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7겹 드레스와 함께 부활한 앙드레김

문호현 2018. 6. 7.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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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같이한 모델·스태프가 기획
화려한 색상·패턴 살린 디자인..유작 포함 70여점 쇼에 선보여

타계 8년만에 추모 패션쇼 열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리마인드 앙드레 김` 패션쇼에서 고 앙드레 김의 `명화 프린트` 의상을 차려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다. [사진 제공 = 조성재 스튜디오아이 작가]
'앙드레 김'이란 이름이 우리 곁을 떠난 지 8년의 세월이 지났다. 하지만 그 이름은 한국 패션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거장 중의 거장'으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한류라는 단어가 없을 때부터 '한국 문화 전도사'로 우리 패션을 알렸고, 클라이맥스를 연이어 붙인 무대로 숨막히는 광경을 연출했던 패션쇼의 대가로 손꼽히던 인사였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4층 이벤트 스페이스에서는 앙드레 김을 추모하는 패션쇼 '리마인드 앙드레 김(Remind Andre Kim)'이 열렸다. 2010년 8월 고인이 암 투병 중 별세한 지 8년 만에 열린 패션쇼다. 역대 슈퍼모델 선발대회 수상자들의 비영리 봉사단체인 '아름회'가 주최했으며 전시기획사 마하나임라이브·상상공간 뮤지엄 등이 주관했다. 상상공간 등 공동주관사가 오는 20일부터 여는 '반고흐 & 폴고갱 라이브 전' 오픈을 기념하는 성격도 있다. 고 앙드레 김이 거금을 쾌척했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등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고인의 추모 패션쇼는 그동안 몇 차례에 걸쳐 논의됐지만 비용과 시간 등 문제로 성사되지 못했다. 고인의 아들로서 '앙드레김아뜰리에'를 이어받은 김중도 대표는 "아들 된 입장에서 패션쇼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계속 가졌지만 비용 등 현실적 문제로 실현하지 못한 채 8년이 흘렀다"며 "이번에 재능 기부를 해주신 아름회 등 여러 분들의 도움을 얻어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무대를 만든 이들은 고인을 '리마인드'한다는 취지하에 재능 기부로 행사에 나선 이들이다. 생전 앙드레 김의 무대에서 활약했던 모델과 연출자, 스태프들이 당시 무대를 재연한다는 뜻 아래 한데 뭉쳤다. 디자이너가 아닌 모델들이 주축이 돼 행사 전반을 기획·준비한 것은 국내 패션계에서 전례 없는 일이기도 하다. 김효진 아름회 회장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디자이너를 넘어, 가장 가까이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 마음속에 여전히 존중받고 사랑받는 이로 앙드레 김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총 40여 분간 진행된 쇼는 과거 국내 어디와도 견줄 수 없는, 압도적 화려함과 우아함을 가졌던 '앙드레 김 패션쇼'를 세상에 다시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날 쇼에서 모델들이 입고 등장한 의상은 약 70점에 이른다. 대부분은 고 앙드레 김이 2000년대 들어 직접 고안했던 작품으로, 고인의 패션 세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시그니처 의상으로 꼽힐 만하다. 개중에는 디자인만 완료된 채 실제 제작까지 이어지지 못했던 '유작' 격인 의상도 포함돼 있다.

고 앙드레 김 패션은 그가 생전 즐겨 썼던 단어 '로맨틱' '판타스틱'에서 볼 수 있듯이 '꿈과 환상'을 담은 듯한 화려함으로 유명했다. 크게 여덟 부분으로 나눠졌던 쇼의 전반부에서부터 그런 앙드레 김의 패션 철학이 그대로 묻어났다. 클래식에서 모던한 느낌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아우르는 여성복이 등장했지만 단순함과 건조함을 배격하는 듯한 총천연색, 화려한 패턴이 빠진 의상은 없었다.

중반부에는 백색·남색·검은색 메인 컬러와 새빨간 소매, 황금빛 장식이 화음을 이룬 '왕자풍' 남성복이 모습을 드러냈다. 2000년대 초 고인이 공을 들였던 '명화 프린트' 의상도 무대에 올랐다. 고야, 보티첼리 등의 고전 명화를 그대로 의상 패턴으로 쓴 명화 시리즈는 고인만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손꼽힌다. '반 고흐 & 폴 고갱 전'에 걸맞은 고흐와 고갱의 명화를 디자인 포인트로 사용한 라인업도 청중의 시선을 끌었다.

백미를 이루는 후반부는 한국의 전통미, 동양의 신비로움을 고인만의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꾸며졌다. 우리 전통 의상의 색상과 윤곽선을 살리되 여기에 스스로의 트레이드 마크인 금빛 자수를 덧대 중후하고 화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 황후의 비밀스러운 눈물(Secret Tears of Korean Empress)'이라는 제목 아래 이어진 7겹 드레스 퍼포먼스로 쇼는 절정을 이뤘다. 모델 박영선이 베일을 벗듯 주황·빨강·노랑·초록·보라 등 일곱 빛깔 시스루 드레스를 한 겹 한 겹 떨어뜨리는 모습. 생전 고인이 '속 깊은 한과 애틋한 그리움'이라고 표현했던 연출 의도가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돼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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