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가격에 프리미엄급 풍미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는 한동안 주류 관련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프랑스산 프리미엄 보드카 '그레이구스'와 풍미가 거의 같기 때문이다. 그레이구스는 750㎖ 한 병에 약 7만원짜리 고가 보드카다.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와 그레이구스를 같은 공장에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두 술이 다 프랑스산인 데다 맛이 놀랍도록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동일 공장설'보다 '동일 재료설'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둘 다 같은 프랑스산 밀을 사용하고, 수원(水源)까지 인접해 있어 맛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가격이 저렴한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가 오히려 맛까지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다. 한 해외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는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가 88점, 그레이구스가 82점을 받았다. 바텐더 커뮤니티에서도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가 낫다는 평이 나왔다.
말이 1.75ℓ이지, 양이 상당하다. 이 술을 실제로 보면 대개 그 압도적인 병 크기에 놀라고 만다. 술병 디자인은 단순하고 평범하다. 좋지는 않지만, 나쁘지도 않다. 투명한 유리병에 빨강으로 'V', 검정으로 'ODKA'라고 썼다. 병 바닥에는 빨간색 칠을 했다. 멀리서 보면 칠이 유리병에 비쳐 병 하단에 은은한 붉은빛이 감도는 것처럼 보인다.
보드카가 무미무취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특히 프리미엄급 보드카에서는 은은한 곡물 등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는 가격으로 봤을 때 프리미엄급은 아니지만, 풍미에서는 감히 프리미엄급이라고 할 만하다. 프랑스산 밀을 다섯 차례 증류해서 만들었다는데, 맛을 보면 그 설명이 거짓이 아님을 확신하게 된다.
냄새부터 여느 보드카와 다르다. 특유의 톡 쏘는 알코올 향에 옅은 시트러스 향이 감돈다. 보디감은 가벼운 편이다.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를 살짝 입에 머금는다. 알코올 도수 40도짜리 술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독주가 아닌 척 부드럽게 혀에 앉는다.
곡류의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 사이로 언뜻 신맛이 난다. 맛을 음미할 즈음 슬슬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가 제 본색을 드러낸다. 혀와 입천장이 달아오른다. 꿀꺽 삼키면 뜨끈한 알코올의 기운과 달큰한 맛이 느껴진다. 술이 식도를 달군다. 입안에 단 잔향이 꽤 오래 남는다.

냉동고에 넣었다 먹어도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알코올 도수가 높아 점도가 높아지되 얼지 않는다. 냉동고에서 꺼낸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는 무향에 가깝다. 차가워지면서 향이 완전히 움츠러들어서다. 술을 머금는다. 분명히 목으로 넘겼는데, 마치 차가운 보드카 혀끝에서 휘발해 버린 것 같은 기분이다. 이내 알코올 기운이 퍼지면서 입과 코가 얼얼해진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공존한다. 매력적이다.
차가운 물에 희석하면 독주가 주는 부담은 확 줄어든다.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의 풍미 또한 약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알코올의 화기가 누그러져 한층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보통 물과 보드카의 비율 1대3이 나는 제일 좋았다. 사람에 따라 소주와 똑같다고 느낄 수도 있다.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 자체의 풍미가 강해 오렌지나 토닉워터 등에 섞어 마시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오렌지 주스 4 대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 1, 토닉워터 2 대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 1 정도의 비율이 그나마 가장 나았다. 그래도 커클랜드 프렌치 보드카만 먹는 게 제일 낫다.
[취화선/drunkenhwa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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