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소방차 막는 불법주차, 바로 옆 텅 빈 주차장 "골든타임 지켜야"

화재 당시 스포츠센터 인근에 불법정차 된 차들이 소방차 진입을 가로막아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를 키웠다.

제406차 민방위의 날 전국 화재대피 훈련이 실행된 지난 21일 시민제보로 서울과 인천의 아파트 단지를 찾았다.
갑작스러운 사고나 화재 발생시 신속하게 대응하여 소중한 생명을 구하고 피해를 미리 예방하기 위한 훈련이 전국에서 진행됐지만,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이러한 취지와는 무색하게 소방차 전용구역에 주차한 차량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지정된 장소 외에 차를 세워 통행에 불편을 주거나 주차금지 푯말 앞에 주차한 주민도 상당수였다.

차량에 남겨진 번호로 차주에게 연락을 취해보니 한결같이 “잠깐 주차했다"는 말이 돌아왔다.
하지만 말과 상황은 달랐다. 단지를 돌며 취재하다 약 1시간마다 주차한 차를 살펴본 결과 오전 11시쯤 주차한 차는 저녁 6시에도 같은 자리에 있었고, 도중 다른 차가 꼬리 물 듯 주차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또 이들에게 소방차 진입로 확보를 요구하며 바로 옆 주차 공간이 있으니 차를 옮겨달라고 부탁하자 ”불 안 났다“, ”불나면 1분 안에 (차를) 뺄 수 있다“, ”불나면 전화하라“는 말이 돌아왔다.

또 주차 공간이 부족하여 소방차 진입로에 주차하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1인 1주차가 가능할 정도의 넓은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인근 주택가에 사는 사람이 몰래 주차하거나 몇몇 가정에서 차량 서너 대를 이용해 주차난을 가중한다고 아파트 경비원과 주민들이 설명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살림하는 주부라고 해서 차가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며 “대형마트가 멀어서 쇼핑할 때 차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아파트 경비원 A씨는 “주민 차를 막으면 항의하고 화내서 보고도 못 본 척한다”며 “주민들 주차를 위해 길어야 10분 정도 주차하는 택배기사나 배달 오토바이만 잡는다”고 말했다.
이어 “경비가 경찰은 아니지 않나”라며 “주민 월급 받는 경비가 큰 소리 낼 순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국회에서는 긴급 소방 활동에 방해되는 불법 주차 차량을 강제 이동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연이은 대형 화재사고 발생 이후 소방관련 시설에 주·정차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법이 개정돼 오는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 정부는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소방차 진입을 가로막는 불법 주차 차량에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소방기본법을 고쳤다.
소방기본법 개정안은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전용구역에 주차하거나 진입을 가로막으면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몇몇 지자체에서는 소방도로 내 불법 주정차 행위를 척결하고자 연중 특별 단속에 돌입했다.
앞서 여러 조치는 예상치 못한 사고를 대비하고 소중한 생명을 구함과 동시해 인명·재산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게 공통된 목표다.
취재를 진행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말과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주차한다는 의견도 상당수였다.
주차난으로 충분히 공감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험을 모른척할 순 없는 노릇이다. 지난겨울부터 이어진 크고 작은 화재로 이미 많은 것을 잃은 상태다. 사고는 예견할 순 있어도 예고되지 않는다. 내 주변 그리고 가족이 당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한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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