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트럭 저가 공세에..현대 中상용車 '자본잠식'

이승훈 2018. 6. 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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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독일 中토종업체 사이서 '샌드위치'

■ 쓰촨현대 작년 4분기 실적공시

현대자동차의 중국 내 상용차 합작회사인 쓰촨현대가 설립 5년 만에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토종 업체들과 프리미엄차를 앞세운 독일 업체에 밀리면서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다. 11일 현대자동차는 감사보고서를 통해 쓰촨현대가 지난해 4분기부터 자본잠식 상태라고 밝혔다. 쓰촨현대는 중국 내 상용차 사업을 위해 현대차와 중국의 난쥔기차가 50대50 합작으로 2012년 8월에 설립한 회사다. 자본금은 19억위안(약 3200억원)으로 설립 이후 최근까지 1조원에 가까운 투자가 이뤄졌다.

버스와 트럭을 포함한 중국 내 상용차 시장은 연간 400만대가 넘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현대차가 시장 진출을 결정할 때만 해도 중국 건설경기와 맞물려 성장세가 가팔랐다. 특히 상용차 시장은 승용차에 비해 수익성이 좋고, 대량 계약을 통해 꾸준한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혔다. 현대차는 시장 진출과 동시에 2017년에 17만대의 상용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현재 연간 16만대 생산 규모인 공장 생산라인을 30만대로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볼보, 만, 다임러 등 프리미엄을 앞세운 독일 업체가 시장을 굳건히 장악한 가운데 중국 토종 업체들마저 현대차의 장기인 '가성비'로 치고 나오면서 현대차 연간 판매는 단 한 번도 5만대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2만8786대에 그쳤고 올해는 4월까지 4200대에 불과하다. 시장점유율은 1%에 그친다.

쓰촨현대가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가면서 현대차는 증자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자본금 확충을 통해 실탄을 넉넉히 확보해 시장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합자사인 난쥔기차의 자금 여력이 풍부하지 않아 현재 증자 문제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업 철수까지 얘기되고 있다. 경쟁이 심한 중국을 포기하고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현대자동차가 중국 상용차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는 대략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브랜드 전략의 실패다. 쓰촨현대에서 판매하는 현대차 브랜드는 '현대' '치도' '난쥔' 세 가지다. '난쥔'은 현대차의 중국 시장 진출 전부터 합자사인 난쥔기차가 판매해오던 것으로 주로 저가 브랜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는 대형 트럭인 엑시언트와 중형 트럭 마이티 등에 달려 있는 것으로 쓰촨현대에서는 가장 고급 브랜드에 속한다. '치도'는 중가 브랜드 시장 공략을 위해 2016년 9월에 새롭게 론칭한 것이다.

중국 상용차 시장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중국 토종 브랜드가 사실상 양분한 상황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가격은 비싸지만 우수한 품질과 탄탄한 정비 서비스 등을 통해 중국 내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이에 비해 토종 브랜드는 가격은 독일 브랜드의 절반도 안 되지만 크게 불만 없는 성능을 내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합자사가 아닌 중국 토종 브랜드인 FAW가 중국 상용차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특히 중국은 전형적인 과적 시장인데, 토종 브랜드가 과적을 원하는 화물업계 요구에 맞춰 변형이 손쉬운 형태의 차량을 적극적으로 출시하면서 더욱 신뢰를 굳히고 있는 분위기다.

쓰촨현대의 고민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가격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큰 차이가 안 나는 것에 있다. '현대'라는 브랜드로 시장을 뚫어보려 했지만 '볼보-만-다임러' 3각 편대의 공세가 만만치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1%도 안 되는 회사가 3개 브랜드를 내놓자 서로 관리는 안 되고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 지출만 늘었다"며 "'현대'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치도'를 내놓으니 소비자들은 혼선만 느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상용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여가는 시점에서 시장에 진출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중국 내 건설경기 둔화로 2014~2016년 트럭 등에 대한 수요가 줄기 시작했는데,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 이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중국 시장 공략이 어렵자 현대차는 쓰촨현대 생산물량을 베트남 등에 판매하는 방안을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베트남 딜러가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닌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에 대해 반발 의사를 밝히면서 최근 무산됐다.

현대차가 중국 진출을 급하게 결정하면서 합자사 선정에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난쥔기차는 상용차 등을 개발·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단순히 조립만 해온 곳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 있는 신차를 출시해 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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