시아 출신 A(26)씨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불편한 시선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A씨는 “한국에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지만 가끔 낯선 사람들이 나를 피하는 게 느껴진다”며 “그럴 때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IS(이슬람국가), 난민 범죄 뉴스 등으로 외국인 범죄에 대한 공포감이 높지만 실제 우리나라의 외국인 범죄는 내국인 범죄에 비해 많지 않다. 지난해 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공식통계에 나타난 외국인 범죄의 발생 동향 및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인구 10만명 당 범죄 검거 인원은 내국인보다 외국인이 2배 가량 적었다.

외국인 장기구금보호소에서 난민상담을 해온 시민단체 ‘아시아의 친구들’ 김대권 대표는 “난민들은 체류가 불확실해 강제 추방으로 이어질까봐 교통법규 어기는 것조차 두려워한다”며 “오히려 범죄를 당하고도 말을 못 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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