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항범 교수의 어원 이야기>고뿔

기자 2018. 2. 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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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원마다 감기 환자가 넘쳐난다고 한다.

약을 먹어도 몇 주는 족히 고생해야 그나마 조금 차도가 있는 것이 요즘 감기이다.

'감기'를 순우리말로는 '고뿔'이라 한다.

지금은 "감기 고뿔도 남은 안 준다" "남의 죽음이 내 고뿔만도 못하다" "정승 될 아이는 고뿔도 안 한다" 등의 속담이나 '고뿔앓이, 돌림고뿔' 등과 같은 합성어 속에서나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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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원마다 감기 환자가 넘쳐난다고 한다. 살인적인 한파(寒波)가 계속되고 농도 짙은 미세 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니 감기에 걸릴 수밖에 없는 최악의 환경이다. 약을 먹어도 몇 주는 족히 고생해야 그나마 조금 차도가 있는 것이 요즘 감기이다.

‘감기’는 한자어 ‘感氣’로, ‘(찬) 기운에 감염되다’란 뜻이다. ‘感氣’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한자어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선 ‘感氣’ 아닌 ‘感冒(감모)’를 쓰고 있다. ‘감모’가 일찍이 우리말에 들어왔으나 지금은 ‘감기’에 밀려 잘 쓰이지 않는다.

‘감기’를 순우리말로는 ‘고뿔’이라 한다. ‘고뿔’은 사전에도 올라 있고, 문학 작품에도 쓰이고 있으나 실제 언어생활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다. 이 또한 ‘감기’라는 한자어에 세력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지금은 “감기 고뿔도 남은 안 준다” “남의 죽음이 내 고뿔만도 못하다” “정승 될 아이는 고뿔도 안 한다” 등의 속담이나 ‘고뿔앓이, 돌림고뿔’ 등과 같은 합성어 속에서나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고유어 ‘고뿔’은 역사가 아주 깊다. 16세기 문헌에 ‘곳블’로 보이는데, 오래전부터 그렇게 쓰여 왔을 것이다. ‘곳블’은 명사 ‘고ㅎ(코)’과 ‘블(불)’ 사이에 사이시옷이 개재된 어형이다. ‘고ㅎ’과 ‘블’의 성조가 거성(去聲)이고 ‘곳블’의 성조가 ‘거성 + 거성’으로서 성조가 같다는 점 또한 이와 같은 설명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곳블’은 ‘코에서 나는 불’로 해석된다. 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줄줄 흐르고 심해지면 코까지 막히게 되어 급기야는 코에서 뜨거운 열기가 나는데, 이와 같은 코감기의 증상에 주목하여 그렇게 명명한 것이다. 16세기의 ‘곳블’은 제2음절의 모음이 원순모음으로 바뀌어 ‘곳불’로 변한다. ‘곳불’에서 제2음절의 어두음이 된소리로 발음 나는 것을 반영한 표기 형태가 지금의 ‘고뿔’이다. 순우리말 ‘고뿔’에 힘을 실어 소생시키면 어떨까 한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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